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는 준수의 제안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자끼리 같이 씻는건 전혀 이상할것 없는 일이었다.
여자들이 같이 화장실을 가는것처럼 남자들끼리는 목욕탕에 같이 가서 우정을 쌓기도 한다.
하지만 어렸을때부터 자신의 빈약한 몸을 부끄러워했던 준호는 한번도 남들 앞에서 옷을
벗은적이 없었다.
그는 끝까지 싫다고 버티며 고집을 피웠지만 준수는 준호를 번쩍 들어올려 욕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각 방마다 딸려 있는 욕실은 두 사람이 씻어도 좁지 않을 정도의 크기었다.
"옷 입고 씻을꺼야? 어서 벗어."
"형!"
준수는 욕조에 물을 받으며 준호를 불렀지만 그는 욕실문의 고리를 꽉 부여잡고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준호의 행동이 우스웠던지 준수는 웃으면서 윗옷을 벗었다.
그리고 물이 어느정도 다 받아지자 나머지 옷도 벗어버렸다.
준호는 그의 나체를 보며 동상처럼 얼어 붙어버렸다.
군살없이 잘 빠진 몸매는 부러울만큼 감탄이었지만 역시 나체는 무리였다보다.
준수는 시선을 둘곳없어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준호를 강제로 끌어다가 허리를 꽉 움켜잡고 억지로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준호는 끝까지 발버둥을 치며 반항했다.
"밤 샐꺼야? 나 피곤해."
"저.. 놔주세요! 제가 벗을께요."
"남자끼리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
준호가 거의 애원하다시피 옷을 부여잡자 준수는 할수 없이 허리를 잡았던 손을 풀고 욕조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이 찰랑거리며 턱을 간지럽히자 눈이 저절로 감겼다. 좋은 기분이었다.
준호는 그가 눈을 감은 틈을 타 잽싸게 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른채 욕조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들어오는것을 확인하자 준수는 미리 준비해둔 타올을 집어들어 비누를 이리저리 굴렸다.
"우선 앉아. 몸이 좀 식으면 씻자."
"혼자 씻어도 되는데.."
준호가 비맛은 땡중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마주보고 앉자 그는 준호의 몸을 끌여당겨 자신을 등지고
앉게끔 돌려앉혔다.
힘으로는 그를 당할 수 없는터라 준호는 발버둥을 치면서 그의 품으로 딸려 들어갔다.
"거참.. 엄청 앙탈부린다 너? 내가 잡아먹어?"
"씻자면서요? 자세가 어째.."
"내 맘이야. 물 튀니까 그만 저항해. 너 혼나?"
살짝 협박하며 웃던 준수는 그의 어깨를 가만히 안았다.
머리에 코를 대고 있자니 좋은 향기가 밀려들어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었다.
"형? 뭐해요? 자요?"
"아니.. 머리 냄새 맡아."
"헉.. 냄새나요?"
"냄새나.. 좋은냄새.."
"좋은 냄새가 날 리가 없는데.."
"샴푸 냄새인가? 이거 좋다.."
"샴푸라봤자 산장 안에 있는건데요 뭘.."
"모르니? 같은 샴푸를 쓰더라도 사람마다 나는 향이 달라. 각자의 체취가 다르기 때문이야."
"그렇구나..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없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
"앗! 형!"
준수가 머리를 파고들며 손으로 가슴과 허리를 반복해서 쓸어내리자 준호는 기겁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을 읽은 준수는 팔이 힘을 주어 꽉 움켜잡고 행동을 계속했다.
준호가 몸을 약간 숙이자 차가운 물이 출렁거리며 얼굴을 간지럽혔다.
밤새 그의 머리에서 머물것 같던 준수의 입은 어느새 어깨로 내려와서 목줄기를 타고 번갈아 핥았다.
차가운 몸과 대조적으로 어깨에 따뜻한 혀가 닿자 몸은 금방 뜨겁게 달아올랐고 욕조를 강한
열기로 데워가고 있었다. 준호는 정신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빠르게 숨을 내쉬었다.
준수의 손길이 점점 빨라지자 준호는 손을 뒤로 뻗어 그의 목에 둘렀고 완전히 바닥에 주저앉았던
자세가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무릎을 댄체 체중을 뒤로 실고 살짝 몸을 세운 자세로 바뀌어버렸다.
준수는 준호가 자세를 바꾸자 머리를 뒤로 끌어당겨 강하게 키스했다.
