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하체가 좋은 골프 GTI...“운전이 즐겁다” | ||||||||||||||||||||||||||
골프의 모든 모델은 타보면 타볼수록 매력적입니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겉모습만 보거나 간결한 인테리어를 보고 심드렁하게 “그저 그런 자동차네”라고 치부하기에는 감춰진 재능이 많습니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링카였다는 사실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죠. 더욱이 GTI는 잘달리고 잘돌고 잘서야하는 스포츠카 성능도 겸비했기에 많은 매니아도 갖고 있죠. 이번에 시승한 차는 2004년 파리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제5세대’ GTI입니다. 4도어와 2도어 모델 중 국내엔 2도어만 지난 2월9일 들어왔습니다. 가격은 3940만원입니다.
해치백인 GTI의 첫 인상은 강렬합니다. 먼저 벌집 모양의 프론트 그릴이 눈에 들어옵니다. 빨간색 테두리가 돼있고 ‘GTI’라는 로고가 선명합니다. 역시 빨간색인 앞뒤 브레이크 캘리퍼도 “나는 달리기 선수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깔끔합니다. 내장재와 조립 마무리도 수준급입니다. GTI 내부에서 이 차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3-스포크 타입의 가죽 스티어링 휠(핸들)과 버킷 시트입니다. GTI 로고가 박혀있는 핸들은 하단부가 평탄하게 돼있어 스포츠 핸들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감 좋은 가죽은 손에 끈끈하게 달라붙고요.
다른 골프 모델도 그렇지만 계기판 중앙 액정화면은 시인성이 좀 떨어집니다. 완전 자동변속인 ‘D’모드에서도 기어 단수가 표시되는 것은 좋지만 현재 시간, 기어 레인지 표시, 기어 단수 표시 등등이 작은 화면에 몰려있어 시각적으로 간섭이 발생합니다. 물론 점점 눈에 익으면 문제는 없겠죠. -200마력짜리 강한 심장과 단단한 하체 골프 GTI의 길이는 국산 소형차 베르나와 비슷한 4.216m입니다. 이 작은 차체에 배기량 2.0리터 터보 엔진을 달았습니다. 최고 출력이 200마력, 최대 토크도 28.6kgㆍm나 됩니다. 주목할 점은 최대 토크가 1800rpm부터 5000rpm까지 거의 평탄하게 나온다는
GTI의 최고 속도는 235km/h입니다. 토크가 좋아 220km까지 잘뻗어 나갑니다. 달리다 보면 어느새 “벌써 200km/h을 넘었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제로백(0->100km/h)은 6.9초로 고성능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고가의 스포츠 세단급입니다. BMW 330 보다 조금 느리고 325보다는 빠릅니다. 미니 쿠퍼S, 푸조 206RC 등 국내 수입된 고성능 소형차 중에서도 가장 좋고요. 강한 엔진과 함께 225(mm)/45(편평비)/17(인치)의 큼직한 휠ㆍ타이어, 그리고 단단한 하체, 박력있는 배기음도 이 차를 ‘소형 머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핸들링은 스포츠카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 식상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핸들 돌리는대로 차가 돌아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터보가 작동할 때의 묵직한 소리도 듣기 좋은데, 이처럼 ‘소음’이 아니라 박력있는 흡배기 사운드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만들어서 기대 이상으로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회사측이 발표한 공식 연비는 리터 당 12km입니다. 언뜻보면 배기량 2.0리터로서는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차가 가진 주행 성능을 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운전자를 감동시키는 민첩한 몸놀림을 갖췄기 때문이죠. 또 일반적으로 연료 소모가 많은 터보차저를 장착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비가 좋은 편입니다.
GTI는 다른 골프 모델과는 달리 차체가 15mm 낮고 ‘스포츠 서스펜션’이 장착됐습니다. 서스펜션(앞 독립식 맥퍼슨 스트러트, 뒤 독립식 4링크)은 잔진동을 잘 흡수하지만 GTI 성격상 꽤 딱딱한 편입니다. 도로위 불규칙한 요철을 만난다면 승차감은 일부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쾌한 수준은 결코 아니고, 차에 적응된 후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전륜 구동인 GTI의 코너링 특성은 아주 약한 언더스티어이지만 웬만한 코너에서는 뉴트럴 스티어에 가까웠습니다. 롤링도 거의 없습니다. 과도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차는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를 살짝 내며 바깥으로 조금 밀려나가지만 이후에는 차 전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며 버텨주는 느낌이죠. 전체적인 서스펜션 세팅이 아주 좋습니다. ESP(전자 주행 안정화 프로그램)도 당연히 기본 장착돼있고요.
-DSG의 위력과 수동 기어 매니아의 혼란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인 DSG(Direct Shift Gear)는 이 차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완전 자동인 D모드는 편안합니다. 다른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S(스포츠)모드나 수동 모드에 비해 박력은 떨어집니다. 고단 기어를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출발 후 시속 10km마다 고단 변속됩니다. 40km/h에서 4단, 50km/h에서 5단, 60km/h에서 6단 기어를 사용하니 당연히 연비가 뛰어납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가속력이 형편 없는 수준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6단 100km/h때 2300rpm이니 그렇게 늘어진 기어비가 아니죠. 그리고 GTI는 1700rpm부터 5000rpm까지 평탄하게 최대 토크를 냅니다. D모드라도 가속 페달을 조금 세게 밟으면 6단에서 3단까지 단숨에 3단계나 아래 기어로 바뀌며 힘을 냅니다. S모드는 편안하면서도 역동적인 운전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타코미터 바늘이 4000~5000rpm을 넘어 6800rpm인 레드 라인(연료 차단 시점)까지 쉼없이 올라갔다가 자동으로 고단 변속됩니다. 아무리 ‘차는 역시 수동이야’라고 고집하는 수동 매니아들도 DSG를 사용하면 혼란스러울 겁니다. 저도 수동 매니아지만 시승 동안 “이 정도라면 굳이 수동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몇번이고 해봤습니다. GTI는 소형 해치백이지만 안전ㆍ편의 장비 대부분을 갖췄습니다. 앞좌석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 커튼형 헤드 에어백, ESP, 액티브 헤드 레스트, 충돌시 자동 전원 차단 기능, 전동식 선루프, 전동 조절식 히팅 사이드 미러, 앞좌석 열선 시트, 앞좌석 독립 에어컨, 속도 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크루즈 콘트롤 등등. 그리고 GTI를 보고 “작은 차가 뭐 이리 비싸?”라며 다른 세단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GTI는 성격이 다릅니다. 골프의 실용적인 면을 갖고 있고 소형차(실제로 직접 타보면 내부가 넓습니다)이면서 스포츠카의 성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4000만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이 정도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는 많지 않습니다. ## 주요 제원 ## -엔진 : 직렬 4기통 DOHC TFSI(휘발유 직분사 터보차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