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벌써 올해 마지막 달이네요.
갑자기 추워져버린 날씨에 옷이 순식간에 두꺼워져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가 소중한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12월... 연말.. 그런 감성이 있지 않나요..?ㅎㅎ
거의 대부분 분들이 새로 차량을 구매후 글을 올리시더라구요.
저는 이번에 이별할 제 첫 차의 글을 한 번 써보려합니다..
글에 앞서 잠깐 배경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자면
저는 수동 운전을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운전면허 학원도 간 적이 없었고,
처음 스틱을 잡아 본 순간이 면허 기능시험이었죠...
차에 관심은 많았기에, 중 고등학생 시절부터 차량관련 매체를 접했고
그 지식과 아버지가 알려준 차량에 대한 지식으로 면허를 따야했습니다.
면허를 따고는 학교 통학을 핑계로 부모님께 부탁드려, 국산 준중형 suv를 반년정도 운행했습니다.
그치만 머릿 속에는 계속 수동 미션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이는 군 입대를 운전병으로 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코로나 시즌이라 마스크를 달고 살며, 논산에서의 기초 군사 교육을 마치고...
후반기 교육 부대인 강원도의 한 수송 교육 연대(구 야수교)에서 눈이 오는 시즌에 운전 교육을 받게 됩니다.
드디어 스틱을 배우는구나...! 라고 기뻐했던 순간이 무색하게도 시동이 걸린 한 군용트럭을 3명당 한 대 쥐어주며
T S Z라고 불리는 코스를 연습하라고 합니다...
군필자 분들이라면 한 번씩은 보셨을 차량입니다.
두돈반이라는 이름을 가진 k511 보다 앞 뒤로 조금 더 길고 높이가 확 높아진(?) k711이라는 5톤 군용 트럭입니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차만 주고 연습하라니... 되겠습니까ㅋㅋ
타자마자 밖에서 보던 차량 실내가 아닌 초록색 쇠 판들과, 뭐가 뭔지 모르겠는 버튼들
정지 상태에선 두손으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야 겨우 돌아가는 논파워 핸들...
... 그 또한 감성입니다.
특유의 거친 엔진음과 배기음, 브레이크 소리, 후진 넣을 때의 췩! 소리...
눈이 오던 날 강원도 산골을 달리던 그 순간은 아직 잊을 수가 없네요ㅎ
자대에 가서도 제대로 배우진 못했습니다.
자대에서 배우겠지? ------> 야수교에서 배워왔겠지? 의 무한 굴레이기에...
병사, 간부 구분 없이 매일이 초과 근무인 바쁜 부대 상황에 운전을 개인적으로 배운다?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조금씩은 수송관님께 여쭈며 배우긴 했지만, 이미 장거리 운행과 위험물 운반도 갔다오는 처지에 갑자기 대뜸
"수송관님.... 출발 어떻게 해야합니까?" 라고 말하기도 좀 그랬으니까요.
결국 계속 감으로 운전을 했고, "밖에 나가선 못 해!" 라며 수송관님께 밝히면 지금도 몽둥이를 가지고 찾아 올
여러 기행들도 펼쳐보며 전역을 했습니다.
(선임들이 좋게 봐줘서 좋게좋게 넘어 간 거지 폐급 되기 쉬운 길 입니다.)
이렇게 수동을 배우고자 갔던 군대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갈증이 생기던 찰나에....
한 차량을 가져오게 됩니다.
아반떼 xd 스포츠 1.6 수동입니다.
원래 삼촌이 신차로 출고하고 계속 운행하시던 차량인데요
올해 여름, 삼촌 가족이 신차를 무려 2대... 출고로 인해서 폐차 될 위기의 차였습니다.
마침 수동에 목 말라 있던 저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이 차를 가져오게 됩니다.
가져오자 마자 전조등이 나가서 전구도 바꿔주고...
블루투스, aux 선 조차 연결이 안 되었기에, 오디오데크를 들어내어 cdc단자를 aux로 끌어와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합니다...
도중에 휴대폰 변경으로 휴대폰에 aux잭을 끼울 수 없게 되자, dac만 좋은 걸로 바꿔도 좋은 소리 난다던 매형의 말이 떠올라
그냥 변환잭만 사려다가 꼬다리 dac도 붙혀봅니다.
사실은 저게 아니라 검은색 메x주 꼬다리 dac였습니다만...