조용한 욕실 안은 금새 그들의 나지막한 호흡소리로 가득찼다.
"네가 맘에 들어.. 돌아가도 나와 함께 해주겠니?"
"형.."
머리가 위로 들린채로 숨막힐듯한 키스를 반복하던 준호의 입가에 타액이 흘러내릴만큼 오랫동안
그의 입안 구석구석을 맴돌던 준수는 준호를 다시 돌려세워 자신을 향하게 하였다.
그리고 명치를 중심으로 심장이 뛰고있는 왼쪽 가슴 언저리로 입을 가져가자 준호가 그의
머리를 꽉 끌어앉고 작게 신음했다. 옆구리 근처가 예민하게 반응하는듯 했다.
준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자신의 어깨에 손톱을 세우기도 하고 머리채를 쥐어잡기도 하는 준호가
너무 귀엽다는 생각에 행동을 멈추지 않고 손을 들어 그의 뒤를 파고들었다.
그의 행동에 빠져들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준호는 갑자기 자신의 안을 파고드는 이물감에 다급히
저항했다. 야릇한 느낌에 머리가 저릿저릿했다.
"형! 거긴 안되요!"
"괜찮다고 말해줘. 좋다고..."
"하지만.. 물이 들어온다구요! 느낌도.. 아..이상하구.."
"처음 아니구나?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니 다행이네."
사춘기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고 남자를 만나왔던 준호는 관계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준수는 다른 상대와 조금 달랐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생겼고 머리도 좋고 이상형에 가깝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소녀들의 로망처럼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상대로 이처럼 가슴 뛰게 만든 상대도 준수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이토록 몸을 떨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이 아니라는것을 단번에 알아차리자 약간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준수에게 처음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었고 눈치빠른 준수는
자신의 말에 오해하지 말라며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널 나쁘게 보고 한 말이 아냐.. 난 과거는 필요없거든.. 앞으로는 내것일테니 상관없어.."
"하지만..."
"다시 내것으로 길들일거다. 그러니 앙탈부리지 말고 나에게 모든걸 맡겨."
"아..핫.."
차가운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며 내벽을 자극하자 준호는 엎드린 자세로 욕조 한쪽을 잡았다.
몸을 꽉 채우고 움직이는 그의 체온이 하나..둘..
몇개까지 늘었는지 모를만큼 한참을 입술을 깨물며 숨을 몰아쉬던 그에게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지더니
뒤이어 준수의 몸이 뜨겁게 그의 등에 포개어지더니 그의 것이 천천히 자신의 몸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는걸 느꼈다. 오랜만에 갖은 관계였기에 살짝 아픔이 느껴졌지만 잠시만 참아내면 고통이 쾌락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기에 꾹 참고 허리에 힘을 주었다.
"긴장 하지말고 허리에 힘빼. 미끌어지지 않게 잡아줄게."
"형.. 조금만 천천히 해줄래요?"
"걱정마. 부드럽게 해줄게.."
준호를 배려하듯 삽입한 상태 그대로 익숙해 지기를 기다리던 준수는 그의 허리에 서서히 힘이 빠지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작을 할때마다 물이 찰랑거렸다.
준호도 기분이 좋아지는지 서서히 듣기좋은 소리를 냈다.
"아....이제 형 하고 싶은대로.. 하셔도 되요..."
"아프지 않아?"
"익숙해..졌어요.. 그러니 조금 더.. 세게 해주세요..느낄 수 있을만큼 강하게.. "
"저항하더니.. 이젠 더 적극적이잖아?"
"그렇게.. 말하시면.. 아..핫.. 제가.. 할말이 없잖아요.."
"말 잘하면서.. 뭘 그래? 하하.."
준수는 삽입한 상태 그대로 그의 몸을 돌려 자신의 다리위에 앉혔다.
물에 젖은 그의 갈색 머릿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은근히 자극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도 잊을 정도로 오랫동안 서로의 몸을 갈구했고 애타게 사랑을 나눴다.
단 시간에 불같이 타올라버린 열정적인 사랑이었다.
-168 시간의 공포- *라시안*
아침 9시를 알리는 자명종 소리를 시작으로 하나 둘 씩 식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전날 무리했다는 핑계로 늦잠이라도 잤을텐데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볼을 꼬집거나 머리를 때려가며 자학을 하고 있었다.
