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화가 준수의 팔을 흔들며 기뻐하자 료가 다음 미션이 시작되었음을 알렸고 그들은 일제히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준호가 큰소리로 자신의 방에 메모가 있음을 알리며 뛰어나왔다.
사람들은 우르르 복도로 모여들었다.
"제방에 있네요. 읽어볼까요?"
"아..문제 푸는데 정신팔려서 지켜보지 못했어.. 메모를 가져다놓는 사람이 분명 있을텐데.."
료는 자신이 지키고 서서 범인의 얼굴을 보고싶어했는데 아쉽다는 얼굴로 벽을 세게 한번 쳤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메모지를 펼쳐들고 또박또박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장의 비밀. 제 4장*
네번째 주인공은 이준호 님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본인의 이름을 확인해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동반자로는 최 순화 님이 선택되었습니다.
이준호 님이 정답을 맞추지 못할경우 최 순화 님께서는 12시간안에 살해당하게 될것입니다.
참고하시고 최선을 다해 미션을 수행해 주십시오.
*Mision = 거실의 시계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5개의 방을 통과해 정답을 입력하라.
*Hint = 1.시계 뒷편에는 산장 지하와 연결되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 계단으로 내려가면 다섯개의 방이
있고 각 방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각각 하나의 함정이 존재합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힌트에 대해 나와있는 책 하나를 선물하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전원이 힘을 합쳐 5개의 방을 통과하고 나면 정답을 입력할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공간으로 들어서면 10분의 시간이 주워집니다. 10분내에 정답을 맞추고 입력하는것이 이번
미션입니다. 단. 10분 안에 빠져나오지 못할경우 돌아가는 입구가 자동 폐쇠되며 성공하고
다시 5개의 방을 되돌아올때는 처음과는 다른 문제와 함정으로 변환됨을 알려드립니다.
5개의 방은 모두가 같이 통과해야하나 정답을 입력할수 있는 공간은 정답자 혼자 들어가도
무방합니다. 이정도면 자세한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실로 내려가보십시오.
2. 시계의 열쇠 -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들에게 있을찌어다 아멘.
오늘 미션은 정답 제출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미션 시작 시간으로부터 24시간 안에 정답으로 맞추고
되돌아오면 되는 것입니다. 단 이번 미션은 동반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위험한 미션인만큼 미션
자체를 피하고 산장내에 남아계시는 분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미션 시작 시간으로부터
9시간 이후까지 산장내에 남아계시는 분이 있다면 그분의 목숨은 제가 직접 거두어 드리겠습니다.
반드시 숙지하시고 행동을 같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Master. H-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왜 점점 미션에 대해 이해하기가 어려운거지? 통 이해가 안가네. 준호아."
"네. 료형."
"네가 다시한번 정리를 해줘야겠다. 나 문제만 읽으면 정신을 못차린다."
"네. 그럴께요. 오늘 미션은 전혀 다른 방식이네요. 24시간이 주워진건 같지만 전에는 힌트를 주고
충분히 푼다음 30분안에 컴퓨터에 입력했잖아요? 그러나 오늘은 좀 복잡한것 같아요.
우선 거실의 자명종에 대한 힌트를 풀면 뒷편에 숨겨져있는 공간이 나타나나봐요. 그곳으로 들어가면
방이 하나 나오는데 방 입구에 힌트가 적혀져 있다네요. 그 힌트를 풀고 비밀번호를 입력한후에
방 안으로 들어가면 뭔가 위험한 함정이 있는것같아요. 그것을 통과하면 두번째 방이 나타나고
그 다음은 세번째방.. 이런식으로 다섯개의 방을 통과하면 제일 끝에 정답을 입력할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나봐요. 그 방문을 연순간 10분이라는 시간이 주워지구요.. 방안에 정답을 입력할수있는 기계와
힌트가 같이 존재하는 모양이에요. 즉 미리 생각하고 답을 입력할수가 없다는 말이죠. 10분안에 문제를
풀고 나와 성공을 하던지 아니면 실패를 하던지 무조건 그 방을 빠져나와야 한데요. 안그러면 돌아가는
길이 폐쇠되니까요. 그리고 산장까지 되돌아오려면 다시 5개의 방을 지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처음
들어갈때와는 다른 비밀번호랑 장애물로 바뀌어 나타나게 된데요. 결론은 답을 맞추던 못맞추던
우리는 10 가지의 방을 지나야 한다는 소리죠."
