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1가구 1자동차를 넘어 1가구 다차(多車)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연간 판매되는 자동차 중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2%를 넘어섰다. 수억대를 호가하는 고급차도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야 인도받을 수 있다. 몇몇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고물(故物)을 수집하는 것처럼 클래식카를 모으는 사람들도 생겼다. 자동차가 탈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갑오년을 맞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문화적 성숙도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OECD 중 2011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률 3위이며, 보행자 사망률은 4년째 1위다. 제도의 부실을 꼽기 전에 운전자 의식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개인의 잘못보다 집단적 문제로 몰아붙일 수 있지만 교통질서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단편적으로 떼어 생각할 수 없기 마련이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자동차 품질 문제 여론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모든 품질 문제는 전적으로 제조사 책임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탑승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조속한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 간혹 소비자 관리 소홀이나 운전 미숙 원인이 있지만 책임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소비자도 극단적 감정 싸움을 지양해야 한다. '당신 차에 문제가 생겨도 그렇게 말하겠냐' 싶겠지만 감정은 사안의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인터넷 여론과 SNS 활성화는 감정적 대응을 부추기는 익명의 공간일 뿐이다. 어떠한 해결책도 제기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소비자는 문제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과 조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이를 인정하고 제품 개선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어느 나라보다 품질과 서비스에 까다롭다. 이런 채찍질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소비자가 성장시킨 현대기아차는 글로벌에서 역량을 뽐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의 평가를 듣기 위해 모여들기도 한다. 한국 소비자의 수준 높은 요구가 제품 개선 및 개발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소모적인 감정 싸움에 치우치기보다 생산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를 내세울 때 소비자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14년을 맞는 자세는 남다르다. 단순히 자동차를 사고 파는 시장 거래 외에 이용, 활용, 운용하는 풍토까지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조금 늦는다고 상향등 켜며 위협하고, 허위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문화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성숙도가 발전된 2014년을 보고 싶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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