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팔은 선심쓰듯 크게 웃으며 준호가 말한대로 사진의 순서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시 벽은 전진했으며 물건과 가구들이 밀려 난장판이 되었다.
이제 남은 공간이 얼마 없어서 잘못했다가는 끔찍한 3번 방으로 되돌아가야 할판이였다.
동팔은 은근슬쩍 짜증을 내며 있는 힘껏 유리를 찼지만 유리는 꿈쩍도 하지않고
오히려 발이 통증을 느끼며 튕겨져 나갔다.
그때 준수는 동팔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유리의 비친 그의 모습을 보더니
사진과 대조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무릎을 있는 힘껏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팔씨! 그렇게 친다구 깨지지 않아요. 방탄유리에요."
"제기랄!"
"화내지마세요. 동팔씨가 말한 순서가 정답이니까요."
"정말요?"
동팔은 발을 부여잡고 욕을 하던것도 잠시.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는 준수에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팔씨가 말한대로 케잌을 들고 걸어오는게 시작이에요. 놀이공원에서 돌아오는것이죠."
"와..살다살다 내가 별걸 다 맞추네."
"하하.. 하지만 기뻐하긴 일러요. 해석이 틀렸거든요."
"아무렴 어때요! 맞추면 장땡이지..그럼 정확한 해석을 말해주세요."
"네. 우선 놀이공원에 다녀온 가족이 케잌을 사들고 돌아오는것부터 시작되요.
그 다음에는 아까 상훈씨 말대로 낮에 찍은 부모의 사진이 두번째가 되죠.
아이가 기뻐하는것이 세번째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주목하세요. 벽에 걸려있던 놀이공원
사진들과 케잌을 꺼내는 사진까지는 공통점이 있어요. 뭔지 아시겠어요?"
"그야.. 가족사진이라는 점.."
"물론 가족사진입니다. 하지만 사진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저때까지는 세명의 가족들만
등장하고 있어요.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다보니 하나 또는 두명의 사람만 등장하는거죠.
하지만 가족사진부터는 한사람이 더 등장합니다."
"세사람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기 때문입니까? 그건 자동으로 카메라를 설정해놓으면
간단히 찍을수 있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해서 아무생각없이 넘겼는데 확실히 이때부터 제 3자가 등장했습니다.
다음 야경사진을 보면 알수있을 것입니다."
"야경사진이 왜요? 그냥 사진인데.."
"아니에요. 자세히 보세요. 야경말고 창에 비친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보십시오."
"헉.."
준수의 말에 아무생각없이 사진을 들여다보던 동팔은 외마디의 비명을 질렀다.
언뜻보면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의 형상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동팔은 눈을 비비고 힘을 주었다.
"조금전 유리를 차던 동팔씨가 유리벽에 비추어졌어요. 그래서 떠올린건데요..
창가에 분명 세 사람이 있습니다. 남자 둘은 서로의 멱살을 잡은것같고 긴머리의
여자는 옆모습이 찍혀있는것으로 보아 아마 그들을 말리고 있을겁니다. 그날밤
그곳에선 싸움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니 가족 사진을 찍어준것이 제 3자였을
가능성이 생겨난거지요. 아이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내려다보다 우연히
찍게 된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 사진은.."
"네..보통 그런 싸움이 있은후에 태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마 드물겁니다.
사진 구석에 사람 손이 하나 나와있죠? 각도로 보아 사진을 찍은 사람의 손은 아닌듯 합니다.
사진속에서 엄마와 아이가 자고 있는데 만약 그 아이의 아버지라면 이런 사진을 찍지는
않았을거에요. 추측하건데.. 이 사진은 일가족 살해사건이 아닐가 싶습니다."
"그럼 사진옆에 팔은 죽은 아이의 아버지이고 사진을 찍은 사람은 범인이란 말인가요?"
"확실하진 않지만 제 예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준수가 말을 마치자 동팔은 어울리지 않는 어둡고 무거운 표정으로 사진의 순서를 바꿔넣었다.
그러자 유리벽이 덜컹- 하더니 천장으로 스스르 올라갔다.
