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돌아가신 아버님이 떠오릅니다.
살아계셨다면 올해 100세, 황해도 황주군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때 월남하셔서 가까운 친척도 없이 사시다
벌써 돌아가신지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
- by 윤문원
아버지란 누구인가?
아버지란 침묵과 고단함을 베개로 삼는 사람이다.
정작 아버지가 옷걸이에 걸고 싶은 것은
양복 상의가 아니라,
어깨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이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은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겉으론 태연해 하거나 자신만만해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 대한 허무함과
가족걱정으로 괴로움을 겪는 존재이다.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도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울 장소가 없어서 더욱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부리나케 일어나서
나가는 직장은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다.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아버지란 날마다 이렇게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불만에
가슴앓이를 하며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먹이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하지만
친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 늦게 들어올 때
어머니는 열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번 현관문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 자랑은
자식들이 반듯하게 자라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볼 때 삶의 보람을 느낀다.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속담은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로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나는 아버지다.
어제 내 술잔은
술이 백퍼인데
에혜 젊을때 많이 마시구로 ㅋ
한참이 지난 뒤에
비로소 그 그늘이 그립더이다
선친께서 한국전쟁에 참전을 하신 분이라 호국원으로 모셔야 할 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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