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엔진 개발이 가져온 초음속 항공기의 등장
1947년 10월 14일, 미 공군 테스트 조종사인 척 예거(Chuck Yeager,)는 로켓항공기 벨(Bell) X-1을 탑승하고 세계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인류로 기록됐다. 그가 조종한 X-1 로켓추진 항공기는 특별히 개조된 B-29의 폭탄 투하실에서 낙하돼 고도 13.9 Km 상공에서 Mach 1.06( 초속 361m)를 달성했다. 이후 1953년 11월 20일에는 스콧 크로스필드(Scott Crossfield)에 의해 음속 2배의 비행이 달성됐고, 곧 이어 동년 12월 12일에 예거 팀은 마하수 2.44를 달성하게 된다. 유인항공기의 음속 돌파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저항이 적은 항공기의 외형설계, 고속에서의 높은
공기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하고 가벼운 재료, 안전한 구조물의 설계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그리고 음속 돌파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고성능 추진엔진 개발 등의 기술적 진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음속 돌파는 한 개인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전체 항공기 관련 기술의 진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러한 음속 돌파의 위업 달성 후, 곧 대부분의 전투기와 정찰기들은 초음속 항공기로 설계되기 시작했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의 콩코드, 러시아의 Tu-177 등 초음속 여객기의 출현을 앞당겨 일반인들도 초음속 여행이 가능하게 됐다.
초음속기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초음속기란 무엇인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음속’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속은 공기 중에서 소리의 전달 속도를 말한다. 소리의 전달은 공기 중에서 압력 높고 낮음이 반복되면서 파동 형태(소밀파)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음속은 공기의 온도, 압력, 혹은 밀도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기압과 온도가 높은 해면에서의 음속(초속 약 340m)과, 일반 제트 여객기가 날아다니는 10km 상공에서의 음속(초속 약 300m)은 큰 차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항공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음속으로 속도를 나눈 값을 ‘마하수’라 부르고(마하수=물체속도/음속), 음속의 약 50% 이상의 속도부터는 항공기의 속도 값으로 마하수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즉, 항공기 속도가 마하수 1이라는 것은 바로 소리의 전달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마하수 0.8 이하는 아음속, 그리고 1.2 이상은 초음속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초음속영역, 즉 마하수 1.2이상의 속도영역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를 초음속기라 한다.
제트엔진의 개발, 초음속 비행 시대 열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꿈은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동력비행에 성공하며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후 더 빠른 항공기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고, 이러한 고민이 초음속 항공기의 개발을 가져왔다. 또한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각 국가들은 전쟁에서 전투 및 정찰의 역할로써의 항공기 중요성을 인식했다. 이에 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했는데, 이것 역시 초음속 항공기 등장을 이끌어낸 중요한 동기가 됐다. 항공기술은 양대 세계대전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고 볼 수 있다. 세계 1차 대전은 군사 작전에서 항공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고, 2차 대전을 통해서는 혁신적인 항공기들을 위한 기술발전의 토대가 이룩된 것이다. 초기 항공기의 몸체로 사용되던 목재 대신 알루미늄 합금과 같이 가볍고 단단한 금속재료가 사용되면서 항
공기의 전체적인 강도가 증가됐고, 이에 따라 높은 속도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형태의 항공기 설계가 가능해졌다. 또한 기존 내연 피스톤 엔진의 눈부신 기술발달에 힘입어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추진 시스템이 개발돼, 커티스 P-51 무스탕(순항속도 시속 540Km)과 같은 고속 전투기와 B-29와 같은 대형항공기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초음속 비행을 위한 무엇보다도 획기적인 기술은 제트엔진의 개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1940년대까지 항공기 엔진은 피스톤 내연기관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력을 얻었으나 프로펠러가 받는 공기 저항 때문에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항공기 추진 시스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초로 제트엔진이 개발된 것은 2차 대전의 양대 적국인 영국과 독일에서였다. 영국의 프랭크 휘틀(Frank Whittle, 1907~1996)과 독일의 한스 폰 오하인(Hans Von Ohain, 1911~1998)이 초기 제트엔진 개발의 주역들이다. 처음에 이 두 명의 기술자는 자신들 외에 다른 누군가가 제트엔진을 개발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1930년에 휘틀이 제트엔진에 관한 특허를 먼저 냈지만, 실제로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39년 오하인었다. 휘틀은 2년 뒤인 1941년 비행에 성공한다. 이후 이 제트엔진 기술이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구소련으로 이어져 초음속 항공기 출현의 밑바탕이 됐다.
