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에 밀린 보잉, '실용' 여객기로 맞불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 선수를 뺏긴 미국 보잉이 경제성에 초점을 둔 신형 항공기로 맞불을 놨다. 사이즈를 덜 키우더라도 연비를 높이고 소음을 줄여 위기 이후 비용에 민감해진 항공사와 승객의 마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고유가 시대 항공요금이 오를 여지를 그만큼 줄였다는 의미도 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에버렛 공장에서 고객사, 내외신 기자, 임직원, 현지 정치인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747-8 인터컨티넨털'을 공개했다. 보잉이 747-400을 1988년 내놓은지 23년만의 업그레이드다. 아울러 2007년 여름 787드림라이너 이후 약 3년만에 공개된 새 비행기다.
에버렛 공장은 미국 첨단 항공 기술력을 상징하는 핵심공장이다. 9층 천장 높이에 가로 1Km, 세로 500m의 이공장은 6개 구역(bay)으로 나눠 747 767 777, 787 드림라이너 등 대표기종을 생산하고 있다.
개막식에 앞서 12일 방문한 이 공장에는 747-8 6대를 조립하고 있었다. 이중 3대는 동체조립을 끝내고 엔진 장착작업이 진행중이었다. 747-8에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산업본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각 날개 끝부분과 동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400석 이상의 대형 항공기 시장을 놓고 한걸음 앞서 나온 에어버스의 신작, A380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A380은 에어버스가 보잉 747 대항마로 출시한 야심작이다. 대한항공은 747-8 여객기 5대, 화물기 5대를 각각 주문했다. 이중 여객기는 2013년에나 공급되지만 화물기는 올 7월 인도될 예정이다.
그간 보잉은 신형 항공기가 출시가 잇따라 늦어져 항공사와 시장의 불만을 사왔다. 747기종은 업그레이드가 늦어져 에어버스에게 선수를 뺏겼고 최신형 기술이 집적된 새로운 컨셉트의 787드림라이너는 인도가 잇따라 지연됐다. 보잉 주력기종이자 항공사들이 가장많이 찾는 200석 미만 737은 모델링의 방향을 최근에서야 정했다.
747-8 좌석은 467석이다. 기존 747-400보다 51석 늘어난 것이나 A380 555석보다 적다. 747-8의 넓이는 747-400과 거의 같고 길이만 5.6m 길어졌다. 외형을 직전모델과 엇비슷하게 가져간 것은 취항 경제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보잉 현지 관계자의 귀띔이다.
747-8의 경우 사이즈가 직전 모델과 유사하다 보니 기존 이용하던 250여개 공항을 다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덩치 큰 A380은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전세계 76개 공항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덩치가 큰 만큼 공항이용세도 더 내야한다.
항공기 자체의 경제성은 기술로 살렸다. 777에 쓰인 내구성이 우수한 차세대 경량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 무게와 기체 유지보수비용을 줄였다. 아울러 엔진은 787드림라이너에 장착된 GE사의 저소음, 고효율 엔진인 제넥스(GEnx)를 장착, 기존 747-400보다 더 많이 승객과 화물을 더 많이 실어나르면서 연료소모를 15% 줄였다. 이는 탄소가스 배출량도 덩달아 15% 줄일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A380 과 비교해 좌석당 연비는 10% 가량 우수하다고 보잉측은 밝혔다. 연비, 유지비용 등을 포함한 촤석당 총운행비용은 747-400보다 12%, A380보다 5% 더 우수하다는 게 보잉의 설명이다.
엔진와 날개 플랩구조를 바꿔 이착륙때의 소음도 기존 747-400보다 30%가량 줄였다. 787과 마찬가지로 747-8도 엔진 외피가 두겹으로 돼 있다. 공기 일부가 연소실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바로 빠져 나가 연소돼 고압으로 뿜어져 나오는 공기가 외부 찬공기와의 직접 마찰되는 비율을 줄여준다고 보잉사 기술관계자는 설명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