지하실에 내려가 있는동안 또 누가 왔다 갔는지 깨끗한 옷과 수건. 음식등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준호가 식탁에 앉아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자 준수는 컵에 포도쥬스를 가득 따라가며 그를 깨웠고
동팔은 포장 되어있는 인스턴트 햄버거를 데우겠다며 전자렌지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처음 산장에 왔을때는 나름대로 시끌벅적 했었는데 두명이나 죽고 나니 그들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졌다
료는 분위기가 쳐져있자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며 빵에 땅콩버터를 바르며 말을 꺼냈다.
"순화씨가 안 보이네요? 피곤했나보네.. 늦잠을 다 자구."
"어제 충격이 좀 심했나봐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상훈씨가 순화씨 좋아했었잖아요. 아마 순화씨도 그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하긴.. 3자인 저도 그걸 느꼈을 정도인데 순화씨라고 모를리 있겠어요?"
"말은 안했지만 눈빛이 늘 순화씨에게로 고정되어 있었잖아요."
"그렇죠? 준수씨도 알고 있었네. 아무튼 마음이 안좋아요. 상훈씨만 생각하면.."
료가 한숨을 쉬며 빵을 한입 베어물자 모두들 다시 침울해졌다.
나름대로 아침식사였지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헷갈렸다.
동팔이 데운 햄버거를 입에 물며 식탁에 다가와 앉자 갑자기 식당문이 삐그덕 하고 열리더니
순화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의 모습이 반가웠던 사람들은 손짓을 해가며 들어오라고 재촉했지만 왠지 평소의 그녀와는
달라보였다. 잔뜩 헝크러진 머리라던가.. 눈치를 보는 겁먹은 표정이라던가.. 뭔가 낯설었다.
"순화씨? 뭐해요. 어서 들어와요."
료가 문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웃어보이자 갑자기 순화는 비명을 지르며 식당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열어 익히지도 않은 고기를 꺼내더니 실실 웃으며 접시에 담아
정신없이 뜯어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상한 행동에 잠시 멍하니 서있었지만 생고기를 뜯어먹는 그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준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그녀의 손에서 억지로 고기를 빼앗아 들었다.
"순화씨! 왜 이래요!"
"히히.. 맛있다.."
"순화씨?"
"빨리 내놔! 내꺼 빼앗가 가지마! 죽일꺼야!"
"정신 차려요! 순화씨!"
"히히.. 아저씨~ 말 잘들을 테니까 빨리 주세요. 배고파요~"
질겅질겅한 고기를 씹으며 맑게 웃는 순화의 얼굴은 또 다른 공포였다.
방어할 틈도 없이 찾아든 끔찍한 살인사건을 두번이나 목격한 그녀는 이미 정신을 놓은것 같았다.
감정의 기폭도 심한지 어린아이처럼 고기를 달라고 때를 쓰다가도 금새 돌변해 사납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더욱 기가 막힌것은 그녀가 가끔씩 내뱉는 말이었다.
"진주언니~ 언니도 이거 좋아하지? 내가 줄까? 히히.. 내가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우리 꽃구경 가자~ 언니가 데리고 간다고 했잖아. 내가 도시락 만들게~ 조금만 기다려. 히히히.."
사람이 극도의 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놓게 된다는 말을 비로소 실감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도록 무섭기까지한 그녀의 행동에 남자들은 어찌할바 몰라 손 놓고 지켜봤지만
그녀가 진주의 이름을 부르며 허공을 향해 웃을때는 정말 두눈 뜨고는 봐줄수가 없었다.
참다못한 동팔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소리를 질러가며 정신을 차리게 했지만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동팔의 외침은 한귀로 흘려버리고 계속 다른쪽으로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그녀를 지켜보던 준호가 눈을 부릅뜨고 탄식하듯 말했다.
"저거! 순화 누나가 들고 들어온 저 접시!"
"준호아. 왜 그래?"
"저 접시! 제가 저번에 말했잖아요. 첫날 식사할때 나왔던 접시가 모두 사라졌다구요! 그때 사라진
접시중 하나에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저걸 순화씨가 가지고 있는거지?"
"몰라요! 순화누나! 이 접시 어디서 났어요?"
"히히.. 넌 누구니? 누나랑 같이 놀래?"
"누나!"
준호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에게 접시의 행방을 묻는다는것 자체가 무리인듯 싶었다.