초음속기의 장단점
전투에서의 초음속기 역할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현재 대부분의 전투기가 초음속기라는 사실이 그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데, 바로 빠른 시간 내에 전투현장에 도달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적기를 제압하는데 큰 이점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전투 시에는 작은 회전반경으로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므로 아주 빠른 속도로 비행하지 않으며, 약 마하수 1.5정도의 속도가 일반적이다.
또한 초음속기는 정찰기로도 큰 이점을 보여주었다. 높은 고도에서 효율이 높은 제트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등 대공 무기의 위협에서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고정밀 관측 장치를 갖춘 인공위성에게 많은 역할을 넘겨주고 있다. 음속기가 여객기로써 갖는 장점을 말하자면 단연 짧은 시간 내에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일반 항공여객기가 런던에서 뉴욕까지 비행하는데 약 7시간이 걸리는 반면, 초음속 여객기였던 콩코드는 약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좁고 불편한 항공기 객실 내에서의 체류 시간을 줄여 줄 뿐만 아니라 기업가들의 당일 출장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지만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소닉붐의 충격파(제트기가 비행 중 음속을 돌파하거나 음속에서 감속했을 때, 또는 초음속비행을 하고 있을 때 지상에서 들리는 폭발음), 낮은 연비, 엔진 연소 시 질소 산화물 배출 등에 의한 환경 파괴 등 여러 이유로 전투기를 제외한 민간 항공기들의 초음속 비행은 2003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사라졌다. 초음속 여객기 운항을 위해서는 경제성 확보와 환경 친화적인 엔진 개발 등이 필수요건이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이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조만간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의 연구 진전 현황, 미래의 발전 방향
전투기에의 응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초음속 항공기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은, 단지 항공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현대 자동차 엔진에 사용되는 터보차지엔진이나 의료기술로써의 충격파 활용기술은 초음속항공기기술이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된 예이다. 현재는 국가 간 군사적 경쟁의 주요 화두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전략 미사일의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마하수 3-4를 넘어서, 마하수 10 이상의 속도 영역에서의 비행에 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공군연구소(AFRL)의 극초음속기술 연구프로젝트인 하이테크(HyTech: Hypersonic Technology)프로그램이다. 지난 2009년 8월 이후 테스트 중인 X-51의 경우,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를 내는 최신 스크램제트 기술이 응용된 미사일로, 마하 5-6 이상의 비행 속도로 날아가 타격이 가능한 차세대 순항 미사일을 개발 중에 있다.
더불어 현재의 스크램제트 기체들의 비행테스트 계획 외에도 미공군연구소(AFRL)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엔진 스케일을 늘리고 재사용성과 운용성을 향상시킬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스크램제트 엔진 사이클에 다른 추진 사이클들을 통합해 우주궤도까지 날릴 수 있는 기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기존의 로켓방식과는 다른 우주비행 기술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궁극적으로 극초음속 항공기의 개발을 현실화 시켜 인천 공항에서 뉴욕케네디공항까지 현재 14시간가량 걸리는 비행시간을 2-3시간으로 줄여주는 여객기의 출현을 현실화 시킬 것이다.
초음속기 시대적 발전사
1. 1947 세계 최초의 수평비행 초음속 실험기, 미국 : 벨 XS-1 혹은 X-1
X-1은 음속을 넘기 위해 제작된 로켓 추진 형태의 실험용 비행기로, 제대로 된 날개가 없어 폭격기인 B-29에 매달려 높은 고도에서 분리됐다. 최초로 음속을 기록한 기체이다.
2. 1954 F-100 수퍼 세이버(Super Sabre), 미국: 1954년부터 1971년까지 미 공군에서 사용된 세계 최초의 실용 초음속 제트 전투기
미국의 유명기종인 F-86 세이버(Sabre)에 이어 개발 된 전투기이다. 기존 날개의 후퇴각을 35도에서 45도로 늘려, 미국 전투기 중 수평비행으로 음속을 넘을 수 있는 최초의 전투기가 됐다.