"잠깐만! 그런게 어디있어? 정답 하나를 맞추자고 그런 고생을 하란말이야? 장애물이 있다면 누가
다치거나 죽을수도 있다는 거잖아?"
"네. 이번 미션은 너무 어려울것 같아요."
"마스터 H 가 이딴문제 다시 안내겠다고 했잖아!"
"그가 말한건 답이 없는 문제는 두번다시 내지 않겠다는 것이였어요. 이번에는 확실한 답이 있나보네요."
료가 광분한듯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자 벽에 기대어서서 파르르 떨고있던 순화가 입을 열었다.
자신이 살인 명단에 오르자 충격을 받은 모양이였다.
"저..저기요.. 저는 괜찮아요.. 정말 무섭긴.. 하지만요.. 괜히 들어..갔다가 .. 모두 무슨일이.. 생기면
어떻게..해요.. 그러니 ..우리.. 들어가지.. 말아요.. 위험할것 같아요.."
순화는 진심인지 아닌지 조차 파악할수 없을만큼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준호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그건 안되요. 누나."
"내가..살겠다고.. 다른..사람들.. 위험에.. 빠트릴수는.. 없잖아.."
"누나. 사실은 무서운거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미션을 포기하고 산장에 남아버릴까
두려운거잖아요.. 그러니 그런말 하지 마세요."
".........................."
"그리고 어짜피 들어가야해요. 지금부터 9시간후.. 그러니까 오전 9시까지 지하로 내려가지 않고
산장에 남아있는 사람은 살해당할테니까요."
"너무해.. 흑.. 정말 너무해.."
유달리 마음이 여리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순화는 진주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감당할수 없을만큼 큰 벽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고 준호가 그녀를 달래주는 사이 동팔이 잽싸게 거실로
내려가 무언가를 들고 올라왔다.
"이것이 이번 힌트 인가봐요."
"성경책이네?"
동팔이 들고 올라온건 다름 아닌 성경책이였다.
모든 힌트가 성경책 안에 존재한다는 말인듯했다. 준수는 그에게서 책을 받아들더니 쭉 넘기며 말했다.
"큰일이군요.. 전 성경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어서 도움이 못될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많은
내용들 속에서 어떻게 정답을 찾죠? 한권을 다 읽는것 만으로도 족히 3~4일은 걸릴텐데 말입니다."
"성경이라.. 거참.. 가지가지 하는군.."
"지금은 우선 생각을 접고 잠시 쉬어야겠어요. 오전 9시까지라고 했으니까 그 전에만 지하로 진입하면
되는것 아닙니까? 얼마나 오래걸릴지도 모르는데 당장 들어갈수는 없습니다. 우선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아침 7시에 거실로 모이는걸로 합시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될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식당에서 음식을 조금 싸가지고 들어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준수씨.. 성경책 저 주세요. 저 종교가 기독교라 성경은 익숙한 편이에요. 제가 신약과 구약별로
나누어서 각 서별로 표시해놓을께요. 그래야 시간을 절약할수 있구요."
"네. 고마워요 순화씨. 너무 걱정마시고 조금이라도 잠을 청해보세요. 아셨죠?"
순화는 준수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고 그들은 아침 7시에 식당에서 모이자는
약속을 한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준호는 더웠는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욕실로 향했고 한참을 씻더니 윗옷을 벗은채 머리를 털며
걸어나왔다. 대충 머리에 물기를 제거하자 곧바로 침대로 누웠고 준수는 한참 메모지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빠져있다가 기지개를 켜고는 침대로 다가와 앉았다.
"무슨 생각으로 내 앞에서 옷을 벗고 있는거야?"
"더워서요. 여긴 에어컨도 없고 씻어도 끈적거려요. 어짜피 남자끼리인데 뭐 어때요?"
