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사람관계를 맺을 때 초면에 나이를 따져 위아래를 나누고 암묵적인 서열을 나누는 문화. 이거 정말 이상한 문화 같습니다. 사실 이런 문화는 전혀 좋을 게 없지요. 친구가 될 수 있는 범위가 같은 년도에 태어난 사람으로 한정되어 대인관계 속에서 무의식적인 위계질서가 자리잡게 됩니다.
한국어의 특성상 애초에 나이 많은 사람과 반말을 하며 친구로 지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도 서로 존댓말을 하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눠 많은 교류를 하는 것이 훨씬 폭 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놓는 게 아니라 서로 존댓말을 하는 게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말이 이해안되는 분들 많으실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나이로 서열을 나눠 호칭을 정하고 말을 놓으면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고 쉽게 친해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관계에선 연장자가 갑이 되고 어린 사람이 을이 되는 입장이 둘 사이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훈계하는 위치와 받들어야 하는 사이가 돼서 두 사람의 감정적 간극은 좀처럼 좁아지지 않아 진정한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즉 사회생활을 하는 매 순간 관계를 맺을 때마다 위아래를 나눠 서로 거리를 두는 행위가 정말 의미없고 감정적 소모가 큰 짓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자기가 딱히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감정적 교류가 힘든 사람이라면 굳이 사회적 관습을 거스르면서 저렇게 할 필요는 없겠죠. 모든 상황엔 예외라는 게 있으니깐요.
반말을 안하면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인식도 많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관계에서 중요한 건 말하는 방법보다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니까요.
저 역시 20대 초반까진 한국의 나이문화를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어린 친구한테 반말하고 가벼이 여겼습니다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더군요. 이런 관계는 단기적으론 친밀하고 편한 관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나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항상 거리를 두게 되어 가깝게 다가갈 간극을 벌어지게 하여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이죠.
그래서 몇 년 전부터 3살 어린 친구와 서로 존대하고 이름을 부르며 지내다보니 동갑인 사람만큼은 가까워지기 어렵더라도 확실히 위아래 구분지으며 관계를 맺을 때 보다는 상대를 존중하게 되고, 어린 친구라서 가볍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진지하게 대하게 되더군요. 괜히 제가 연장자랍시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없구요.
우리는 꼭 누군가와 서열을 나눠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걸까요? 존댓말을 쓰고 상대를 존중해보세요. 그러면 아이러니하게도 친구같은 존재가 더 많아지는 기적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전형적인 유교사상에 바탕을 둔 발언 입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야지
왜 나이로 서열을 나누나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