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동차등록원부상 현물출자자 기재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는 지입차주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은 경우에는 위·수탁차주를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자동차등록원부에 현물출자자로 기재하여야 한다. 이 규정은 201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신설개정된 규정으로 지입차량에 대해 내부적 출재자인 지입차주가 존재한다는 점을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토록하여 지입계약의 특성상 대외적으로 지입차주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규정의 효력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도, 심지어 자동차등록제도의 근거법령인 자동차관리법 내지 자동차등록령조차도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 기재가 실체법적으로 어떤 효력이 있는것인가가 문제된다. 자동차등록법에 따르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고, 자동차등록령에도 현물출자자 ‘기재’는 소유권의 득실변동의 효력이 부여되는 ‘등록’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현물출자자 기재는 자동차등록원부(갑)의 사항란에 특기사항으로 “위차량은 ○○○(성명)가 현물출자한 위수탁 차량임”이라는 형식으로 기재되는데, 권리의 선후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등록번호 역시 부여되지 않는다. 이를 종합해 보면, ‘현물출자자 기재’는 그 자체가 어떠한 실체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운송사업자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위반돠는 지입차량의 처분시도시, 절차적으로 자동차등록원부상의 소유권이전등록 내지 저당권설정 ‘신청’을 할것인데 등록관청은 자동차등록령 제17조에 의해 등록신청의 수리를 거부할수 있는 절차적 효력을 인정할수 있고, 현물출자 차량에 대해서는 압류가 금지되는바, 현물출자자 기재가 차량의 압류금지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장치로서는 작동할수는 있을것이다.
‘현물출자자 기재’를 규정하면서 실체법적으로 어떠한 효력도 명시하지 않은 것이 의도된 것인지 확인할수 없으나, 절차법적 효과는 법률전문가에 의한 해석을 통해서야 비로소 확인될수 있다는 점에서 지입차주가 운송사업주에 대해 적절한 법적권리를 실제적으로 잘 행사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 아닐수 없다.
(3) 현물출자차량에 대한 압류 금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8조는 지입계약으로 운송사업자에게 현물출자된 차량은 원칙적으로 압류하지 못하며, 다만 해당 차량에 대한 세금 또는 벌금·과태료 미납으로 인하여 해당 차량을 압류하는 경우는 그러하지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운송사업자의 채권자에 의한 압류 등으로부터 지입차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현물출자된 차량을 압류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등록원부상 ‘현물출자자 기재’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제집행의 신속성 요청에 의해 외관적 징표에 의해서만 심사가 이뤄지므로 강제집행기관이 현물출자된 차량인지를 간과하고 압류하는 경우에 지입차주가 그러한 강제집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구체적으로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수 있다.
민사집행법 제48조에 따르면 ‘강제집행의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제3자는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8조는 차량이 지입차주의 생존권 보장의 요체로 생활안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데 그 취지가 있는 점, 압류금지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하여 진행된 강제집행은 절차상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실체법적 효력도 인정할 수 없는 점등을 고려하면, 지입차주는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4) 평가 및 대안
법률상 특별한 제한이 없는한, 소유권자는 소유물의 사용수익가치, 교환가치를 자유로이 사용가능하다는 소유물에 대한 지배는, 우리 민법상 소유권 존중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사업가는 이 원리에 의해 자신이 출재한 물적 자산을 책임자산으로 삼아 담보를 설정하거나, 대외적 신용으로 활용하며, 여기에 노동력을 결합해 재화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거래행위를 함으로써 사업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지입차주는 지입계약의 특성으로 인해,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해 영업활동을 하지만 핵심자산인 차량이 타인의 명의로 되어 있어 그
자산가치를 활용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타인의 책임재산으로 파악될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운송사업자가 화물자동차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차량으로 등록할 때, 반드시 본인 명의의 차량으로만 등록하도록하는 제한을 완화하여, 본인 명의는 아니지만 그가 현물출자 받은 차량으로도
화물자동차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차량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운송사업자가 보유하는 허가를 유지시켜 주면서도 지입차주의 차량재산권을 그 실질과 형식이 일치하도록 만들 수 있어 지입계약의 전근대성을 다소 나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입차주의 실질적 평등 확보
(1)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관련 규정
2011년 개정이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여러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지입차주 보호를 위한 규정이 추가되었다. 예컨데, 공정한 위ㆍ수탁계약을 체결 및 신의성실에 따른 계약이행, 계약서상의 필수적 기재사항을 명시 및 계약서 교부·보관 의무 부과, 최소계약기간지정, 화물운송사업분쟁조정협의회 설치·운영,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의 무효간주 사유 획정, 지입차주에대한 운송사업 양수도비용 전가 금지, 다른운송사업자와의 1년 이상 장기계약 체결시
불이익취급금지, 운송사업 양수도시 지입관계 자동승계, 지입계약 해지 및 갱신거절 제한, 지입차주의 지위 양도 보장등이 그러하다.