용감한 어떤 분 께서 차에 넣어 둔 게 없으니 저것만 톡 떼서 가져가셨더라구요... 문 단속 철저히 안 한 제 탓이기에..
눈물을 흘리며 중고로 다른 걸 구했습니다ㅠ
저거 끼운다고 안 들리던 음역대가 마법처럼 생기진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보완 되는 느낌은 받았는데, 음감질은 학생 때 접었기에 이정도도 차고 넘치게 만족합니다.
손, 발재간은 수동의 특권이죠... 군대에선 차량도 차량이고 군화를 신어서 힐앤토는 연습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끽해야 레브매칭만 가능 했었기에 아반떼로 연습하며 그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움짤은 차량 구매 후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지금이야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넣을 수 있지만, 공도에서 이런 스킬은 딱히 필요가 없죠ㅎ
(승차감을 위해서? 필요없다 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차량에 부조가 생겼더라구요.
별 신경은 안 쓰여서 그냥 넘겼는데, 그 이후로는 잘 가다가 1초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심정지가 오기 시작합니다...
엔진이 아예 멈췄다가, 곧 바로 돌아오는 기이한 현상이 생겼는데요...
그냥 차가 안 나가는 게 다였기에 천천히 고치자였는데...
주차장에서 1단으로 서행하다 증상이 발생하자 벨트 없으면 앞유리 뚫고 나갈 기세로 제가 튕겨져 나가더군요 ...ㅡㅡ;;
바로 고쳐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부조현상 때 부터 대충 원인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타이밍에 점화가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고, 점화 플러그 문제라는 걸 인식은 하고 있었거든요.
점화플러그 자체는 얼마 하지 않습니다.
4개 한 세트에 만원 조금 안 되고, 배선도 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코일... 하나에 20000원이 넘더군요?
의미 없는 곳(이유는 후술...)에 돈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저로선 딱히 달갑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근데 뭐 이렇게 계속 탈 수는 없으니 직접 고치기로 합니다. (교체가 다라 고친다도 좀 어울리진 않네요ㅎ)
집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니 현대자동차 부품점이 있었습니다.
부품 일련번호를 다 적어서 가야하나 싶었는데, 가서 차량 번호를 말씀 드리니
호환되는 부품들을 알아서 꺼내 주셨습니다.
부품들을 양손 가득 챙겨서 조수석에 던져둔채
주요 공구를 다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근처 지역의 바이크카페로 찾아가게 됩니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해 토크렌치를 포함한 공구들을 몇 개 빌려 작업을 시작합니다...
토크렌치만 빌리면 됐는데 바보 같이 다른 공구들을 어머니 차에 넣어두고 어머니랑 정 반대로 가버렸더군요...
다행이 많은 종류의 공구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라 ovm공구로 대부분은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교체는 별 거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배선과 코일을 탈착, 구멍안의 점화 플러그도 돌려서 빼낸 뒤, 새 제품으로 역으로 조립하면 끝입니다.
여기서 점화플러그는 정비지침서에 적힌 토크로 조여야하는데, 잘 못하면 뭐, 엔진 헤드를 들어내야한다... 와 같은 무서운 얘기가 들리더군요.
저는 수입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생길 일말의 가능성 조차 남기면 안됐습니다... 그 때문에 토크렌치를 빌리러 온 것이죠..
새 친구들을 역순으로 끼우기만 하면 끝나는 작업입니다.
저 같이 차에 무지한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니, 해본 적 없으신 분도 도전하셔도 될 난의도 입니다..
문제 부위를 거의 확신을 하고 교체를 했기에 다행이 증상은 바로 고쳐졌습니다...
연비가 좋아질 수도 있다...! 라는 얘길 들었지만,
연비는 뭐... 똑같습니다..
차량 주 운행 목적은, 시골에 계신 할머니 뵈러가기, 교정으로 인한 주기적인 치과 방문, 사촌누나 아기들 봐주러 가기...
그 외 제일 후순위가 마실, 드라이브 정도겠네요.
운행하는 빈도수가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2주동안 한 번 탈까 말까 하기도 했거든요...
공부하다가 생각이 많아져 답답하면 드라이브 겸 할머니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고민거리를 가지고 근처 지역의 절의 찾아가보기도 합니다.
흔히 도가니가 나간다... 라고 하는 상황도 경험해 봅니다.
