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가 고장이 났다
화면이 안나온다...
전기가 안들어온다..
어렵게 구한 모니터였는데 3년만에 고장이 나버린것이다.
17인치 CRT컴퓨터
당연히 유상수리이지만
내심 가격이 저렴하면 몇일간 알바를 뛰어서라도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나이 고등학교 2학년...
수리비가 대략 7만원 정도 나온듯 하다
당시 모니터 가격이 30만원 정도였으니깐...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요..죄송하지만 다음주면 돈을 드릴수 있을것 같아요..다음주에 주셔도 되요?"
그렇게 알바를 하고
주급을 받을려고 기다렸지만
그 업체는 잠적을 해버린것이다
인생 처음으로 일을 하고 돈을 받지 못한 순간이였다
부모님한테 애기 못했다.. 당연히 포기하고 버려라..가 당연한 대답이였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알바를 했는데.. 돈을 못받았습니다.. 아저씨 그냥 그거 어디 파셔서 수리비 책임질게요"
굉장히 낙담을 하였다.
인생의 별거 아닌 쓴맛이라지만 학생에게 7 만원은 엄청난 거금이였다
당시 최저시급이 1500원대였는데...하루종일 일해도 12000~15000원 정도
그런데..
비가 엄청오던 날
당시 LG 서비스 전자 직원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죄송한데요 제가 모니터를 고쳐 버려서 ..들고가도 되죠?"
저녁 8시..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장마철
퇴근도 미루고 낡은 프라이드를 타고
산동네 중턱에 있는 우리집을
그 무거운 17인치 CRT 모니터를 들고 온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렵게 오셨는데 그 흔한 음료수 한병도 못드린것이 너무 죄송했다
"저..수리비 없는데..."
"뭐 ..엔지니어한테는 이런 고장은 별거 아니에요. 그냥 울 아들이 생각나서.그냥 고쳐드린겁니다"
모니터에 전기를 꼽으니 화면이 나온다.
그때는 너무 고마웠고.. 감사했고.. 당시 콜센터에 전화해서 엄청 폭풍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직업을 결정하였다
LG 서비스 센터 직원이 되겠다..
그런데..일하면서 배운게 있었다
당시 제 모니터는 삼성 모니터였다
LG 대리점에서 조립품으로 팔던 컴퓨터라서 LG꺼인줄 알았는데
당시 모니터의 이름은 "샘트론" LG는 플라톤이였을것이다..
샘트론 모델은 삼성모니터중 보급형 모니터였다
LG서비스 직원이
타사의 모니터를 들고 가셔서
무료로 수리를 해주신것이였다.
분명 그것은 업무시간에 고친것이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틈틈히 고쳤을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기판 하나 교체한것 뿐이였겠지만..그래도 해주셨다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당연히 그 회사에 지원을 했지만 탈락~
그 넘의 IMF...
지금은 컴퓨터 유지보수일을 하면서
지역주민 무료수리봉사도 하고 여러워 하시는 분들 컴퓨터 무료수리를 하며 살고 있다
그때 한번의 배려가..나의 삶을 바꾼것이다.
진짜 나이만 젊었더라면 한번 더 그 직원처럼 일하고 싶다.
한번의 배려가 내 인생을 바꾸어 버린 계기가 바로 1998년 LG서비스 기사의 친절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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