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람인데 업무 특성상 서울출장을 자주 간다
그래서 서울역사의 환경은 서울역을 자주 지나는 여느 이용객처럼 내눈에 제법 익숙하다
기차에서 내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드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정문을 나서면 그떄서야 서울을 왔구나 실감이 난다
제일먼저 정면으로 보이는 익숙한 건물, 계단에서 각자의 편한 자세로 쉬고(?) 있는 몇몇 노숙인들,
그리고 계단에 다다르면 저 앞에서 피켓을 목에 걸치고 확성기로 연신 사이렌을 울리며 목에 핏대가 서도록
성토하는 무리가 보인다
소위 믿음을 가진 자가 항상 그자리에서 연신 구원받으라 호소하고 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나는 특정종교에 거부감이 없고 내게 직접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나도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뿐이었다
가로젓는 고갯짓은 그저 그가 홍보하는 종교에 대한 비판의 의미가 아니라
관계없는 이들이 듣기엔 소음에 불과한 외침, '자유'라는 막강한 무기로 위장하여 행해지는 공해, 바로 그에 대한 불만이다
2020년 8월 15일
전국각지에서 수십대의 버스가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특정 종교인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모인 자리란다
국가기념일이란 것을 망각할 정도로 적어도 그 곳에서만큼은 그 기세들이 실로 대단했다
정말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겪었다고 자부하는데 요즘은 "내가 이상한건가?"라며 나 스스로의 자아를 의심하곤 했다
그들을 보면 그렇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역대 유례없는 전염병이 도는데도 줄곧 "믿음"과 "구원"을 강조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제를 권해도 씨알도 안 먹히고 툭하면 [집결]하는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저들은 진정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국가적인 위기보다도 '종교'나 '비판'이 우선인 것인가
'구원'의 진정한 의미가 정녕 저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그 것이 맞기는 한 것인가
혹시 그 참뜻을 깨닫지 못한 채 종교라는 여과기를 통해서 변질된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8월 15일 그야말로 역사적인 그 날이 코로나19의 재유행의 단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촉매제 역할을 한 것임은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특정 종교인들은,
그 외 각자의 호소성 짙은 응집력으로 무장했던 그날 광화문에서의 모든 시위자들은 결단코 잘못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들은 따가운 눈총이나 손가락질에 아랑곶하지 않고 이것이 국민의 목소리이며 외침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감히 그 간악하고 비열한 입으로 국민을 담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전염병이 창궐해도 그들의 믿음 앞에서는 한낱 한여름의 고약한 감기증상일 뿐이다
그저 구원만 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예배금지]도 아닌 예배자제 혹은 비대면예배도 그들은 허용하지 않았다
헌법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이 것은 종교에 대한 자유의 박탈이라며 강하게 정부를 비판한다
당신들이 그렇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조하는 종교의 자유가 정말로 사람의 죽음보다 앞선 것인지 묻고 싶다
하늘을 찌를듯한 패기로 강행했던 예배의 결과는 늘 전염과 오염이었고,
확진자가 나오는 순간 자유를 외쳤던 그들은 하나같이 숨어버렸다
그리고 이 현상은 지금까지도,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지겹도록 반복될 것이다
근데 참 이상하지?
불교인도 있고, 천주교인도 있는데 이 사단이 났는데도 활동을 하고 있는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잠잠하다
그들은 말한다
모이지 않고도 충분히 불공을 들일 수 있으며 예배를 할 수 있다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예배를 미룰 수 있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인데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 오히려 질문자에게 반문한다
나라가 있어야 종교도 있는거란다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분명한 이유이다
전염병을 대하는 정치인과 특정종교인 묘한 콜라보,
그 속에서 그들은 오늘도 모여서 찬송가를 펴고 노래를 부른다
그 모임은 이제 종교가 아니라 역병이 난무하고 있는 위기의 국가를 향한 이유없는 투쟁으로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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