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가 다섯 돌을 맞았다. 국산 쿠페 형 모델 가운데 최초로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제네시스 쿠페'는 지난 9월말 기준 약 11만대가 팔려2008년 10월 13일 출시 후 약 5년 만에 전 세계 판매 10만 대를 넘겼다 '제네시스 쿠페'의 5년은 50여 년 현대차 브랜드 역사에 비하면 짧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쿠페(coupe)는 불어로 '자르다'라는 의미. 문이 4개인 세단 형 모델을 '잘라 내' 문을 2개로 줄이고 지붕을 낮춰 디자인에 날렵한 인상을 더한 모델이 '쿠페'다.

 사실 제네시스 쿠페 이전에도 국산 브랜드는 쿠페형 모델을 내놓았다. 1990년 국산 최초의 쿠페인 현대차 '스쿠프'가 출시됐고 티뷰론(1996년 출시)과 투스카니(2001년 출시)도 쿠페형 모델이었다. 하지만 전륜구동에 엔진 출력도 높지 않아 '스타일'만 강조된 차량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스타일에 성능과 '달리는 재미'를 높이는 후륜구동 방식을 겸비해 '고성능 쿠페' 시대를 연 모델이었다.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 380 GT'는 303마력을 내는 3.8ℓ V6 람다 MPI 엔진을 탑재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제로백)를 6.5초만에 주파해 당시로서 동급의 국산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했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

 2011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국산 차 가운데 최초로 제로백 6초의 벽을 허문 모델이었다. 이 차에는 기존의 3.8ℓ V6 람다 MPI 엔진 대신 3.8ℓ V6 람다 GDI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대출력은 303마력에서 350마력으로 높아졌다. 제로백은 5.9초. 고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현대차는 '더 뉴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행사를 F1 경기장인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기도 했다.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도 고성능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가 계기였다.

 제네시스 쿠페는 'DDGT 레이스'와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CJ 헬로비전 슈퍼레이스' 등 국내 주요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차량이다. 크고 작은 국내 드리프트 대회가 대중화되기 시작한데도 제네시스 쿠페의 공이 크다. 드리프트(의도적으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주행 법)를 하기 위해서는 후륜구동과 고출력 엔진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하는데 제네시스 쿠페가 이를 위해 적격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K3 쿱

'제네시스 쿠페'는 국내 자동차시장에 '고성능 쿠페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현대차 아반떼 쿠페와 기아차 K3쿱 등 2개의 쿠페 모델이 출시됐다. 두 브랜드의 가장 대중적인 준중형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아반떼 쿠페와 K3 쿱은 기존 준중형급 쿠페와 달리 '달리기 성능'에도 방점이 찍혔다. 아반떼 쿠페에는 175마력을 내는 2000cc급 엔진이 탑재됐으며 K3쿱에는 최고출력 204마력의 1600cc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쿠페가 스타일뿐만 아니라 성능으로도 승부해야 한다는 학습 효과를 '제네시스 쿠페'를 통해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제네시스 쿠페'가 불을 당긴 고성능 쿠페가 국내서 대중화되기까지는 숙성 단계를 더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쿠페'의 지난 5년간 전 세계 판매는 10만대를 넘었지만 같은 기간 국내시장에서 이 차는 1만5000대 가량 팔렸을 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시장에서 8만5000대 이상이 소화된 셈이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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