그들은 5번째 방문을 앞에두고 모여들었지만 살인사건의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순화는 사진속 아이 얼굴이 눈에 밟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방이군요.."
문 앞에는 여전히 녹색 화면이 반짝였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곳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문 손잡이를 거칠게 올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방 중앙에는 또다른 방문 두개가 일렬로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방문은 여지껏 거쳐온 차가운 쇠의 느낌이 아니라 따뜻한 느낌의 월넛빛의 나무문이였고
손잡이 또한 꽃이 세공된 동그란 금색이었다.
방문앞에는 큰 글씨로 채워진 종이가 붙어있었다.
문위에 나무로 새겨져 있는 액자의 타이틀은 삶과 죽음이었다.
왼쪽 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있었다.
1. 비단 1kg을 얻기 위해서는 누에 6000마리가 필요하다.
2. 재채기를 너무 세게 하면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재채기를 참으려고 하면
목이나 머리에 있는 혈관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 또 재채기를 할때 억지로 눈을 뜨려고 하면
눈이 빠질 수 있다.
3. 사람은 평생동안 자면서 자신도 모르게 70여종의 벌레들과 10마리의 거미를 먹는다고 한다.
4. 고양이는 7층보다 10층에서 떨어졌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
5. 파티가 잦은 미국에서는 독거미에 물려 죽을 확률보다 펑 튀는 샴페인 마개에 맞아 죽을
확률이 더 높다.
6.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양말을 신을 것이 아니라 모자를 써야 한다. 몸의 열기 중 80%가
머리를 통해서 빠진다.
7. 바닷물 속에 있는 염분은 육지를 150m 두깨로 덮을 양이 들어있다
오른쪽 문의 내용이다.
1. 흰수염고래 새끼는 한시간에 4.5kg 하루에 1백kg 한달에 3 ton씩 체중이 늘어난다.
2. 세계 인구의 50%가 넘는 사람들이 여태껏 한번도 전화를 받거나 걸어본 적이 없다.
3. 한 시간 동안 헤드폰을 끼고 있으면 자신의 귀에 있는 박테리아의 수가 무려 700배나 증가한다.
4.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래는 'Happy birthday to you' 로 1936년 밀드레드와 패티힐이
작곡했는데 현재까지 로열티를 받는다.
5. 오리가 꽥꽥거리는 소리는 절대 메아리치지 않는다.
6. 사람이 8년7개월6일간 계속 소리를 지를 때 나오는 음파의 에너지를 이용하면 커피 한잔을
끓일 수 있다.
7.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한 사람에 비해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7.5배 높다.
"이거 완전 믿거나 말거나 같은 내용이네요?"
"그러니까 방을 잘 선택해서 들어가면 정답방이 있는 삶의 통로이고 잘못 들어가면 죽음의 방이라
이말이죠? 한번 들여다 볼까요?"
"순화씨는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몰라요? 마스터 H가 두번의 기회를 줄리 없잖아요."
"하긴.."
"문제가 아리송하네요. 다 정답같기도 하고 다 오답같기도 해요. 이건 다수결로 선택해보죠.
우선 저는 오른쪽 방이에요."
료가 오른쪽으로 다가서자 동팔이 은근슬쩍 그를 따라 묻어갔다.
준수는 망설임없이 왼쪽으로 다가섰고 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화는 눈치를 보다 자신이 아는 문제가 더 많은 오른쪽을 선택했다.
남은 사람은 상훈뿐이었다. 료는 상훈을 재촉했다.
"빨리빨리 정하고 여길 빠져나갑시다. 지겨워 죽겠어요."
그의 한숨섞인 푸념을 들은 상훈은 자신이 처음부터 생각한 왼쪽방의 문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동점이 되자 빠른 결정을 하기위해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과는 준수와 준호를 제외한 4명의 선택으로 오른쪽 결정.
"내 생각에는 왼쪽이 맞는것 같은데.."