3. 1959 구소련의 최다 수출 초음속 전투기, 구소련 : MIG-21
MIG-21은 구소련이 가장 많이 수출한 초음속 전투기이다. 최고 속도는 마하 2.05로, 빠르고 가벼우며 결함이 적은 항공기이다. 전투기 역사상 그 어느 전투기보다 장기간 생산이 계속됐다.
4. 1966 블랙버드란 별칭을 가진 록히드 마틴의 마하3 전략정찰기, 미국 : SR-71
개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항공기로 유명했던 “SR-71”은 타격 정찰-SR(Strike-Reconnaissance) 또는 전략 정찰기-SR(Strategic Reconnaissance)를 의미한다. ‘블랙버드’라는 별칭을 갖고 있던 SR-71은, 영화 트랜스포머의 모델기로 사용됐을 정도로 디자인이 혁신적이다. SR-71이 개발된 주 이유는 미국 U-2 정찰기의 추락 때문이었다. U-2 첩보기는 워낙 고공(지상 20Km이상)을 비행해서, 당시에는 이 U-2 항공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나라가 없었다. 그런데, 1960년 U-2가 SA-2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드디어 구소련이 U-2를 격추시킬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미국중앙정보국(CIA)은 새로운 정찰기의 개발이 절실하게 됐다. U-2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빠른 속도로 더 적은 레이더 탐지면적을 갖는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록히드사(현재의 록히드마틴사)의 당시 부사장이자 천재 엔지니어로 알려진 클라렌스 존슨이 이끄는 스컹크팀에 의해서 SR-71이 개발됐다. 이 모델은 길이 37.75m, 너비 16.95m, 무게 77톤(t), 최고 작전고도 2만 4,000m 이상, 최고속도 마하 3.3, 순항속도 마하 3, 항속시간 1.5시간여의 성능을 자랑했다. 5. 1975 세계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구소련 : TU-144
구소련이 개발한 초음속여객기이다. 영국·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콩코드에 앞섰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고도를 더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초음속여객기로, 최고 속도는 마하 2.35, 탑승객은 140명이었다. 큰 의의를 가진 기체이지만, 기술력 과시를 위한 목적으로 제작돼 경제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1978년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여객기로 운항되지 않았다. 총 14대만 생산됐다.
6. 1976 영국-프랑스 공동개발 초음속 여객기 : 콩코드
영국·프랑스 양국이 협력해서 개발·제작한 초음속 여객기이다. 1976년 영국항공(BOAC)은 런던-바레인, 프랑스항공(Air France)은 파리-브라질 운행을 시초로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가늘고 긴 삼각날개와 4개의 엔진을 지녔고 고도 2만m 부근을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하며 탑승객은 130명이었다. 하지만 소음과 대기오염 등의 문제가 심각해, 항공기의 생산은 1976년 11월에 완성된 16기를 마지막으로 중지하기로 했다. 또한 안전상의 문제로 2003년 대서양횡단노선에서의 취항을 마지막으로 27년간의 상업적인 여객기로써의 역활을 끝마치게 된다. 7. 2004 마하 10의 무인 스크램제트 항공기, 미국 : X-43
미항공우주국(NASA)의 하이퍼 엑스 프로그램(Hyper-X program)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2004년 11월에 마하 9.8의 비행속도를 기록했다. X-43에 탑재된 스크램제트 엔진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속력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추력을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에 참고 사진과 같이 처음에는 보조 로켓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가속시킨다. 무인항공기이었기 때문에 영웅적인 인간의 등장은 없었다.
8. 2005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 한국 : 한국항공우주산업 T-50
한국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공동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로, 정식명칭은 'T-50 고등훈련기'이다(별칭 골든 이글).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주관으로 1990년 사업을 시작해, 1997년부터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2003년 음속 돌파 이후, 2005년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로써 한국은 초음속 비행기의 자체개발 기술을 보유한 12번째 국가가 됐다.
출처: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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