168시간의 공포 [라시안]
준수는 그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곧바로 뛰어가 동팔의 어깨를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그러자 동팔이 침대밑으로 나뒹굴어졌고 자유로워진 준호는 옷을 들어 상체를 가린채
재빨리 준수의 등뒤로 숨었다.
"동팔씨!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네가 상관할일 아니잖아!"
"아무리 답을 모르겠다지만 어린 아이를 상대로 너무 하는거 아닙니까? 더군다나 이 녀석은
남자란 말입니다!"
"그게 어때서? 내가 보기엔 너도 이 녀석에게 관심이 있는것 같은데? 그러니 순서를 지켜.
내가 먼저 한다음에 너한테 넘길테니까."
"당신 한번만 더 그입 놀려봐!"
"좋잖아? 어짜피 우린 여기서 아무도 살아나갈수 없어. 그리고 난 오늘밤 분명 죽게 될꺼야..
저놈을 봐! 여자보다도 더 예쁜 얼굴을 하고.. 가는몸을 가지고있잖아.. 뭐가 부족해?
난 보면 알아. 꼬마! 너도 남자가 처음은 아니지?"
"........................."
"그러니 숨어있지말고 나와! 죽기전에 나와 한번만 하자는데 왜 그렇게 까탈이야!"
동팔의 눈은 정상이 아니였다. 마치 죽음의 사자라도 본듯 동공이 풀려있었고 뒤룩뒤룩 살이 오른
볼에 소름끼칠만한 웃음을 머금은채 몸을 일으켜 준호를 잡기 위해 다가왔다.
준수가 밀어내며 말려보았지만 그는 준호의 손목을 잡고 놓을 생각을 안했고 화가난 준수는
주먹을 들어 그의 턱을 힘껏 올려붙였다.
그러자 비틀거리며 몸의 중심을 잃은 동팔은 넘어지면서 준수의 다리를 걷어찼고 둘은 이내 정신없이
엉켜들면서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탁자가 쓰러지고 우탕탕 하는 소리가 나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서로에게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두 사람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왜 이러는거에요! 두 사람다 멈춰요!"
료가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틈을 만들자 상훈과 순화가 준수와 동팔의 어깨를 잡고 매달렸다.
동팔은 입안이 터졌는지 검붉은피가 입술을 따라 흐르고 있었고 준수는 동팔이 이성을 잃고
목을 조른 덕분에 손톱자국을 따라 핏방울이 맺혀 있었고 쿨럭거리며 거친숨을 쉬고 있었다.
상황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동팔은 정신을 차린듯 어리둥절한 눈으로 상훈에 의해 방으로 끌여들어갔고
준수는 순화의 부축을 차갑게 뿌리치고 준호의 팔목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준호는 말없이 옷을 주워입으며 침대 한켠에 걸터앉았지만 그때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준수는
방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목의 상처를 손으로 문질러대고 있었다.
"미친자식! 죽어도 문제의 답을 알려주지 않을꺼야!"
"형.. 답을 알고 있어요?"
"그게 중요한게 아냐! 넌 어째서 그런 놈을 방안에 들이고 그 지경이 될때까지 저항하지 않은거야!"
"불쌍해서요.."
"뭐라구? 너도 미친거 아냐? 어떻게.."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이성을 잃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산장에는 여자가 두명이나 있는데
그분들에게 가지않고 저를 찾아온걸 보면 제가 더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잖아요.. 어쩌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깟 몸한번 내주는게 그렇게 대수는 아니잖아요.."
준수는 그의 말에 기가찬 표정을 지었다. 반쯤 미친 놈과 싸워가면서 구해주었더니 한다는말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그는 준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몸을 내어주는게 대수가 아니라구? 너 제 정신이야? 미친건 혹시 너 아냐?"
".........................."
준수가 눈을 부릅뜨고 어깨를 흔들며 노려보자 준호는 고개를 떨군채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내 인생이 원래 이런걸.. 좋아하는 사람은 늘 저에게 관심을 안보이고 관심없는
사람들만 절 원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도 안을때 만큼은 절 원하고 기뻐하죠..
그게 잘못된건가요? 전 상처를 많이 받아봐서 잘 알아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날 거부했을때 느끼는
절망감 만큼이나 내가 거부하는 사람들도 그런 느낌을 받겠죠.. 전 그게 싫을 뿐이에요..
