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늦은밤.
피곤한 몸을 뉘이고 잠이 드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네'
술에 취한 남자 목소리가 내이름을 부른다
"야 광진아"
"네"
"네?"
.....? "누구야?"
"나 영관이"
하...숨이 멎을것 같았다
숨고 싶었고 부끄러웠다
수화기 건너편의 남자는
나의 학창시절 친구였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3년동안 한번도 옆자리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던
단짝친구..나의 짝궁...
그때만해도 지나치리만큼
내성적이고 고립적이었던
내 성격탓에
곁에 머무는 친구하나 두지 못했지만
이 놈은 달랐다
나의 속깊은 얘기를 털어놓았던 유일한
녀석이었지
우린 3년내내
같이 등하교하고
같이 운동하고
취업도 같은곳으로 갈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믿어주던 그런 친구였지...
사는게 바쁘단 핑계로
또는 멀리 객지생활을 하던 나 때문에
친구와 난 소식이 끊어지고...
세월이 흘러서...
'아이러브 스쿨'인가?
동창생 찾는 사이트를 통해
졸업후 10년이 지나서야 친구놈에게
연락이 왔었지
난.. 그때 수화기 너머 들리던
흥분한 친구의 목소릴 잊을수가 없다
그렇듯 친구는 잊을만하면 내게 연락을 해오고
잊을만 하면 나를 찾아와주고
또 잊을만하면 나 사는곳을 들여다 봐주었다
우리의 학창시절은 참 가난했다
나도 친구도
가진거없이 태어나
비슷한 환경에 끌려서 친구가 되었었지
방과후 습관처럼 들리던 먹자골목
라면집도...
돈 아껴보겠다며 한달에 만원하던
헬스클럽도...
일년에 한번씩 바꿔들던
서로의 책가방도...
난
지금도 25 라는 숫자를 보면
친구가 생각난다
늘 함께하던 하교길 끝자락에
친구를 태우고 떠나가는 버스가
25번 버스였다는 이유로...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는
참 잘 살고 있었다
착실한 아내 만나서
예쁜 아이도 낳고
좋은 직장에,
좋은 차에,
그리고 좋은 집에...
어릴적 힘들고 고생했던
우리의 모습이 겹쳐지고,
'아 친구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구나
고맙다 세상아'
난 친구의 행복이 기뻤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이란게
거기서 튀어나올줄 ...
우린 같은 처지를 견디고 살았는데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했는데
난 왜...
나는 왜...
왜 여태....
그래서 였나보다
언제부턴가 난 친구가 불편했다
시기하는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기쁘지 않은것도 아닌데
나를 자꾸 돌아보게 하고
곱씹게 되는 그런게 싫었나보다
그런 속내를 내색하지 못한 나를
친구는 끊임없이 찾아주었다
올때마다 달라지는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부럽고
늘어나는 식구도 부러워서..
난 그렇게 친구를 외면했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날..
아니 며칠전 밤이었다
스마트폰에 무수히 쌓여있는
문자들을 정리하다가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문자하나...
친구의..
영관이의...
어머님이 별세하셨단 부고문자....
미치겠다...
마음이 급해서 날짜를 보니
그날이 발인 날짜..
늦었다
너무 늦었다..
내가 친구를 버렸구나...
전번조차 없었으니 문자가 왔어도
스팸인줄 알고...
미쳤구나 내가....
이젠...
연락도 할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구나
그런데...어제
친구놈이 술에 취해 나를 찾고있다
그랬으니
내가 숨고만 싶었겠나.
'친구야 날 원망하고 탓하려무나
욕도, 저주도, 그 무엇이라도 들어줄테니...'
친구놈이 울며
"광진아 힘드냐?"
"...."
"힘드냐고 이 새캬"
"...미안하다..."
그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친구놈이 대뜸 그런다
"미안해 하지마라
넌 내 친구고...난 니가 아프지 않고
살아있는게 고맙다"
하....속이 타들어간다
욕을해도 시원찮을텐데
날 감싸려한다
술에 취한 친구가 계속 말을 이어가고
난 듣기만 하고 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아끼는 친구가
둘인데 건수(고등학교 동창)하고 너야
이새캬"
"......"
"이젠 좀 내려놓고 살자
우리 남은 인생 친구밖에 더있겠냐
힘든거 아는데...
난 니가 잘됐으면 좋겠다"
할 말이 없었다
너는 날 참 부끄럽게 하는구나.
나와보낸 시간이 고작 3년인데
날 잊지않고 찾아주는 놈
날 잊지않고 기억해주는 놈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친구란 사실을
알게 해준 놈...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머리숙여 사과할께
미안했다 그동안'
그렇게 우리의 통화는 끝이났고...
다음날 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야 너 어디사노...
조만간 내가 널 보러 갈께"
기뻐하는 친구의 목소리...
그리고 남자냄새 가득한 우리사이...
세상에 태어나
친구하나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겐 나를 잊지않고 기억해주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맘이 따뜻하구나 친구야
가진게 없으면 어떻고
나 못살고 너 잘 살면 어떤가
우린 친군데...
우린 경쟁상대가 아닌데...
기억저편에 있던 친구가
항상 내곁에 있었다는걸
난 모르고 살았나보다
보고싶다 친구야
나에겐 친구가 한명있다
★Only one my best fr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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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듯 좋은 친구를 두신 님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친구에게 잘 하시고
내 자신에게도 잘하세요
저도 군생활 시절에 한시간도 아까울 첫휴가때 제게 면회와준 친구가 생각나네요
내일은 그 친구에게 전화 한통 때려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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