(2) 한계와 대안
위와 같은 규정은 지입제를 통해 일반개인인 운송사업자의 행정권대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다소
완화시킨다는 측면 있으나, 그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는 실정이다. 현재, 지입차주의 영업실태에 집중해본다면 지입차주는 운송사업자 여타 주선업체 내지 정보망, 개인적 인맥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운송계약을 수주하고 이를 자신이 출재한 차량을 통해 운송계약을 이행하고 매출을 올린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자영업과 크게 차이가 없다. 현재의 지입차주는 대부분 과거에 비해 노동자에 가까운 상태이며, 단지 화물차 1대를 가지고 차주이자 노동자로서의 경제적 지위를 가진 개인 사업자에 불과하다. 개인으로서의 지입차주의 힘은 미약할 수밖에 없고, 법률에 의해 그 권리를 보장해 주는 데도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지난 수년간 지입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신설에도 여전히 지입차주의 입지는 열악하다는 점, 이른바 ‘갑을관계’에 처해 있는 여타 많은 영역에서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 의한 구제가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갑질’이 성행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단체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화물운송업계의 경우 화물연대가 구성되어 있고, 이들의 단체행동으로 인하여 물류대란 등 공중의 불편을 야기하는 일부 부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지입차주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면도 존재한다. 우리 헌법상 단체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으므로 단체의 구성은 자유로우나, 상대방이 이 단체와 협의를 하도록 강제하는 데에는 법률에 의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므로 화물연대로 촉발된 지난 2003년 물류대란과 그 이후 수년에 한번씩 반복되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은 이러한 대
화채널이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입차주의 경우 그들이 사용하는 차량의 최대적재량이나 구조, 취급화물의 종류, 화주, 지입계약의 내용 등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다양한 이해를 듣고 열악한 지위를 개선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와 같이 국가가 후견적 지위에서 대증요법식 처방만을 내리는 것은 종국적인 문제해결에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지입차주들의 자치적 힘을 모아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마련해야만, 운송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종속되어 있는 지입차주의 전근대적 지위를 다소나마 현대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IV. 나가며
살펴본 바와 같이 지입제는 실질과 형식의 분리를 유도함으로써 당사자 일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적 사각지대로 변화된지 오래다. 이러한 실질과 형식의 분리는 소유명의의 측면과 운송허가의 측면 양쪽에서 모두 나타난다. 그런데 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의 기업화, 대형화를 독려하기 위해 수십년간 지입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형식 즉 운송사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출재로 차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은 하지 못하였다.
대법원도 '지입차주의 보호와 지입차주와의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법리구성을 하여왔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허가기준을 화물자동차 1대로 완화하고 지입차주에게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을 허가하기 위한 부칙조항까지 마련하여 지입차주를 보호하고 나아가 지입제 해소를 위한 나름의 노력도 기울여왔다'라고들 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파악하고 있는 지입에 관한 법적 성격은 실질적으로는 명의와 실질의 분리라는 측면과 지입차주와 지입회사와의 단체법적인 측면에서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지입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보다는 지입제로 인한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조치에 불과한 법률의 개정 반복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었다.
지입제의 전근대성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직접적인 방안은, 지입차주 개인에게 운송사업허가를 인정해 주는 것이지만, 전기차나 자율주행차같은 친환경적 산업구조의 변혁이 정부시책과 맞물리면서 이는 요원한 염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시장논리에 의해 퇴출된다해도, 지입차량의 명의를 지입차주 본인 앞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그의 재산권행사를 보장하고, 아울러 지입차주의 단체가 스스로 ‘을’의
지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운송사업자 내지 화주들과 협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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