외면 당한다는게 얼마나 가슴아픈지 알기 때문에 같은 상처를 주고싶지 않은거라구요!"
준수는 준호의 말에 잠시 할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알수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초초해 한다는건 알았지만 버려두면 굉장히 위험하다는것 역시 느낄수 있었다.
"그런 상처를 잘 안다치자! 그렇다구 자신은 어떻게 되던말던 상관하지 않는다는거야?"
"형도 어짜피 저따위는 아무런 관심 없잖아요.."
"뭐?"
"늘 그래와서 익숙해요. 제가 원하는건 한번도 이루어진적이 없었죠.. 그러니까 형도 저에 대에
상관하지 말아요.. 다치게 해드린점 미안해요. 사과할께요."
준호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있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아직 묻고 싶은것이 있는 준수는 그의 팔을 움켜쥐고 다시 침대로 앉힌다.
"말을 꺼냈으면 똑바로 끝내야지! 내가 너에게 관심이 없다는건 또 무슨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신경쓰지 마세요.."
"똑바로 말안해? 화내는거 보고싶어?"
"지금도 화내고 계신걸요?"
"아무튼.. 내 얼굴 보고 똑바로 말해. 무슨뜻이야?"
"형이 좋다구요! 처음 봉고차 안으로 들어설때부터.. 아니.. 형이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을때부터
첫눈에 반해버렸다구요.. 왜 저한테 이런 부끄러운 말까지 시키는거에요.. "
"..........................."
"지켜달라는말.. 그런거 아무한테나 하는 바보가 어디있어요! 정말 믿을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라도 그런말같은거 안할꺼에요.. 하지만 형은 그런말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죠?
그저 형의 눈에는 제게 어린 동생으로 밖에 안보일테니까요.."
"단정짓지마. 내가 너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그렇게 단정짓지 말라구."
"네?"
"너가 아무에게나 지켜달라는 말을 하지 않듯 나 역시 아무에게나 지켜준다는 약속은 안해."
"형.."
"그런눈으로 보지 말고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궁리나 해봐. 무사히 나갈수 있다면 그 후에
우리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할수 있을테니까.."
"형.."
"지금 네 방으로 가서 짐싸들고 와. 앞으로는 나와 같은 방을 써라. 불편하겠지만 그게 좋겠어.
그리고 또 알량한 동정심으로 아무에게나 그런짓을 하면 용서안한다! 그것만 약속한다면
내가 죽는한이 있어도 여기서 너 하나는 지킨다."
"고마워요.."
"빨리가서 짐 챙겨와! 어린놈의 자식아.."
"네..헤헷.."
준호가 물건을 대충 챙겨와 준수의 방으로 이동한뒤 둘은 말없이 침대에 누워서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산장은 흉흉한 회청색 빛을 일렁이며 어둠속에 묻여버렸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던 준호가 몸을 일으켜 준수를 내려다보았다.
"뭘 그렇게 봐?"
눈을 감고 있던 준수는 시선을 느꼈는지 눈을 뜨고 손을 들어 준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준호는 그의 손을 양손으로 가만히 쥐고 뺨에 가져다대며 말을 꺼냈다.
"형. 아까전에 그랬죠? 답을 알고있다고.."
"난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아니에요. 아까 분명히 그랬잖아요. 미친놈! 죽어도 문제의 답을 알려주지 않을꺼야! 라고.."
"그랬었지."
"답을 알고 있는거죠?"
"그래. 알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거에요?"
"아니. 몰랐어. 갑자기 떠오는것 뿐이지."
"그럼 빨리 답을 알려줘야죠. 벌써 8시가 넘었어요."
"싫어. 그런 비상식적인 놈은 그냥 죽으라고 냅둬!"
"그래두요.. 형.."
준호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자 준수는 누운채로 그의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 속삭였다.
"정확한 답이 아닐지도 몰라..내가 원래 헛다리를 잘 집거든.."
"그래두요.. 답이 떠올랐다는것 자체가 의미있는거 아닌가요? 도저히 모르겠던데.."
"내 목에 이런 상처를 남긴 놈이 뭐가 좋다고 덥썩 답을 알려주겠어? 조금 놀려주려는것 뿐이야..
