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정착해서 살고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30대 남자 드라이버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달에 중고로 구매한 BMW F11 530d Touring xDrive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말이 "리뷰"지 사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서 차 자랑하는겁니다 ㅋㅋㅋ;;;)
일단 여행갔다가 찍은 사진부터 올리고 시작할게요.
일단 이 차를 구매한 이유는 530d가 제 어릴적 드림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등 더 멋진 드림카들도 물론 있지만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현실적으로 운용가능한 차량, 즉 현실적 드림카로는 이 녀석이 원톱이었습니다.
제가 20대 초반에 여러모로 어려운 생활을 했는데 노력 끝에 지금은 어느정도 여유있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차를 구매함으로써 힘든 시절을 넘기고 좀 더 나은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는, 어찌보면 좀 상징적인 의미부여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또 지금도 바쁜 일상에 치여 사는 중이라, 이 차를 운전할 때 만큼이라도 행복감과 긍정에너지, 성취감 등을 느끼고 싶었던 것도 있고요. 아주 대단한 차도 아니고, 또 오래된 중고차이지만 제게는 참 의미있는 녀석이라 꼭 리뷰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다만 제가 차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터라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왜건 왜건 후!!! 후!!! (Feat. 유튜버 야너두 형님)
왜건은 사랑입니다. 유럽에선 왜건이 왕입니다. 요즘들어 유행처럼 suv가 많아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유럽인들 생활패턴과 도로사정에는 왜건만한 차종이 없습니다.
사실상의 섬나라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 가능하고 또 흔합니다.
그러다보니 패밀리카로는 4인 가족을 태우고도 4인 분량의 짐을 또 실을 수 있는 왜건이 인기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여기는 큰 개를 많이 키우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왜건의 트렁크는 통으로 강아지 자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신호대기중에 앞차 뒷유리에 갑자기 골든리트리버나 저먼셰퍼드같은 큰 댕댕이가 빠꼼 얼굴 내밀어서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ㅋㅋㅋㅋ
"아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응? 여기 내 전용석인데?"
물론 SUV도 사람+짐 많이 실을 수 있죠...
그런데 차고가 높다는 물리적인 특성때문에 오는 승차감 측면의 불리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레인지로버든 롤스로이스 컬리넌이든간에 '동급' 차고 낮은 차보다는 승차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레인지로버 vs 아반떼 비교 금지입니다... ㅋㅋㅋ)
유럽은 딱히 비포장도로가 많지 않아서 굳이 suv 수준의 클리어런스가 필요 없기에 왜건이 더 많이 팔리는듯 합니다.
일단 5시리즈 투어링 역시 목적에 맞게 광활한 트렁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너비는 제일 좁은 부분이 대략 110cm정도 되고요 뒷좌석을 접으면 180cm 성인 남성이 누워서 차박 가능합니다.
또 모양이 딱 네모로 각져있어서 공간활용도가 높은 것도 장점입니다. Load lip도 튀어나오지 않고 평평해서 짐 밀어서 싣기 좋습니다.
(트렁크 사진 찍어둔게 없어서 퍼왔습니다)
이런 공간활용성을 가지면서도 세단 수준의 승차감이 나온다는건 정말 왜건만이 가지는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사실 저도 예전에 한국에선 SUV를 몰았지만 오프로드/비포장도로를 자주 다니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suv가 왜건에 비해 가지는 강점이 또 뭐가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굳이 꼽자면 트인 시야 정도?
그런데 한두시간만 운전해도 동급 suv와 왜건에서 느껴지는 피로감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에어서스 달린 레인지로버와 제 예전 3시리즈만 해도 3시리즈 압승이었으니까요
비오는 날 숲속에 주차해놓고 뒷좌석 폴딩한 뒤에 매트리스 깔고 누워서 파노라마선루프로 하늘 바라보면 그렇게 낭만적이고 좋습니다.
여친이랑 둘이 누워도 넉넉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왜건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특히 서양 유튜버들 리뷰하는거 보시면 왜건 라인에 침흘리고 감탄하는 리뷰어들이 많습니다 ㅎㅎ 좀 매끈쌔끈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2. 직렬6기통 3리터 디젤엔진... 하...
일단 엔진 스펙은 출력 258마력, 토크는 55kgfm 입니다.
휠은 18인치, 타이어는 4짝 모두 245/45 사이즈입니다.
제로백은 제원상 5.9초입니다.
그냥 밟으면 밟는대로 날아갑니다.
제가 보통 차를 혼자 타거나 여친이랑 둘이만 타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출력이 정말 넘치고 넙칩니다.
가끔 아무도 없을때 고속도로에서 스포츠모드로 놓고 밟으면 머리 뒤로 제껴지면서 순간이동하는 느낌이 듭니다.
4륜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출력 손실 없이 땅을 씹어먹으면서 나가는 기분입니다.
일반 컴포트모드에서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때 확 제껴짐 없이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는데 평소에 얌전하게 운전할때엔 이게 안성맞춤입니다. 물론 풀악셀 밟으면 컴포트모드에서도 날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는 고속도로에서도 평균 130-150정도로 크루징을 하는데 예전 3시리즈의 4기통 2리터엔진은 뭔가 좀 무리해가며 속도유지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시속 130-150 정도는 동네 조깅하는 정도로 느끼는 듯 합니다. 여기서 더 밟아도 더 밟는대로 속도 쭉쭉 올라가는 모습이 힘숨찐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연비는 종합 11-12km/l 정도 됩니다.
고속도로 크루징 기준으로는
100km/h = 연비 20
120km/h = 연비 16
140km/h = 연비 12
이정도 나옵니다.
