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1921. 7. 4. 조선총독부령으로 제정된 자동차취체규칙 제13조 제1항을 최초의 법령이라 가정한다면, 한반도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화물운송업에 대한 인허가제도가 도입된 지 100년 남짓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00여년의 오랜 역사가 있는 법률이라면 오래전 과거에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해결된 상태에 있으며, 이제는 장래의 시대상황의 변화와 더불어 발생가능한 문제들에도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이 그 법률에 내재되
어 있으리라 기대하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운송업, 특히 화물자동차운송업에 관한 법적 규율에 관해서는 ‘지입제’라 불리는 숙환을 수십년간 내재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어, 위와 같은 통상적인 예상에서 벗어난다. ‘지입제’ 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지입계약’,
‘지입차’, ‘지입차주’ 등의 용어를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보면, 지금도 화물운송업실무에서는 이러한 용어들이 통용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정부 역시 지입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 십여년간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화물차운전기사들의 단체인 화물연대를 중심으로 지입차주의 열악한 지위에 관한 문제제기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다. 지입제에 관해서는 상당수의 판례가 축적되어 있고, 민형사법적, 세무적,노동법적관점에서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져 오고 있으나 이중에서 노동법적 관점에서의 연구를 제외하고는, 지입제라는 현상을 인정하고 당사자들 사이의 민형사법상, 세무상 관계를 분석 연구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어, 지입차주 보호방안이나 그들의 처우개선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나아가 지입차주 보호에 대한 연구도 노동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정작 지입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지입차주의 열악한 지위의 근원인 지입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지입차주보호방안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음미,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II. 지입제의 개관
1. 지입제의 의의
‘지입’이라는 말은 업계상 일반적용어로 법률상 용어는 아니다.
운송사업자와 지입차주 사이에 체결된 지입계약에 따른 기본적 의무를 당사자별로 분해해보면,
1)운송사업자는 지입차주에게 자신의 화물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이용하여 차주의 계산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할 의무를 부담하며, 2) 지입차주는 운송사업자에게 지입차주 자신이 소유한 차량 내지 그가 차량 구입대금의 전부를 경제적으로 출재한 차량을 운송사업자가 감독기관으로부터 운송업허가를 받은 차량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그 자동차등록명의를 운송사업자에게 신탁하고 나아가 지입료를 지불할 의무를 부담한다. 3)그외,지입계약에서는 그 차량의 관리주체, 운송계약의 수주주체, 세무처리 등에 관한 사항이 부수적으로 합의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수적 합의는 대체로 운송물량을 운송사업자 내지 지입차주 중 누가 주로 확보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내용에 차이가 발생한다.
2. 관련용어의 개념적 정의
1) 이른바 ‘지입제’
“화물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의미한다.(대판)
2) 위·수탁계약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지입계약을 ‘위·수탁계약’으로, 지입차주는 ‘위·수탁차주’로, 지입차는 ‘현물출자한 차량’ 또는 ‘현물출자받은 차량’으로 표현하고 있다(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1조 제13항, 제15항).
3) 지입차주 =위·수탁차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위·수탁차주’ 개념은 통상적인 지입차주의 개념보다는 넓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40조 제1항의 경영위탁에는 차량을 현물출자한 사람에게 그 경영을 위탁하는 경우 뿐 아니라, 운송사업자가 다른 사람(운송사업자를 제외한 개인)에게 운송사업자 자신의 차량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 경영의 일부를 위탁하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차량 등록에 대한 명의신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내적 관계에서 ‘차주’가 아니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자는 ‘위·수탁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4) 이른바 ‘완제’계약
법률상 혹은 관행상 지입차주를 ‘위·수탁차주’라 칭한다하더라도, 지입차주가 모두 경영위탁차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이는 지입계약의 개별·구체적 실체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이라는 말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자신의 책임과 판단 하에 사업을 운영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운송사업에 있어 이러한 행위는 ‘운송계약의 수주’가 그 핵심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독립된 운송사업자로서의 지입차주들에게 운송물량을 알선해주는 의미가 강하다해도, 지입차주중에는 운송사업자가 체결한 운송계약을 단순히 이행만 하는 경우(완제계약)가 있는데, 이러한 업무행태 하에서는 지입차주는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운송사업자가 ‘경영’의 일부를 지입차주에게 위탁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수 있다.
5) 현물출자
지입을 현물출자로 표현하기 시작한 유래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지입을 통해 지입차주가 운송사업을 사실상 경영하게 되므로 이를 그럴싸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사적 개념으로 차용한 것이라 추측된다.
일반적으로‘현물출자’란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에 출자를 할 때,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의 목적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법상 ‘현물출자’의 경우는 그에 대한 대가로 현물출자자에게 주식이 부여되어, 주주의 지위에서 회사의 영리활동으로 발생한 이윤에 대한 배당을 받을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운송사업자에 대한 차량 현물출자는 지입차주가 자신이 출재한 차량의 명의를 운송사업자 앞으로 등록하는 행위를 의미할 뿐, 상법상의 출자의 의미를 가지지는 않으므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차량 지입을 표현하기 위한, 독자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것이다.
3. 지입제의 현황과 발생원인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4/4분기에 대한 화물운송시장 동향에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에서 지입차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일반화물이95.7%, 개별화물이 8%, 용달화물이 2.3%, 택배화물이 31.2%로 나타났다. 일반화물의 물류분담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화물운송시장은 사실상 지입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지입제가 만연한 이유에 대하여 직영차량 유지시 운송사업자는 고정비와 변동비, 노무관리 등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운영을 원하지 않는 운송업체는 지입차주와의 지입계약을 통해 지입료를 받아 주 수입원으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나,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화물운송시장에 화물차주로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용으로 등록된 영업용 번호판을 취득하여야 하는바, 이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를 신규로 받거나, 혹은 양수하거나, 그 명의를 대여받는 방식(즉, 지입)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2004년 이래 신규허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신규진입자는 결국 허가 자체를 양수하거나 운송사업자에게 차량지입을 하는 방법으로밖에는 진입수단이 없다.
그런데 이 중 어떤 방법에 의할지는 결국 운송사업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려 있는 문제라서 화물차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양수 내지 지입에 관한 협상 내지 계약 체결여부에 관한 주도권을 얻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운송시장에서의 지입비율은 근본적으로 운송사업자의 선택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운송사업자 자신이 받은 허가를 타인에게 양도할지 혹은 차량만 지입해 운영할지에 대한 운송사업자의 선택권은 운송사업자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었을 것이다.
지입계약의 배경지식에 도움이 될듯하여~이해용이하게 축약-수정해서 몇차례 올려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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