올해 추석 당일 아침에 혼자 즐겁게 맥모닝을 먹고, 선글라스도 끼고 선루프를 포함한 모든 창문을 열고선 바람과 피톤치드를 맞으며
시골에 내려 갔다 오는 상황이었는데
군대 있을 때야, 레토나 빼면 디젤 차기에 클러치만 써서 찔끔찔끔 갈 수는 있습니다만,
가솔린 차에 일정하지 않은 경사도의 도로를 지나니 너무 힘들더군요ㅠ
길 도중에 공터를 보고선, 진지하게 잠깐 쉬었다 갈까... 생각했습니다.. (차선 변경도 못 할 수준이라 포기..)
한 번 멈추면 몇 분은 제자리에 있어서 다행이었지... 계속 찔끔찔끔이었으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중고거래 갈 때도.. 잘 써먹습니다.
저기 컨베이어 벨트 같은 건 세라잼인데, 2열 폴딩이 되어서 큰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아도... 쉽게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새벽 시간에 혼자 싣다가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허리 아파서 산 건데ㅠㅠ;;)
가라로 라이트 복원도 진행해 봅니다...
보통 사포질에서 망한다고 하길래 사포질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의외로 자신 있던 락카칠에서 좀 망해버렸습니다.
그래도 흐리멍텅하던 라이트가 깔끔해져서 후회는 안됐습니다ㅎ
그리고 오늘 사진이네요.(글 쓰다가 자정이 넘었지만요..)
이제 이 차에 투자할 건 없습니다.
고칠 것도 없고 더 이상 투자하고 싶진 않습니다.
? 그렇게 차에 할 거 다 해놓고 왜 이제와서 그 소리냐? 라는 말을 몇 번 들었습니다.
이미 마음은 보내기로 굳혔고, 이유는 제가 이 차를 탈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차를 원해서 타게 됐지만,
막상 제 명의의 차를 소유하게 되니 그동안 가진 재산이라고 할 만한 건, 현금과 금 밖에 없었는데,
이런 부피도 큰 재산이 생긴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습니다만, 객관적으로 저는 수입이 없는 상태고
결국 가진 돈에서 계속 나갈 뿐입니다.
제 나이가 20대 초반, 군대를 남들보단 1~2년 일찍 갔다 왔습니다.
아직 새파랗게 젊을 시기이고, 한 창일 나이라더라구요.
언제 한 번 저희 부대 단장님이랑 커피 한 잔 하다가, 단장님께서 말씀하시더라구요.
"xx아. 너도 고민이라는 게 있냐? 단장은, 항상 선택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해, 지금 단장의 경우에는
내 선택이 내 노후와 나의 가족들 운명을 결정할 거잖아
그런 상황에서 선택을 굉장히 잘 해야한다고 생각해.."
저에게 그 시기가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누구처럼 청춘이라는 이름의 무언가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금방 흘러 20대 후반, 30대가 될 생각을 하면, 마냥 현실을 놓고 있지도 못하겠습니다.
차를 정말 좋아했고, 운전하는 것도 즐겁고 좋지만
제가 원했던 20대는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병역 기간을 빼고 보아도 남들보다 학벌, 자기관리, 인간관계, 연애등등 모든 분야에서든지 뒤쳐진 건 사실이기에,
차에 투자할 시간과 여유도 없고요.
추상적이지만, 군대에서 부터 행복이란 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복한데 살고 싶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차를 좋아해서 제 차를 가지고, 차를 타면 행복 할 것 같았습니다.
근데 행복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 차를 탈 이유를 모르겠다의 더 자세한 이유겠네요.
솔직히 지금 제 손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키가 쥐어져 있어도 행복할 것 같진 않습니다.
보배드림 회원들에 비하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나이에, 다 산 것 처럼 말 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으나
혹시 차를 좋아하는 어린 학생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저 한 가지에 몰두해 주변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건 저를 꾸짖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재력이 빵빵하거나, 여유 있는 분들은 제외입니다... 제가 그런 인생은 안 살아봐서..)
가끔은 먼저 해야 할 일을 제쳐둔 채 다른 걸 하고 있진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몇 년 지나서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어딘가에 써두려다.
혼자 일기장 처럼 쓰는 건 좀 딱딱하길래 가끔 들리던 보배에 한 번 써봅니다...
이 글은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볼려고 합니다... 무엇이 달라졌을지...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모두 연말 따뜻하고 건강히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