"아니? 그렇지 않아."
준수는 고개를 숙여 허공을 바라보던 준호의 눈에 시선을 맞추더니 귓바퀴를 살짝 물었다.
그러자 준호는 화들짝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아기같아. 피부가 부드러워."
"형?"
"잠시만 이대로 있어줄래?"
준수는 준호의 뺨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는 목으로 내려갔다.
고운 비단처럼 부드러운 살결에 취해 그는 조심스럽게 이곳저곳을 핥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준호는 그의 행동에 어쩔줄 몰라하며 다리를 웅크리고 목을 끌어안았다.
"형.. 나 느낌이.. 이상해요.."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을께.. 잠시만 참아.. 오늘 내 편을 들어준것에 대한 상이야."
"하..아..."
준수의 눈길을 사로잡는것은 그의 몸중에서도 일자로 가늘게 잘빠진 쇄골뼈였다.
준수는 손으로 쇄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혀를 굴려 왼쪽 가슴을 이곳저곳 핥았다.
사람의 체온의 근원..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심장의 박동은 그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경의롭게 생각하는 유일한 곳이였다.
그는 한참을 준호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점점 박동이 빨라지며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거세지자 준호는 민망하다는듯 두손으로 눈을 가려버렸고
준수는 입을 가져가 핏줄이 가장 도드라져나온 가슴 가장 자리를 강하게 끌어당기며 진한 자국을
남겼다. 성감대를 자극받은 준호에게서 듣기 좋은 신음성이 터져나오자 준수는 멈추지 않고 자신이
남긴 표식을 중심으로 주변을 돌려가며 자극시켰다.
"형.. 저 생각보다 예민해요.. 이제 그만하세요..아..윽.."
"그냥.. 보다보니 예뻐서.. 기분이 안좋은거니?"
"그게 아니라요..자극이.. 앗!!!! "
"왜그래? 이준호?"
준호가 몸을 지탱하느라 침대 가장자리에 손을 뻗었을때 차가운 감촉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의 비명 소리에 놀란 준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준호의 손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손목을 눌러 지혈하며 침대의 가장자리를 살펴보았다.
"식칼..이잖아? 이런게 왜 내방에 있는거지?"
"형! 이거.. 전에 식당에서 없어진.."
"뭐?"
"전에 도우미 아줌마 시체 없어지고 음식이 배달되어 있었던날 아침.. 식당에 들어가보니 전자렌지가
새로 생겼었잖아요. 알고 계시죠?"
"그건 알아. 나도 음식을 데우기 위해 몇번 사용했었으니까."
"그때 식칼 한자루가 사라졌었어요. 전날엔 5자루가 있었는데 그날 아침엔 한자루가 없었어요."
"그런데 왜 말 안했어?"
"그날 상자열쇠 찾느라고 모두 바빴잖아요. 말씀드린다고 하다 잊고 있었어요..그런데 왜.. 이게
여기 와있는거죠?"
"우리가 없을때 이 방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건가?"
"그런가봐요.."
"이준호. 여기서 형에게 솔직히 말해.. 정말 내가 널 믿고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거지?"
"네?"
"나에게 조금이라도 거짓을 말하거나 숨기는게 있느냐는 말이야. 우리 사이에 작은 비밀이라도 있다면
서로를 신뢰할수 없어. 이 칼에 대해서 넌 정말 모르는거지?"
"그럼요! 죽는다 해도 맹세해요. 정말 몰라요."
"그럼 됬어. 서랍에 구급약품 있더라. 어서 치료하자."
준수는 구급약을 찾아 준호의 손을 치료해준다음 피묻은 칼을 잘 닦아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되돌려놨다
그리고 준호의 옷을 정리해준 다음 불을 끄고 잠 자리에 들었다.
자신의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잠들어버린 준호를 조용히 바라보던 그는 감기는 눈을 억지로 참아가며
생각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생각이 하나로 모여지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의식이 암흑속으로 묻혀들어갔다.
-너와 나의 앞날은 어떻게 될것인가..
"다들 일찍 일어나셨나봐요?"