긴장하고 반성할때까지 지켜보다가 말해줄 작정이거든.. 그러니 조금만 이러고 쉬자."
전부터 남들이 못푸는 수수께끼나 소설속의 트릭들을 잘 맞춰오던 그였다. 그러므로 준수 스스로도
자신이 생각한 답이 오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괘씸죄를 물어 놀려주려는 의도일뿐..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쉬던 그들이 11시가 되어 방문을 나서자 다들 컴퓨터가 놓여있는
8번 방 앞에 모여있었다. 그가 준호의 어깨를 감싸앉고 천천히 걸어가자 동팔은 풀이죽은듯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궜다. 아마도 정말 자신의 죽음을 확신한 모양.
준수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고 모두들 그를 따라 들어오자 입을 열었다.
"다들 생각은 해보셨나요? 이름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무리야. 떠오르질 않아."
진주가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 앉자 다들 한숨을 쉬며 따라 앉았다.
동팔도 아까의 기세와는 달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구석에 자리를 잡고 기대어 앉았다.
"제가 나름대로 답을 생각해봤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정말요? 답을 알아낸거에요?"
"어서 말해봐요. 준수씨!"
그의 한마디에 다들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바짝 다가가 앉았다.
답을 알았다는 말에 놀란건 동팔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에 대한 힌트가 식탁의 음식이였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그 음식들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
계속 동분서주 한거구요. 하지만 답은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어요."
"하긴.. 그 많은 음식에서 이름을 찾아낸다는건 너무 범위가 넓지.. 그럼 답이 뭔가요?"
"문제를 내면서 출제자는 의도적으로 자세한 힌트를 주어 모두의 정신을 교란시키고 있어요.
잘려져나간 팔에 칼을 쥐어놓은것처럼 식탁위에 음식도 마찬가지였던거죠. 우리가 음식의 이름을
조합하고 연관성을 찾기위해 매달리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거에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봐요. 준수씨."
"사실 정답은 식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라는 말이죠. 식사에 꼭 필요한 것임에도
식탁위에 없었던게 두가지가 있어요."
"뭐가 없었지.. 전 모르겠네요."
진주는 준수의 말에 일일히 끼어들면서 질문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던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준수는 낮에 그렸던 그림을 펼쳐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식탁위에 빈 물컵이 있었죠? 그것도 사람수에 맞춰서 말이에요. 물컵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물이 담긴 물병도 있어야 해요. 하지만 식탁위에도 냉장고에도 물병은 없었죠.
그러므로 첫번째 글자는 물을 의미하는 수(水) 가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준호는 손뼉을 마주치며 준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준호에게 눈웃음을 보여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두번째는 모든게 완벽한 식탁에 제일 중요한 밥이 없었죠? 국그릇에도 북어국이 담겨져 있었는데
밥이 없다는건 말이 되질 않아요. 제가 살펴본 결과 밥통에도 밥은 되어있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밥을 차려놓을 생각이 없었던거죠. 이쯤 말하면 무슨말인줄 알겠니? 준호아?"
"형! 대단해요.. 이제야 알겠어요.."
"그럼 네가 직접 말해봐."
"밥은 쌀로 만드는거니까 쌀을 한자로 변환해보면 쌀 미(米)자가 되는거네요?"
"맞아. 그러므로 두번째 글자는 쌀을 의미하는 미 가 되는 것입니다."
그의 설명에 모두들 이해가 간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늘 쌀쌀맞았던 진주도 준수가
대단하다는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럼 이름은 수미 가 되는거군요?"
"네. 우선 수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반대로 미수가 될수도 있어요. 상황에 맞춰서 이름의
앞뒤를 바꿔가며 입력해보면 될것 같아요."
"준수씨. 멋져요!"
다들 안도했다는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시 기다리자 정확히 11시 30분에 컴퓨터가 스스로 전원이
켜지며 작동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푸른 화면에 간략하게 질문이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왼쪽 하단에는 30분 부터 거꾸로
시간이 흐르며 카운트가 작동되고 있었다.
"순화씨. 어서 답을 입력하세요."
"네. 우선 내 이름부터 입력해야 되겠네? 성은 손 씨로 해볼께요."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손 수미
[Enter]
-Not Clear-
"정답이 아니래요!"
