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카를 즐기는 4가지 방법 Part 1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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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Craftsmanship)을 즐겨라
르네상스 시대 건축가들은 조각가인 동시에 엔지니어였습니다. 지금처럼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했던 당시에는 과거의 시행착오와 감각으로 건물을 올렸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자동차도 비슷한 프로세스로 설계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 테스트 주행이 필수였고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모터스포츠에서 터득한 노하우의 가치가 매우 컸습니다. 컴퓨터 하나없이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것은 결국 개발자의 재량이었고 이런 human factor 때문에 오래된 차들일 수록 인간미가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치밀한 계산속에 자극성을 선택한 아벤타도르, 수익성을 선택한 마칸같은 차들에서 느껴지지 않는 매력입니다.
로버 미니도 분명 저렴한 차를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 생산된 차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니가 감성밸류가 높은 이유는 소비자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중심적인 미니멀리즘과 그로 인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오리지널 미니의 감성을 재현했다는 지금의 미니는 오리지널의 가치를 모두 버리고 디자인과 브랜드만 재활용한 머천다이즈에 불과합니다. 스타일은 화려하지만 originality(독창성)이 떨어지는 분위기이기에 클래식카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위의 사진은 Jaguar E-type Lightweight Low Drag (a.k.a Lidner-Nocker Low Drag)이라는 레이싱카 입니다. 제트 항공기의 등장으로 공기역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한창이었던 1960년대에 개발되어 최고시속 향상을 위해 당시 공기역학 노하우를 총 동원한 차체가 눈길을 끕니다.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없던 당시에 이 디자인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테스팅을 했고 보완을 했을까요? 그들은 공기역학이 레이싱카 설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고 있었을까요? 잠시 개발자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게 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즐겨라
클래식카의 하이라이트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닐까요? 스토리가 없는 차는 클래식이 되지 못합니다. 장인정신은 개발자들만의 스토리라면 비하인드 스토리는 회사와 시대적 상황까지 포함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스토리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시대 배경 속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차를 완성했는지.. 클래식카라면 이런 뒷이야기들이 동반되고, 여기서 마케팅적 가치를 찾는 브랜드들은 미니 쿠퍼의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 벤츠 300SL의 활약을 상업화하기도 합니다.
포드 GT40는 포드와 페라간의 앙숙관계에서 태어난 레이싱카였습니다. 1963년 페라리 인수를 진행하던 포드는 창업자 엔초 페라리에게 모터스포츠 프로젝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고 이 소식을 들은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의 포드 인수를 전면 철회했습니다. 이 사실에 분노한 헨리 포드 2세는 페라리를 모터스포츠 정상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GT40 개발을 진행했고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66년부터 4년 연속 우승하면서 페라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던 역사가 있습니다. 이후 페라리는 르망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페라리 F40은 시각적으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차는 아니지만 "Soul”만큼은 그 어떤 페라리보다도 강합니다. F40은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유작입니다. 1980년대 페라리가 가진 최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시킨 이 차는 2003년 엔초 페라리가 대뷔할때까지 가장 빠른 페라리의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F40의 후속차였던 F50은 제원상 더 빠른 차였지만 실제 트랙 주행에서는 F40보다 느렸기 때문에 페라리는 두차의 비교 시승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었다고 합니다.
2004년에 대뷔한 마세라티 MC12는 비록 최근 모델이지만 클래식카로서 부족하지 않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V12 엔진은 매우 의미있는 존재입니다. 이탈리아 모터스포츠의 전성기는 V12엔진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복잡하고 무거운 V12엔진이 점차 사라졌죠. MC12가 마지막 이탈리안 레이싱 V12 머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하이브리드와 터보 엔진의 개발 속도로 볼때 희박하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그런 마세라티 MC12이었기 때문에 역사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 차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세라티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2대의 MC12 Corsa를 만들었습니다.
Epilogue
보통 사람들에게 클래식카는 그저 오래된 구닥다리일 뿐입니다. 오래되어 관리하기 힘들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한, 구시대적인 차입니다. 클래식카라는 컨셉은 인위적인 개념이지 객관적 가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빈치의 "모나 리자"를 단순 그림으로,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무아경"를 돌덩어리로,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두오모 돔을 단순 지붕으로 대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뒤에 숨은 인간미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소멸되지 않는 이런 인간미가 살아있는 차들만 클래식카로 여겨집니다. 같은 시대의 차들이라도 인간미가 없으면 잊혀지고 녹슬어 사라졌습니다. 클래식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와 경험적 안목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동차 문화 초심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토픽입니다. 하지만 차를 오랫동안 사랑한 사람들이 클래식카에 열광하는 이유, 특히 이제와서 클래식카 시세가 뛰어오르는 이유는 디지털 설계, 과열경쟁, 과잉규제에 빠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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