"순화씨가 가장 늦게 일어났어요~"
"죄송해요..후후.."
가장 늦게 식당에 도착한 순화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들고 식탁에 앉았다.
이미 간단한 식사를 마친 준수는 자신의 스포츠백에 이것저것 음식을 담기 시작했고 모두들 식사와
세면을 마친 오전 8시.. 그들은 2M가 넘는 커다란 자명종 앞에 모여들었다.
"이제 시작이군요.. 잘 할수 있겠죠?"
"여지껏 잘 해왔잖아요. 걱정마세요."
료와 상훈은 서로를 위로하며 시계를 나뭇결 방향으로 쓸어내리고 있었고 준호는 메모지를 펼쳐들고
힌트를 크게 읽었다. 료는 붕대를 감고 있는 준호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들에게 있을찌어다 아멘... 이게 시계를 여는 첫번째 힌트라고 했어요.
뭐 어쩌라는 거죠? 저는 성경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준호아 걱정마. 이 누나가 또 한 성경 하잖니~ 후후 .. 학창 시절에도 성경 읽는거 좋아해서 교회에서
성경 구절 찾기 대회가 열리면 늘 일등했었다구 내가~"
"와! 다행이에요. 누나!"
준호가 그녀의 말을 듣고 기뻐하자 순화는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성경구절은 셀수없을만큼 많아요. 제일 크게는 구약과 신약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 수십개의 서로
이루어져 있어요. 하지만 이번 힌트는 정말 쉽네요. 후후.. 그 많은 말씀구절 가운데 끝이 '아멘' 으로
끝나는건 한 구절 뿐이에요. 성경 가장 끝 부분인 요한계시록(신약)의 마지막 구절이죠."
"그게 시계 하고 무슨 관련이 있다는거요?"
"음.. 힌트의 구절은 요한계시록 22장 21절 말씀이에요. 어젯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이것이 시간을
나타내는게 아닐까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것 처럼 22시 21분에 시계를 맞추고 밀면 열리지 않을까
해서요. 너무 말도 안되는 소린가?"
"아니에요. 순화씨. 그 생각 맞는것 같아요. 22시라면 10시니까 10시 21분에 맞춰볼께요."
"잠깐.. 우선 시계가 어떤 식으로 열리나 확인해보구요."
동팔은 자신의 키보다도 큰 육중한 시계를 끙끙대며 이리저리 밀어보았다.
그러다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밀자 덜컹- 소리와 함께 조금씩 밀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힘으로는 쉽게 열리지 않자 남자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시계를 밀었고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상훈은 그곳의 벽을 주먹으로 톡톡 쳐가며 말했다.
"역시 속이 비어있군요? 순화씨 말대로 시계를 돌려봐요. 이 벽이 열려야 들어갈수 있을것 같네요."
상훈의 말에 그들은 다시 시계를 원위치 시키고 8시10분을 향하고 있는 시계를 조금 돌려 10시 21분
으로 맞춘뒤 다시 시계를 옆으로 밀어 재꼈다. 하지만 벽은 변함없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자 준호가 벽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시계에도 오전 오후가 있잖아요. 그러니 바늘을 크게 회전시켜서 오후 10시 21분으로 해봐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동팔은 다시 시계를 원위치로 밀어놓고 시계 바늘을 조심히 돌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오차라도 날까 정신을 기울여가며 바늘을 돌리자 10시 21분을 알리는 지점에서 열쇠가
들어맞듯 탁- 소리와 함께 기분좋은 떨림이 전해지며 벽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혹 시계가 넘어질까 염려되 벽이 진동하는동안 시계를 붙잡고 있었고 어느정도 잠잠해지자
다시 시계를 옆으로 밀어 확인했다.
"콜록.. 아오.. 먼지봐!"
"열리지 않은지 꽤 오래된것 같은데요? 컥.."
"나 먼지 알레르기 있는데.. 숨을..콜록.. 못쉬겠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온통 빛이 바래 버린듯 뿌연 공기와.. 머릿속까지 파고드는 지독한 먼지..
철거된 낡은 건물을 연상시키는 그을린 자국들과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칠..