준호는 아쉽다는듯 중얼거렸지만 단체생활에서 무시할수 없는게 다수결아닌가.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없이 자신을 위로하는 준수의
미소에 힘을 내어 사람들을 따라 오른쪽 방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습하고 비좁은 복도였다.
거미줄을 걷어가며 한참을 걸어들어가자 어둠속에 푸른 화면을 빛내고 있는 컴퓨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어린 아이처럼 환호하며 서로 기뻐했다.
하지만 그들은 죽을때까지 알아낼수 있을까?
이곳은 삶의 방이 아니라 죽음의 방이라는 사실을..
왼쪽의 방으로 나갔다면 컴퓨터가 있는 어두운 방이 아니라 아무런 함정없이 바로
산밑으로 내려갈수 있는 산장의 유일한 탈출구인 지름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저 혼자 들어갈께요. 다들 여기에 계세요."
"준호아. 들어서자마자 카운트가 시작될거야. 긴장하지말고 잘해. 모르면 큰 소리로 질문하고.. 알겠지?"
"걱정마세요. 준수형."
준호는 모두의 기대와 걱정을 어깨에 가득 짊어진채 천천히 문도 없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붉은색의 체온 감지기가 그를 감지함과 동시에 벽에 걸려있는 전자 화면이 켜지며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심호흡을 하며 곧장 컴퓨터로 걸어들어간 준호는 문제 화면에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미처 형상화되지 못한 말은 허공을 맴돌았고 충격에 휩싸인 머리는 침묵했다.
화면에는..
죽은 진주를 포함한 7명의 사진이 나란히 올라와있었다.
*Mision = 사진속 인물 가운데 마스터 H 를 찾아 이름을 적어 넣으시오.
-six-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말도 안되.. 어떻게 이런 문제가..
카운트가 벌써 7분대로 떨어져 있었지만 준호는 다리에 족쇄라도 채워진것처럼 꼼짝없이 서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준수는 이상한 낌새를 채고 한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지만 발소리가 울려퍼지자 준호는 질색을 하며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 질렀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세요! 방해되요!"
"이준호? 문제가 뭐길래 그래?"
"수학 문제에요.. 생각보다 복잡한.."
"그런데 왜 그래? 왜 그렇게 서 있어?"
"종이가 없잖아요.. 암산 중이에요.. 그러니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알았다."
준수는 준호의 반응이 못내 미더웠지만 그가 날카롭게 반응하자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넓은 방안을 진동하는 목소리가 공기중에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는건 알고 있었다.
-이 문제를 말 할수 없어.. 만약 모두에게 말했다가는 큰 혼란을 초래할거야..
-어쩜 좋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마에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남은 시간은 어느덧 5분 남짓..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준호는 못견딜만한 고통이 느껴질때까지 아랫 입술을 꼭 깨물고는 천천히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8번방에 있던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정답자의 이름과 정답을 적을수 있는 빈 공간이 있었다.
구석에는 작은 글씨로 친절히 설명까지 되어 있었다.
*답을 입력할수 있는 기회는 세번*
세번 안에 답을 맞추지 못하거나 시간이 초과 될 경우 컴퓨터는 자동 종료 됩니다.
7 명 가운데 도대체 누구의 이름을 써 넣어야 한단 말인가..
준호는 빠르게 눈을 굴려 화면 속에 사진을 훑어보았다.
-이상해.. 죽은 진주 누나까지 명단에 올라있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해..
-하지만 정말 답이 있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어..
-우리 중에 마스터 H가 존재 한다는것.. 혹시 서로 불신을 하게끔 유도 하려는게 아닐까?
기회는 단 세번.
준호는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자세를 바꿀때마다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가 무서워하는건 정답을 맞추지 못하는것이 아니다.
정말 일행중에 마스터 H가 있다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것 같은 두려운 생각이 엄습 해오고 있어서다.
그는 들리지도 않는 초침 소리에 괴로워하며 귀를 막은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손을 모으거나 서로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 잡으며 준호의 행동을 주시했다.
-해보자.. 이런 기분으로 포기하면 내가 먼저 미쳐 버릴지도 몰라.. 잘 생각하자.. 기억을 되돌려..
