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X일
오늘은 아우디 A8을 모는 호구고객님께서 나의 오덕스러운 정비소를 방문했다.
꼬라지를 보아하니 돈은 좀 있게 생겼다. 순간 나의 대뇌피질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여지껏 대해왔떤 차에 대해 X도 모르는 호갱님 (호구고객님)을 내 짐승같은 본능이 느낀 것이다.
일단 나는 겁을 주고 차에대한 전문용어를 씨부려대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가장 만만한 오일로 돈을 뜯어냈다.
역시 나의 예감대로 바로 돈을 싸질러준다. 오늘은 참 이상하게 운수가 좋다. 이렇게 간단한 오일교환만으로 돈을 뜯다니
나는 전생에 기름이 풍부한 중동 지역 왕자였음이 틀림없다.
돈냄새가 나는 이 호갱님한테 돈을 더 뜯어낼 구실을 발견했다.
이미 호구고객 3종셋 파워오일, 브레이크오일, 패드연마 스킬을 구사하고 뭔가 더 뜯어낼 구석이 없나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잠시 차를 몰아본다는 핑계로 호갱님 몰래 센서의 전선을 절단하면 더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싸 신난다.
난 정말 머리가 좋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남의 돈 편하게 등쳐먹고 사는 삶의 재미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는 것이다.
<중략>
헐 시발 X 됬다. 호갱님이 눈치를 챈 것이다. 갑자기 내 담뱃값 5만원을 못주겠다며 과잉정비 스킬을 시전하는 것이다.
이럴땐 호갱님이 혼자니까 직원들과 파티를 맺어서 연계기로 눕혀야된다. 내가 먼저 몸빵을 하기위해 욕설 어그로 스킬을 시전하면서 도발했다. 걸려든 것 같다.
엌..아니 잠깐 안되 경찰을 부르지말란 말이다. 112에 신고하는 걸 알아차린 순간 내 눈 앞에는 그동안 등쳐먹은 수많은 순진한
호갱님의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파티장으로서 나의 원거리 투척 무기인 기름 장갑 던지기 스킬을 시전했다.
크리가 터진 것 같다. 헐 근데 호갱님의 낌새가 이상하다. 데미지가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갑자기 누워서 뻣뻣해진다.
사후경직이 시작된 것 같다. 큰일이다. 나는 누워버린 호갱님을 껴안고 말했다.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나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누운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테이프를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운수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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