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길동 프라자 아파트에 살던때야
88서울 올림픽때였지
우리 동네에 이정현이라는 애가 살았어
우리끼리 놀고있으면 꼭 옆에와서 시비를 걸더라고
비석치기를 하면 비석을 발로 차고가고 도망가고
오징어를 하면 줄그어 놓은거 지우고 도망가고
숨박꼭질을 하면 어디 숨었는지 술래한테 말해버리고
그러다 유정한이라는 5학년 형한테 디지게 맞았어
그랬더니 자기 외할머니한테 우리가 놀이터를 지나가는 자기한테 욕하고 때렸다고 거짓말을 하더라고 우리들이 가만히 있는 애를 왕따시킨 개새끼들이 된거야
전병관이 역도에서 메달따서 롯데리아에서 데리버거세트를 공짜로 주던날 말이지
그 뒤로도 이정현이는 우리가 놀 때 마다 그렇게 깽판을 치더라고 그러던 어느날 정흠이형이라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대흠이네 사촌형한테 제대로 걸려서 눈이 없어질때까지 맞았어 대흠이 머리에 200원짜리 청보핀토스 팽이로 구멍을 내버려서 김치국물 아니 케찹 아니 칠리소스같은게 좀 나왔거든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지 대흠이는 강동성심병원으로 구급차 타고 가고 과일가게하던 대흠이 아버지는 당신 아들 머리에 구멍낸 동네에 골치덩이 욕쟁이 정흠이형한테 눈이 없어진것처럼 맞은 이정현이를 병든 개처럼 끌고 걔네 할머니한테 찾아갔지 할머니가 손자의 걸레처럼 구겨진 모습으로 끌려온 모습을 보고 뭔가 크게 잘못되었구나 싶었던지 이유도 묻지않고 바로 무릎꿇고 사정하며 빌더라고
"아이고 아저씨 얘 부모가 이혼하고 애비는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애미는 약쳐먹고 뒤져서 내 혼자 키우다보니 애가 모나졌소. 얘가 놀아주는 사람도 없고 관심받고 싶어서 물건도 훔치고 욕도하고 애들도 괴롭히는거니 용서하소 훔친게 있으면 물어줄테고 누굴때렸으면 내가 더 팰테니 한번만 봐주소."
구경하듯 따라갔다가 깨달았어
이정현이는 욕먹고 맞아도 계속하고싶었던거야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던거야
혼자라는걸 너무 잘알아서 사이 나쁜 사람들이라도 있고싶었던거라는걸
요즘 얘를 보면 그때 이정현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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