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딸이 고 3이었던 지난 2011년 5월 13일 심화진 전 성신여대 총장을 만났다.
나경원 의원은 “성신여대와 같은 큰 대학에 장애인 전형 같은 입시가 왜 없느냐”고 물었고, 심화진 전 총장은 마침 옆에 있던 입학관리팀장에게 “특수교육대상자전형 신설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나 의원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지 성신여대 내부에서는 장애인 전형 도입과 관련해 어떠한 공식 논의도 없었다. 나경원 의원은 성신여대에 장애인 전형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 걸까?
뉴스타파 취재결과 성신여대에 특강을 하러 가기 열흘 전인 2011년 5월 3일 나경원 의원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특수교육과 김은주 과장과 권택환 장학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당시 나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는 교과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였다.
권 장학관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나 의원이 무엇을 물어볼 지 몰랐고, 김은주 과장이 가자고 해서 동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택환 장학관이 나경원 의원을 만난 뒤 면담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에는 나 의원을 위해 교과부 특수교육과 공무원들이 특별히 만든 문서가 첨부돼 있었다. 바로 지적장애인 고등교육 관련 현황자료였다. 2011년 당시 우리나라의 지적 장애인 인구는 17만명으로 전체 장애인 252만명의 6.7%에 불과했다. 또 전체 장애 대학생 5500여명 중 지적장애 학생은 5.6%인 300여명으로 매우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15개 장애유형 가운데 오직 지적장애를 가진 대학생 자료만 콕 집어 나경원 의원에게 보고했다. 나 의원의 딸 김모 양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정규 학사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을 나눠 운영사례를 비교하고, 지적장애 학생을 위해 별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인 한 대학의 커리큘럼을 자세히 담았다.
특히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예체능 계열로 진학한 학생들의 숫자는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교과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전국 대학에 장애인 전형을 확대 시행하도록 협조 공문을 보냈다.
2008년과 2009년, 2010년 보낸 공문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설명하고 특수교육대상자전형 즉 장애인전형을 확대 시행해줄 것을 당부하는 문구만 담았다.
그런데 교과부 공무원들이 나 의원을 만나고 온 뒤인 2011년 6월에 발송한 공문은 달랐다.
예체능 등 특정한 분야에 재능이 있는 장애학생이 선발될 수 있도록 협조바란다는 문구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장애인 전형 도입을 위한 입시설명회를 열었다는 사례도 들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보낸 공문은 과장 전결이었던 반면 2011년 공문은 상급자인 국장 명의로 발송됐다.
나 의원의 딸이 고3이었던 2011년에만 예년과는 다른 형태와 내용의 교육부 공문이 발송된 것이다.
당시 공문을 작성했던 하영근 진주교대 총무국장(당시 교과부 특수교육과 사무관)은 “외부로 보내는 공문은 보통 과장 전결로 나가지만 중요도에 따라 국장 명의로 간다. 그러나 왜 국장 명의로 공문이 발송됐는지 예체능 분야를 강조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의 딸은 교과부가 특별히 강조한 예체능 계열인 실용음악학과에 합격했다. 결국 교과부 공무원들이 당시 고 3딸을 둔 국회의원을 위해 맞춤형 입시 컨설팅을 해 준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김은주 한국맹학교 교장(당시 교과부 특수교육과장)은 “당신(나경원 의원)이 관심있는 분야의 정책 발전을 위해 애쓰는 차원으로 생각했지 개인적으로 이용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또 딸의 대학 입학이 어려울 것에 대비해 플랜 B를 마련하려 했다. 자신의 지역구에 있던 동국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 진학시키려 한 것이다.
동국대 변재덕 홍보팀장은 “당시 총장과 나경원 의원이 만나 장애성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2011년 5월 교과부 공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학부설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2012년부터 대폭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교과부는 2011년 하반기부터 이 사업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은 대학의 평생 교육원 지정 기관을 공모했고, 같은 해 6월 5개 대학을 선정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도 응모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한 달 여 뒤인 7월 20일 교과부 내부 보고서에 동국대 평생교육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같은 해 8월에는 동국대 평생교육원 관계자 2명이 나경원 의원실에서 교과부 공무원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실은 예산 확보와 동국대 평생교육원에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지원하고, 교과부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만들고, 동국대는 2012년 3월부터 장애인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위해 세부 운영계획을 수립하는 등 역할을 나눴다.
총장을 따로 만나 장애인 전형 도입을 주문했던 성신여대 사례와 판박이다.
그러나 동국대 평생교육원에 장애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설립한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나경원 의원의 딸이 성신여대에 합격하자 굳이 동국대 평생교육원을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교육부 공무원들을 불러 지적장애인 고등교육 현황을 보고 받은게 딸의 진학을 위한 입시컨설팅을 받은 게 아닌지, 교과부 공무원들에게 동국대 평생교육원을 활용해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설 지원을 논의하게 한 것이 국회의원의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나경원 의원에게 질의했다.
답변은 없었다.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국회로 찾아갔지만, 나경원 의원측은 답변 대신 국회 경위를 시켜 취재를 가로막았다.
동양대 홍보팀장이 존나 유능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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