그들은 순화를 거들떠볼 여유도 없이 미션의 문제를 풀어야했다.
점점 짧아지는듯한 하루가 버겁게 느껴질만큼 다급했다.
그들이 식탁에서 몸을 일으키자 갑자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순화가 눈에 독기를 품고서 포크를
움켜쥐고 동팔에게 달려들었다.
놀란 동팔은 급한대로 몸을 피한뒤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버렸다.
그러자 우당탕- 소리와 함께 식탁이 밀려나며 그녀가 바닥으로 굴렀다.
"순화씨! 이게 무슨 짓입니까!"
"죽일꺼야! 죽여버릴꺼야!"
순화가 바닥에 누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발버둥을 치며 식탁을 발로 밀어내자 갑자기 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큰 사각형으로 된 판자 같았다.
동팔은 재빨리 뛰어가 그 물건을 집어들고 반대로 돌렸다.
그러자 준수가 다가와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아.. 이건 문제에 있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준수가 소리치자 료가 재빨리 몸을 숙여 식탁 아래를 살피더니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식탁 아래에 접착제로 고정시켜 놓았던 것이로군요! 순화씨가 발로 차서 떨어진거구요."
"그렇다면 그림의 내용이 곧 있는 장소란 말이 되겠네요."
"그런것 같아요. 의외의 수확이네요."
료가 식탁 밖으로 기어나오며 웃자 준수는 재빨리 그림을 가지고 거실로 나갔다.
식당에는 칼이나 포크등 위험한 물건이 많았기 때문에 순화를 데리고 나왔다.
그들은 그림을 탁자에 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름 그림의 행방에 대해 생각했다.
순화는 정신을 놓은 상태라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이제는 남자 네명의 몫.
그들은 힌트를 다시 한번 살피며 자신이 아는 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다 유명한 그림이네요. 산장 안에도 여러가지 그림이 걸려있었지만 다른 그림이었어요.
이 그림들은 확실히 숨겨져있는 모양이네요. 준수 형은 그림을 잘 그리니 그림에 대해서도 잘 알겠죠?"
"많이는 몰라도 유명한 화가와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편이지."
"그런데 여기좀 보세요. 그림 오른쪽 하단에 뭔가가 씌여 있네요? 이게 무슨 글자지? 페? 폐?"
"페가 맞는것 같은데?"
"보통 이 자리는 화가의 사인이나 낙관이 찍히는 자리 아닌가요?"
"그러게.. 다빈치 그림에 페라.. 무슨 뜻일까?"
준수와 준호가 서로 뜻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동팔은 별 관심 없다는듯이 다음 그림에 집중했다.
"피카소의 꿈. 이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요? 준수씨?"
"여인이 잠을 자고 있는 평범한 그림이에요. 자면서 꿈을 꾼다는 작가의 상상이죠."
"그럼 침대에 그림이 숨겨져있지 않을까요? 보통 잠을 자면 침대에 누워서 자잖아요."
"침대요?"
"네. 지금 가서 침대를 뒤져보고 올께요."
"동팔씨. 잠시만요. 이 그림에서 여인은 침대에 누워있는게 아니라 쇼파에 비스듬히 기댄채 잠들어
있어요. 빨간색 쇼파 말이에요."
"쇼파요?"
"아! 쇼파! "
준수는 자신이 말하고도 뜻을 늦게서야 알아챘는지 급히 고개를 숙여 쇼파 밑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역시 그곳에는 피카소의 꿈 이라는 그림이 그의 설명 그대로의 내용을 담은채 감춰져 있었다.
"우리 짐작대로 그림이 뜻하는 장소에 숨겨져 있나봐요."
준수가 그림을 들어 먼지를 털어내며 웃었다.
그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순화가 그림을 잽싸게 가로채더니 쇼파 주변을 뱅뱅 돌기 시작했다.
"히히.. 이거 내가 그린 그림이다~ 엄마. 나 그림 잘 그렸지?"
"순화씨. 이리 주세요!"
준수가 그림을 간단히 빼앗아들자 순화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욕을 해댔다.
하는 행동은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무척이나 공격적이었다.
준호는 순화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아주며 쇼파로 끌여들여 진정시켰다.
그녀는 아직도 준수가 마음에 안드는지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지만 준수는 그녀는 안중에도 없는듯
그림을 내려놓고 살폈다.
"안식? 여기에는 안식 이라고 적혀있네요."
"페.. 안식.. 이게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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