준호는 천천히 키보드에 손을 가져갔다.
3분 이하로 시간이 떨어지자 30초 간격을 두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우선 죽은 진주는 제외. 자신은 당연히 제외.
5분의 3 .. 운만 좋다면 60%의 확률을 잡을수 있을 터..
"준호아! 문제 풀었으면 어서 답을 적어! 3분도 안남았어!"
우선 처음 답은 저 목소리의 주인공.
자신이 사랑하게 되어버린 사람.. 권준수..
아닐꺼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
정답자 이름 : 이준호
정답 : 김 준수
[Enter]
-Not Clear-
눈에 핏줄이 불거져 붉게 물들만큼 화면에 집중하자 준수는 오답으로 판명되었다.
준호는 한번의 기회를 잃었다는 실망 보다는 기쁨에 안도했다.
두번째 답의 주인공은 그가 첫날부터 가장 많은 의혹을 품었던 료였다.
정답자 이름 : 이준호
정답 : 니시키도 료
[Enter]
-Not Clear-
료 역시 오답이었다.
두번째까지는 동료들이 오답이라는 사실에 기뻐했던 그였지만 막상 마지막 기회와 맞닥들이자
준호는 심각하게 고민 할 수 밖에 없었다.
남은 사람은 순화. 동팔. 상훈. 세 사람.
뇌가 명령을 내린것 같지도 않은데 그의 사고는 벌써 다른 가능성에 몰입하고 있었다.
-순화 누나는 유일한 여성이다. 만약 그녀가 H 라면 남자들 사이에서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하겠지? 씻을때도 혼자. 잠잘때도 절대 남자들이 다가가지 않는다.
-그녀가 답이라면 자신 외의 유일한 여성인 진주 누나를 살해한건 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
-동팔형이 H 라면.. 엉뚱할 만큼 돌발적인 행동과 다혈질의 성격은 모두 가면이 된다.
-모두가 생각하는 H는 목숨을 벌레보다 못하게 여기는 잔인한 사람이니..
-만약 그가 조커라면 그야말로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수 없다.
-상훈형은.. 어떻게 보면 가장 H 와 가까운 사람이다.
-그의 지식은 오랜 시간 습득한 노력의 결정체처럼 구체적이고 정확해.
-하지만 감춰진 이면은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자 준호는 울고 싶어졌다.
의심이 깊어질수록 모두가 H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준호는 다 포기하고 '없다' 라는 답을 써볼까 하는 생각 마저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1분의 경고음이 잘 갈려진 칼날처럼 귓구멍을 후비듯 파고들자 그의 손은
반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정답자 이름 : 이준호
정답 : 최 순화
막상 엔터를 누르자니 심한 갈등이 생겼다.
보이지 않는 10개의 눈동자가 뒷머리를 따갑게 후려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준호는 고개를 돌려 순화를 한번 바라보고는 그녀의 이름을 지우고 대신 상훈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그리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도록 눈을 질끈 감고 키보드가 부서질 정도로 세게 엔터를 눌렀다.
팍-
순간 눈 앞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컴퓨터가 동작을 멈춰버렸다.
눈을 감느라 답을 확인하지도 못한채로 말이다.
컴퓨터는 정확한 절차를 밟고 윈도우를 종료하는게 아닌듯 했다.
정전이 난것처럼 일부러 손을 대어 조작하는것 같은 강제 종료였다.
모든 전기가 꺼진듯 방 안이 어두워지자 준호는 손을 더듬거리며 서둘러 문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가 나온지 몇초 지나지 않자 입구에 두꺼운 철로 짜여진 셔터가 내려졌다.
"준호아! 어떻게 되었니? 맞췄어?"
순화가 손을 잡으며 급하게 물었지만 준호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입력과 동시에 컴퓨터가 꺼졌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하지만 그때 친절하게도 그의 대답을 대신 할만한 목소리가 복도 가득 울려 퍼졌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름끼치는 기계음이었다.
"축하합니다. 정답을 맞추셨군요. 이제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가 산장으로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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