그들은 곰팡이가 피어있는 벽에 옷이 닿지 않게 신경쓰면서 아래로 내려갔고
제일 뒤에 서 있던 순화는 기관지가 약한 탓에 연신 콜록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계단이 많고 깊었으며 어두운 계단을 다 내려가자 흉물스러운 철문 옆으로 녹색빛을 내며
비밀번호를 입력할수 있는 작은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화면에는 작은 글씨로 간단한 힌트가 씌여 있었다.
*지팡이를 들고 손을 바다 위로 내밀어 그것으로 갈라지게 하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 육지로 행하리라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 : - - - -
힌트를 읽던 료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거리자 코를 문지르며
기침과 재채기를 번갈아가며 하던 순화는 그들을 밀치고 서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 이 말씀은 모세의 기적을 말하는것 같네요."
"모세의 기적이요? 그게 뭐죠?"
"료씨. 우리나라의 홍해의 기적을 아시나요?"
"아뇨. 저는 한국에 대해 잘 몰라요. 지식은 익혔지만 여행을 다녀본적도 없구요.."
"다른분들도 모르시나요? 홍해의 기적에 대해?"
"전 알아요. 일년에 한번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길이 생기는것이죠?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니 몰랐지만
홍해의 기적이라고 하니 알것 같네요."
"네. 준수씨 말이 맞아요. 우리나라의 홍해에는 일년에 한번씩 바닷물이 열려요. 이것은 모세가 하나님의
능력을 받아 자신의 백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때 이뤄냈던 기적이죠."
"그럼 이건 성경책 어디에 있는 말씀인가요?"
"잠시만요.. 출애굽기(구약) 인것까지는 알겠는데.. 저도 찾아봐야 할것 같아요.."
순화는 손에 들고있던 성경책을 펼쳐들고 손으로 집어가며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두운 곳이라 화면의 녹색 불빛에 의지할수 밖에 없었던 터라 가뜩이나 깨알같이 적혀있는 성경구절은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림자라도 생길까 멀찌감치 벗어나있는 상태였다.
눈을 가늘게 떠가며 한참을 읽던 순화는 책을 덮으며 밝게 웃었다.
"찾았어요! 모세의 기적. 출애굽기 14장 16절 말씀이네요."
"누나. 그럼 비밀번호가 1416 이겠군요?"
"아마도 그럴꺼야. 준호아 네가 정답자니까 이제부터는 직접 입력해."
"네."
준호는 그녀가 알려준대로 1416 을 누르고 엔터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굳게 닫혀있었던 문이 열리고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밝은 형광등은 아니였지만 벽을 둘러싸고 녹색 불이 촘촘히 켜져 있었고 약 10평 남짓으로 보이는
방안에는 어떠한 물건도 놓여져 있지 않았다. 바닥은 장판이 깔려있다거나 평범한 시멘트바닥이 아닌
알루미늄같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방에 함정이 있다고 알고 있던 그들은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방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문득 상훈은 예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큐브' 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큐브안에서 함정을 피해 다른방으로 이동하여 입구를 찾아내는 내용의 영화였는데 이곳역시
비슷한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단전에 힘을주어 짧고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팔이 기겁하며 화를냈다.
"상훈씨! 심장 마비 걸리는줄 알았잖습니까!"
"아.. 미안해요. 동팔씨.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이 나서 혹시 음성을 인식해서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테스트 해보던 중이였어요. 많이 놀랐나요?"
"앞으로는 예고 하고 해주십셔! 저 생각보다 심장이 약합니다.."
"하하.. 미안합니다. 주의할께요~"
동팔은 의외로 겁이 많았다. 그의 울상을 지켜보던 상훈은 웃음이 터져 참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준수는 그들이 말한 영화의 내용을 떠올리며 손에 들고있던 스포츠백을 내려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부스럭 거리면서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그의 손을 따라 빨갛게 잘 익은 사과 하나가 올라왔다.
"준수씨. 벌써 배고파요? 왜 사과를 꺼냈어요?"
"방에 아무것도 없다는것..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전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요."
