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희귀하던 1960년대 말, 동네엔 큰 트럭이 드나들었다. 8살짜리 소년은 자신이 입고 있던 하얀색 런닝셔츠를 벗어 바퀴를 깨끗하게 닦았다. 바퀴 4개로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동경한 소년은 트럭이 더럽게 보이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부모는 소년의 만신창이가 된 옷과 기름때 묻은 손을 보고 꾸중을 했다.
자동차에 대한 동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중학생이 됐을 땐 지나다니는 차량의 이름은 물론이고 재원까지 모조리 외웠고, 차량 내부의 각종 장치에도 관심이 쏠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관련 기술을 배웠다. "자동차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제일"이란 생각으로 20여 년 동안 현장을 누빈 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이달의 기능 한국인'으로 선정돼 자동차 기술 명장이란 칭호도 얻었다.
장성택 BMW코리아 이사(기술교육 담당) 얘기다. 그는 고졸 학력으로 세계 최고 자동차회사의 이사에 오르는 등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이사가 고졸 학력만으로 글로벌 기업의 임원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덕분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뿌리 깊은 학력 사회에 멋지게 한방 먹인 셈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포항 수산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자동차 기술을 배웠습니다. 남들이 1시간 공부하면 저는 5시간 공부한다는 정신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죠. 대학을 안 나왔다는 자격지심보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키웠습니다."
대학 진학 대신 직업훈련원(현 한국폴리텍대학)에 들어가 배운 자동차 관련 기술은 그를 단기간에 전문가로 만들었다. 1984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선 포니와 프레스토, 스텔라, 엑셀과 같은 국산차 개발에 투입됐다. 대학 안 나왔다고 무시당하기 싫어 틈틈이 공부한 영어는 그의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현대차에 들어가고 나서부턴 항상 영어책을 끼고 살았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죠. 그때만 해도 정비사 중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없어 해외 파트 등 여러 부서에 불려다녔습니다. 준비된 사람은 어디에서라도 항상 쓰인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현대차에서 7년 정도 경력을 쌓고, 3년 후인 1995년 BMW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선진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다. 영어가 큰 무기였다.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이곳에서도 그는 승승장구했다. 전문 기술자가 영어까지 잘하니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는 2006년 이사 직함을 달았다.
"고졸 학력이었지만 실력으로 승부한 덕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사를 달았습니다. '대학을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능력만 있으면 어디든 가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장 이사는 현재 BMW코리아에서 기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사내에서 특성화고 학생 12명을 트레이닝 시키고 있는데, 올 하반기 이들을 채용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매년 10여 명의 고졸자를 직접 뽑을 방침이다. 그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에 간다고 하면 극구 말린다. 실력으로 성공할 자신이 없으니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남이 나를 알아주길 바라면서 대학에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졸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 때문이죠. 자신감 하나와 인내력만 있다면 성공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장 이사는 요즘 틈날 때마다 중학교에 특강을 나간다. 학생들의 진로 지도를 위해서다. 그 자리에서 그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무조건 대학에 가려는 생각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자녀가 기계에 관심이 많다면 우유 말고 엔진오일을 먹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관심을 가져주라는 얘기죠. 부모들의 학력 위주의 인식이 변하지 않고선 힘든 일입니다. 부모들 생각만 바뀌면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정비사가 의사보다 더 대접받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겁니다."
정진우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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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교사들도 고졸 전문대졸 학벌도 많았던 시기인대..
상고만 나와도 은행들가던 시절이고.ㅎㅎ
암튼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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