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군주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행정가다. 행정은 단순히 정책을 집행하는 일이 아니다. 국가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예측 가능한 국정 운영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금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혼란은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3의 길', '구조적 다수' 같은 새로운 정치적 용어는 잇따라 등장하지만, 그것이 어떤 국가를 만들겠다는 정치철학으로 이어지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민주당의 후보로 당선됐지만, 민주당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가치 가운데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바꾸려는 것인지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개별 정책의 찬반을 떠나, 국정을 이끄는 나침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그리고 당대표를 거치는 동안 그는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었다. 대중의 관심을 읽고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능력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의 발언과 현재의 행동이 충돌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설명과 책임이었다. 하지만 사과보다 해명이, 해명보다 새로운 의제가 앞서는 모습은 적지 않은 국민에게 신뢰보다 피로감을 남겼다.
몇 차례 생명의 위기를 넘긴 뒤 그는 자신의 목숨은 국가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많은 국민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는 그 경험이 신중함보다 자기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죽음을 넘어선 경험이 지도자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판단을 더욱 확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자신의 의중을 모두 드러내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측 가능한 군주는 권력을 잃기 쉽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논리는 절대군주 시대의 권력술이었다.
민주주의의 대통령은 다르다. 국민은 대통령의 모든 결정을 미리 알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원칙으로 판단하는 사람인지는 알고 싶어 한다. 대통령의 의중이 늘 안개 속에 가려져 있고, 인사와 정책의 기준이 선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비감이 아니라 불확실성으로 다가온다.
현장을 찾아 노동자와 악수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국민은 사진 속의 대통령보다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따뜻한 이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관된 철학과 책임 있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인기는 친근한 모습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신뢰는 명확한 비전에서 나온다. 국민은 대통령이 누구와 악수했는지보다, 대한민국을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쏟아내는 메시지 보다는, 혼미한 국정의 안개를 걷어낼 하나의 분명한 방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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