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도로를 막고 자동차경주를 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교통방해죄를 저지른 사람의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판단에서다. ‘도로교통법’은 자동차를 이용해 살인 또는 강간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영식 판사는 13일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소송(2011구단8690)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제93조1항 제11호는’ 살인·강간 등의 범죄에 자동차를 이용한 경우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 비견될 만한 정도의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으로 통상 예측할 수 있다”며 “이 규정으로부터 필요적 운전면허취소대상 범죄행위를 정하도록 위임받은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92조1항 제2호 13목’과 ‘제92조 제1호 마목’이 규정하고 있는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돼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는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는 그 보호법익이나 범죄의 중대성에 있어서 유사성이 없으므로 이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돼 교통을 방해하기만 하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 중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 A씨가 동료와 함께 인천 서구 가좌동에서 도로를 막고 자동차를 고속으로 주행해 승패를 가르는 이른바 ‘드레그레이스’를 했다는 이유로 A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A씨가 “교통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며 소송을 냈다.
자기 권리는 자기가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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