3. xDrive + 유압 스티어링
일단 저는 후륜구동 차량이 코너 돌때의 그 쫄깃함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우주명차 3시리즈 후륜모델을 타다가 5시리즈, 그것도 xdrive 달린 차를 타니까 정말 둔하고 영 아니라고 느껴지더군요. 뭔가 가벼운 느낌이 없고 묵직하게 기계적인 개입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요?
그런데 계속 타다보니까 단순히 익숙해짐을 넘어서 오히려 안정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륜 토크벡터링인지는 몰라도 뭔가 묘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코너 탈출하며 액셀 밟을때 정말 크게 느낍니다.
또 제가 사는 지역처럼 비 자주오고 눈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겨울에 윈터+4륜조합이 참 좋을 것 같더라고요. 알프스로 하이킹이나 스키타러 자주 다니기도 하고요.
F11 530d중에서도 후륜구동 아닌 xDrive 모델들은 전자식 스티어링 모듈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유압식 스티어링이 들어갑니다.
처음엔 이전에 타던 3시리즈 전자식 스티어링과 비교해서 너무 묵직하게 느껴지다보니 주차장에서 나오거나 주차할때 너무 팔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적응하고보니 피드백도 좋고 고속안정성도 좋고 응답성도 좋은 것 같아서 아주 대만족하고 타는 중입니다. 물론 저는 이전에 쓰던 전자식 스티어링도 아주 만족했었어요.
4. NVH
3시리즈와 비교하면 두 급 위로 느껴집니다.
3시리즈로는 시속 100 넘어가면서부터 풍절음이 거슬렸는데요,
5시리즈는 130에서도 풍절음이 거의 없습니다.
차에서 아주 조용하게 나긋나긋 대화 가능한 정도입니다.
엔진룸이나 트렁크 퓨즈박스 커버 등을 열어봐도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방음재가 들어있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말 아끼지 않고 넣었더군요.
또 6기통이라 그런지 진동도 거의 없고 악셀 밟을때의 그 엔진음도 듣기 좋게 느껴집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소리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차가 쭉 잘 밀고나가는 느낌과 결합되어 듣기좋게 "느껴진다" 가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3시리즈에서 느끼지 못했던 '고급차의 여유' 가 느껴지는게 큰 차이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의 거동도 3시리즈에 비해 '기분 나쁘게 둔하다'는 느낌보다는 '좀 더 여유롭다' 고 느껴집니다.
뒷좌석 승객이 기분나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고, 운전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무브먼트를 가진 차라고 생각합니다.
5. 인테리어 + 빌드 퀄리티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인테리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소재가 좋다보니 시간이 흘러도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3시리즈와의 가장 큰 차이는 그냥 차에 앉아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것입니다.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하만카돈 스피커로 음악 들으며 차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호텔 라운지에 앉아서 쉬는것처럼 편안합니다.
그리고 빌드퀄리티가 아주 훌륭합니다.
세계 1위 자동차 리뷰 유튜버 Mat Watson이 bmw차량 리뷰할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iDriv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극찬이고, 다른 하나는 흠잡을 곳 없는 빌드퀄리티입니다.
한국엔 내비 소프트웨어가 바뀐 상태로 들어가니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 차에는 순정 West Europe 맵 내비가 들어가있는데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시인성 좋고 iDrive 휠을 통한 조작도 편합니다. 예전 아이팟 컨트롤하는 느낌보다 더 좋아요. 뭐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아우디 디지털콕핏만큼은 아니지만 어쨋든 내비를 계기반에 띄워주는 것도 편리하고요.
빌드퀄리티는 정말 월드클래스입니다. 동급 벤츠보다 낫습니다.
버튼 눌리는 감, 플라스틱 사출/조립상태, 마감소재 등 정말 불평할 부분이 없습니다. 핸들은 msports 핸들인데 어쩜 정말 이렇게 두툼하고 그립감이 좋은지... 하단 가운데에 플라스틱 부분만 제외하면 정말 제가 지금까지 잡아본 핸들 중 최고입니다. 벤츠, 아우디, 레인지로버, 알파 등 다른 고급차 브랜드의 스포츠라인 핸들과 비교해도 더 좋다고 느꼈습니다.
6. 종합
잘 나가고, 잘 돌고, 잘 서는데 편안하기까지 합니다.
유럽인들 생활패턴과 도로상황에 가장 퍼펙트하게 잘 맞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7시리즈급에서는 왜건이 없기때문에 왜건이 필요한 패밀리맨의 끝판왕으로 손색이 없는 차량이고요.
다행히 bmw공식보증이 무제한킬로로 남아있어서 당분간은 안심하고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 한국에서 부모님께서 오시는데 이 차 타고 같이 장거리 여행 다닐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네요 ㅎㅎ
사실 그 깐깐한 탑기어 제레미 클락슨이 바로 이 f바디 530d 투어링을 타보고 "현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 (best car in the real world)"라고 호평했으니 말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530d 투어링에 대한 제레미 클락슨의 다른 quote 인용하며 허접한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FOR MANY years I have argued that, all things considered, the BMW 530d estate is the best car in the world. It’s fast, handsome, astoundingly economical, very comfortable, reliable and genuinely good fun to drive."
"여러 요소들을 다 고려했을때 530d 투어링이 세계 최고의 차라고 나는 몇년동안 계속 주장해왔다. 이 차는 빠르고, 멋지고, 놀랍도록 경제적이고, 매우 편안하고, 고장도 적고, 운전하기 정말 즐겁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가 쓴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점 댓글로 남겨주시면 아는만큼 최대한 답해드릴게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저도 왜건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국내에는 530d가 없으니 아쉽네요.
정성글 추천 드리구 갑니다+__+
흔하지 않은 투어링 시승기
잘 읽고 갑니다.
ㅊㅊㅊㅊㅊㅊㅊㅊ
이딸리아에 계신듯...
멋쮠차 구입에 아우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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