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어르신들을 상대로 블랙박스 판매 및 관리를 해준다며 상상 이상의 돈을 요구하는 업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블랙박스 회원제 사기'인데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인어른이 블랙박스 회원제 관리 계약을 맺고 약 500만원을 지불했다며 사기를 당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계약서에 적힌 약정 기간은 총 72개월로, 블랙박스 기계 할부금을 모두 합쳐 총 계약 금액이 476만원에 달했습니다. 업체는 '설치한 블랙박스가 고가의 좋은 제품'이라고 설명하며 휴대폰 연동, 유리막 코팅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설치와 사후 관리 등의 명목으로 5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청구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데요. 더욱이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200만~300만원에 달합니다.
A씨 사례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블랙박스 회원제 피해 사례가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데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3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고 고객을 속인 업체가 있는가 하면 멀쩡하게 작동되고 있는 블랙박스를 고장이 났다고 속여 새 제품으로 교체하고 기존 블랙박스를 가져간 업체도 있다고 합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의 블랙박스 회원제 서비스 계약,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라면 불공정계약 의심해야
물론 블랙박스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터무니없이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는 것은 위법한 일입니다.
특히 계약 체결 시 부수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고급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본계약 상품인 블랙박스를 시장가격의 몇 배로 부풀려 판매했다면 해당 계약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과도한 부담을 져야 하는 구매계약은 불공정약관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우선 A씨의 사례에서 장인이 블랙박스 업체와 체결한 구매계약의 개별 내용은 약관에 해당합니다. 약관이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특정 종류의 계약을 불특정다수와 계속 반복해서 체결할 것을 예정하고 이에 대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작성해 둔 계약의 내용을 말합니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보험계약, 운송계약, 예금계약 등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계약 내용이 약관에 해당하는데요. 사업자가 미리 정해놓은 계약 조항, 즉 약관을 소비자가 받아들이면 계약이 성립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서명을 했다고 해서 계약이 모두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약관이 작성자에게만 유리하고 반대로 소비자에게는 지나치게 불리하다면 해당 약관은 불공정약관이 되고 이를 이유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약관법은 불공정조항을 가려내기 위해 여러 판정 기준을 두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조항 △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불공정약관에 해당합니다. (약관법 제6조제2항)
예를 들면 인터넷 유해정보의 차단은 인터넷통신사업자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가서비스로 구분하고 소비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조항이나 보험 계약을 할 때 생명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요건을 충족하기 매우 어려운 조항을 둔 경우도 모두 불공정약관에 해당합니다.
불공정약관은 원칙적으로 무효인데요. (약관법 제17조) 다만 만일 약관의 일부 조항이 무효인 경우라면 나머지 조항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유효부분만으로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일방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블랙박스 회원제 계약의 경우 저렴한 물건을 비싼 것으로 속이거나, 위약금으로 과한 돈을 청구하는 등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이기 때문에 불공정약관에 따라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있어 보입니다. 불공정약관에 대한 신고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바가지 상술,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A씨 사례의 업체는 블랙박스 설치와 사후 관리비용으로 5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일시불로 청구했는데요. 일반적인 시장가격으로 볼 때 지나치게 비싼 가격입니다. 만약 A씨가 해당 업체를 사기죄로 고소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형법상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형법 제347조)
판매자가 물건을 팔며 이익을 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하면 흔히 말하는 '바가지'가 되는데요. 바가지 상술은 사기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바가지 사기의 기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바가지를 씌운 정도가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춰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인지를 보는 건데요.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면 기망행위가 인정돼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대전지법 2006고단2654)
실제로 바가지 행위에 대해 사기죄 유죄가 선고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용실 원장 B씨는 장애인에게 염색비용으로 50여 만원을 청구해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만 골라 계획적으로 돈을 뜯어내려던 고의가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사기꾼들 징역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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