준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허리를 숙여 바닥으로 사과를 힘껏 굴렸다.
가끔 엉뚱한 행동을 잘 하는 그였기에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한 힘을 받은 사과가 데구르르 굴러 반대편 문에 도달할것이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사람들앞에서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같에 바닥으로 사라져버렸다.
순화는 믿을수 없는 장면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모세의 기적!"
"이럴수가.."
"모세의 기적이에요! 함정은 힌트로 주워진 성경 구절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사과가 바닥을 진동시키자 얇은 쇠로 된 바닥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문이 열리듯 갈라져버렸고
그 안에는 발 디딜틈도 없이 촘촘한 가시들이 박혀있었다. 쇠로 만들어진 가시는 어림잡아도 한뼘
이상의 길이였으며 끝이 얼마나 뾰족한지 어둠속에서도 소름끼치게 반짝이고 있었다.
사과는 이래로 곤두박질쳐 쇠가시에 보기좋게 관통당해있었고 열려진 바닥은 잠시 공포를 조성하고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준수는 다시 손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고 진동을 감지한 바닥은 변함없이 열렸다가 닫혔다.
"여길 어떻게 지나가죠? 불가능 한거 아닐까요?"
"첫번째 방도 이러면 앞으로의 방은 어떻게 지나가! 그나저나 마스터 H 라는 놈 돈 많네? 돈이 남아돌아
감당이 안되나보지? 그러니까 이런 함정까지 만들어가며 사람들을 괴롭히지!"
동팔이 또 다시 흥분하며 날뛰자 준호는 그를 보며 한심하단듯 작게 혀를 차고는 준수에게 부탁해
한번 더 바닥을 쳐줄것을 부탁했다.
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바닥을 울렸고 준호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눈을 굴렸다.
"바닥이 열리고 닫히는 간격이 일정하네요. 형. 이번에는 한번 열렸다가 닫히면 바로 이어서 다시
쳐주실래요? 한 3~4번쯤 반복해서 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준호의 부탁을 받은 준수는 그의 요구대로 바닥을 진동시켰고 준호는 시계와 바닥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틈이 있네요. 진동이 느껴지면 그와 동시에 바닥이 열려요. 열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
그리고 완전히 열리면 10초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네요. 그리고 닫히는데 걸리는 시간도 3초.
그리고 완전히 닫혔을때 진동을 받으면 바로 반응하는게 아니라 약간의 틈이 있어요. 그걸 노려야해요."
"그 틈이라는게 얼마나 되지?"
"1초요."
"1초라.."
"결론은 한번 바닥을 연후에 닫힐때까지 기다리고 다시 진동을 시키고 반응대기시간인 1초 동안에
저 문앞까지 도달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방이 꽤 넓은 편이니 가속력을 받는 상태에서 한걸음 딛고 바로 문앞까지 뛰어야 한다는 거군?"
"아마도 그래야 할것 같아요."
"남자들은 가능하다고 치자. 하지만 순화씨는 힘들지 않을까?"
"형도 참.. 순화 누나 직업을 잊으셨어요? 에어로빅 강사인데 그정도 운동신경이 없을리가 없잖아요.
어쩌면 저보다 누나가 더 잘 뛸지도 몰라요."
"어머. 준호가 너.. 그거 내 칭찬인거지?"
"헤헤~ 그럼요~"
순화가 준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밝게 웃자 준호는 멋쩍은듯 얼굴을 붉혔다.
그들은 계단을 이용해 뛰어내려와 건너가는 방법으로 입을 맞추고 여러번의 확인 작업을 거쳤다.
준수는 바닥을 쳐줘야하므로 가장 늦게 출발하기로 했고 처음으로 상훈이 방을 건너갔다.
"휴.. 이거 생각보다 힘든데요? 꼭 멀리뛰기 하는것같아요. 오싹하네요."
"할만한가요? 상훈씨?"
"네. 시간만 정확하게 맞으면 충분히 할만해요. 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쪽 문앞에
안전한 공간이 좁기때문에 중심을 잃으면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릴꺼에요."
"다음은 순화씨 가세요."
"네!"
순화는 계단위로 올라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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