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25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르노가 제시한 인수안을 받아들이면서 국내 완성차업체가 처음으로 해외 기업에 팔리게 됐다. 동시에 해외 자동차업체가 처음으로 단순 판매가 아닌 자동차사업 전반을 한국에서 직접 영위하게 됐다.
그 뒤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각 변동을 겪었다. 상하이차의 경영 부실로 쌍용차가 법정관리 상태에 빠지고 GM대우차가 ‘GM의 생산기지에 불과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국가 경제에 파급력이 큰 자동차기업을 외국 자본에 넘긴 것이 타당했나’라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작년 내수 점유율 GM대우 앞서
‘외국계 완성차업체 1호’인 르노삼성차의 10년은 회사 자체의 실적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다. 출범 두 번째 해인 2001년 7만700여 대를 팔았던 르노삼성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18만9800여 대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1조470억 원에서 3조6561억 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SM3, SM7, QM5 등의 신차를 내놓으면서 라인업을 늘렸고, 지난해에는 내수 시장 점유율 9.6%로 GM대우차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르노삼성차의 성과에 대해 기존 삼성차가 갖고 있던 역량을 잘 활용했다는 것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르노삼성차는 르노와 닛산의 기술을 한국 실정에 맞게 잘 적용해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제품을 꾸준히 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삼성차에 우수한 인력이 워낙 많았고 노조가 없는 등 기본 이점이 있었다”며 “GM대우차를 강하게 통제한 GM이나 단기성과만 따진 상하이차와 달리 르노그룹은 상대적으로 간섭을 덜하면서 장기성과를 내다봤다”고 분석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 덕도 봤다는 평가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삼성과 상표사용 계약을 연장해 2020년까지 ‘삼성’ 상호와 상표를 쓰기로 했다.
○ 한국 자동차산업에 미친 영향
외국계 완성차업체 중 가장 성적이 뛰어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차가 한국 자동차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는 긍정적인 분석과 ‘연구개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 가운데 르노삼성차가 중형차와 준중형차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끌어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그만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앞으로 고속전기차 개발 경쟁에서는 이 분야에서 한발 앞선 르노와 닛산의 전기차 관련 기술이 르노삼성차를 통해 한국 자동차업계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그룹이 내년부터 이스라엘과 덴마크 등에서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선보이기로 한 가운데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에서 고속전기차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많지 않은 부산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르노삼성차 측은 2000년 출범 이후 임직원 수가 5500명 가까이 늘었으며, 총 투자금액은 1조5400여억 원이라고 밝혔다.
○ ‘개발 능력’ 외국에 넘겼다는 비판도
반면 르노삼성차를 비롯한 외국계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을 자동차 ‘제조 강국’으로 만드는 데에는 기여했지만 ‘개발 강국’의 길은 일정 부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생산 체제의 속성상 연구개발(R&D) 기능은 ‘중앙’인 본사로 집중되고 공장이 있는 ‘주변부’에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생산 능력 위주로 역량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르노삼성차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중앙연구소를 두고 있지만 이는 본질적인 R&D보다는 ‘현지화 연구’에 가깝다”며 “핵심 개발역량은 르노삼성차가 아닌 르노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차나 대우차를 외국 자본에 팔기보다는 잘 살려서 현대·기아차를 견제할 수 있는 ‘양강 체제’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측은 “르노삼성차의 제품은 르노의 공동 플랫폼에 한국의 DNA가 더해져 나온다”며 “올해 판매를 개시한 뉴 SM5의 경우 80% 넘게 한국 역량으로 개발한 차”라고 강조했다.
또 르노삼성차 측은 “연구소 인력만 1300여 명으로 출범 당시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르노그룹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5’를 그룹 본사와 함께 개발할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삼성의 ‘유산’과 한국의 기업문화 살린 게 성공비결”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
위르티제 사장은 “인수합병을 할 때에는 항상 인수 대상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전해야 한다”며 “삼성차의 내재가치는 뛰어난 인력과 높은 제품 품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르노그룹은 전반적인 경영 방식이나 재무, 제품 관리, 마케팅 등에서 강점이 있었으며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를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위르티제 사장은 ‘르노삼성차가 본사인 르노그룹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생산·개발 전략을 펴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르노그룹은 점점 르노삼성차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르노삼성차가 초기에는 르노-닛산 제품을 받아서 판매했지만 이제는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다”라며 “그만큼 르노삼성차가 기술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위르티제 사장은 “(르노삼성차가) 독자 전략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러피언 스따일?
디뻐런뜨 뿌리미엄?
뭐 어쩔수 없겠죠. 상황이 그랬으니.
르노삼성차가 국내 최초로 눈길 갈만한 것들을 많이 내놨잖아요? ㅎㅎ 에쿠스에도 스마트키 없을때 중형차에 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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