"순화씨. 그럼 이름을 뒤집어봐요."
"네. 알겠어요."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손 미수
[Enter]
-Not Clear-
강하게 확신하고 있던 두 가지의 답이 모두 오답이라고 나오자 다시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 마른침을 연신 삼켜대던 동팔은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나오며 외쳤다.
"그럼 아까 내가 말한대로 도 씨로 해봐요. 이름도 바꿔서 두가지 다 해봐요 빨리!"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도 수미
[Enter]
-Not Clear-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도 미수
[Enter]
-Not Clear-
"뭐야! 둘다 안되잖아!"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틀린거지?"
강하게 확신하던 4가지의 이름이 다 틀리자 시간에 쫒긴 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준수는 자신이 생각한 이름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확신이 들었으니까..
그는 다시한번 시체를 떠올리며 곰곰히 생각했다.
그들의 타는 마음도 모른채 시간은 어느듯 9분대로 떨어져 있었다.
9분내에 입력하지 못하면 동팔은 살해되고 말터..
"으아아아악!! 나갈꺼야!! 여기서 나갈꺼야!!"
"동팔씨 진정해요! 우린 여기서 못 나간다구요!!"
"이거놔! 차라리 나가서 죽는게 낫지. 여기서 미쳐버리긴 싫단말야!!"
동팔은 산장밖으로 나가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준수는 그의 고합소리가
신경이 쓰이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큰 덩치에 동팔을 잡고 말리느라 그의 양 팔을 붙들고 매달려있는 상태였다.
"아!"
준수는 무언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지 작은 탄성을 지르며 일어났고 소란을 부리고 있었던
그들도 일순간 그에게 집중하며 얼음처럼 행동을 멈췄다.
"알겠어요! 틀린건 성이였어요!"
"뭔데요? 시간이 없어요 빨리 말해봐요!"
"과다출혈을 일으키려면 힘들게 팔을 자르지 않아도 가슴을 찌르거나 등을 찌르면 간단하잖아요.
그런데 굳이 팔을 자른 이유는 그것을 보라는 의미였어요."
"그래서 제가 손이라고 말했잖아요."
"그게 아니라 양팔을 다 잘랐는데 오른쪽 팔은 완전히 잘려져있고 왼팔은 너덜거린채 몸에 붙어
있었잖아요. 그게 답이에요. 왼팔은 아직 몸에 이어져 있으니 그녀가 잃은건 오른팔 하나라고 봐야죠.
답이 손이라면 손이 아니라 손의 한자인 수(手)가 되야 맞는거잖아요. 결론은 오른쪽을 의미하는
우(右)가 그녀의 성이였던 거에요."
"그럼 손 수미가 아니라 우 수미가 되는거군요?"
"한번 해봐요. 어서요!"
남은 시간은 6분.
맘이 급해진 순화는 떨리는 손목을 부여잡고 급히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우 수미
[Enter]
-Not Clear-
"이것도 아니래요! 어쩌죠?"
"그럼 이름을 반대로 바꿔 넣어보세요. 빨리!"
"네."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우 미수
[Enter]
종료에 가까워지는 시간이 어지럽게 뇌리에 박히면서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멈춘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화의 손이 엔터를 치는 순간 다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two-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제발.."
-Not Clear-
"이것도 아닌가봐요!"
"어떻게해.. 난몰라.."
마지막 답까지 오답으로 나오자 정답을 써넣던 순화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엎드려버렸고
다들 넋이 나간듯 멍하니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자 팔짱을 끼고 서서 지켜보던 준수가 헛웃음을 치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순화씨. 긴장하지 말고 다시 답을 적어요."
"네? 답이 없잖아요?"
"마지막게 정답입니다. 다시 천천히 써넣어보세요. 빨리!"
눈물을 글썽이던 순화는 준수의 말에 팔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답을 써넣기 시작했다.
정답자 이름 : 최 순화
정답 : 우 미수
[Enter]
-Clear-
"아깐 이게 답이 아니었잖아요?"
"답은 맞는데요 순화씨가 긴장했는지 엔터를 치기전에 손이 미끄러지면서 /를 같이 쳐버렸어요.
그래서 오답처리가 된거죠."
"그렇구나!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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