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안 쓰는 기자, 아무나 기자하는 시대
SBS ‘그알’ OO환경일보는 대한환경일보…환경일보, ‘OO환경일보와 관련 없다’ 공지
대한환경일보 대표 “기자증 100개 200개 만드는 게 뭐가 문제냐, 신문사 5개 있다”
<style>#AD155442644961.ad-template { float:right; position:relative; display:block;margin:0 0 20px 20px; clear:both; } #AD155442644961.ad-template .col { text-align:center; } #AD155442644961.ad-template .col .ad-view { position:relative; display:inline-block; }</style>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는 기자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기사를 쓰지 않는 특이한 신문사 직원이 나왔다.
경북 영천 시골마을, 한 건물주가 자신의 공장부지를 빌려준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일을 겪었다. 건물 안을 산업폐기물 등 쓰레기로 가득 채우고 도망간 것. 7000톤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20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염위험이 있는 의료기기나 각종 화학물질도 나왔다. 마을에 피해공장이 또 있었다. 1km 남짓 떨어진 곳에 또 다른 공장에 폐기물 5000톤이 나왔다.
‘폐기물 무단투기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이 사건에 환경 기자가 연루됐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명의만 빌려준 임대 계약자, 실제 계약을 한 주체, 폐기물을 모아온 사람 등이 조직적으로 벌인 행각이었다. 여기 연루된 환경 기자는 OO환경일보(D환경일보) 소속 노아무개 기자였다. 기자 명함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거나 취재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녔다는 내용도 방송에 나왔다.
노씨는 차량 배차에만 관여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그알 제작진에게 “‘(운송트럭을) 배차해줘라’ 그러면 해주는 것 뿐”이라며 “지난 1월 이후 불법이라는 걸 알고 배차를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갈 협박한 것 없고 가서 돈 요구한 것 없고 광고 찍어달라는 소리 한번 안했다”고 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OO환경일보 본사 사무실에 그알 취재진이 찾아갔다. 해당 신문사 대표는 처음에 노씨를 기억하지 못했다. 신문사 홈페이지에 노씨는 ‘취재부장’이라고 나와있었다. 신문사 대표는 노씨를 “광고기자”라며 “광고를 해오면 6대4로 수당을 주고 봉급은 안준다. 취재권이 없다”고 했다.
이 신문사 홈페이지에 경북OO지역본부장이라고 나온 이는 자신이 “농사짓는다”며 “기자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했고, 충남OO지역본부장은 자신이 “국민학교도 못 나왔는데 무슨 글을 쓰냐”고 했다. 기자 수는 200명이 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신문을 보면 보도자료들을 모아놓은 수준이었다.
방송 다음날인 지난 8일 환경일보(발행인 이미화)가 “SBS 그알 ‘가짜 펜을 든 사람들-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에 언급된 환경일보는 ‘OO환경일보’이며 우리 ‘(주)환경일보’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공지를 띄웠다. 10일자 사설에선 “SBS 측은 다시보기 등 모든 동 방영물에 환경일보로 인식 또는 오해되지 않도록 정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알 방송에선 OO환경일보 또는 D환경일보로 표기해 분명하게 ‘환경일보’와 구분했다. 다만 일부 시청자들이 오해할 가능성은 남는다. 환경일보는 최근 1년 넘게 자신들을 사칭하는 사이비 기자를 주의하라는 경고성 알림을 매번 지면에 실을 정도로 회사명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SBS에 강하게 어필한 배경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OO환경일보는 대한환경일보(대표 문영만)다. 방송 이후 ‘취재부장’ 노씨는 홈페이지 임직원 명단에서 사라졌다. 문영만 대한환경일보 대표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이) 신문사를 5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며 “기자증을 100개든 200개든 발급하는 건 대표의 자유”라고 말했다. 문영만 대한환경일보 대표는 그알 방송에 불만을 드러내며 노씨가 방송에서 해명한 것처럼 “공갈협박이 없었다면 사이비 기자로 부를 순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 대표는 대한환경일보 뿐 아니라 매일환경일보, 환경감시일보 등 환경매체 뿐 아니라 대한경제일보 등의 대표로 있다. 신문사 주소지는 모두 같았다. 임원 뿐 아니라 지역에 있는 임직원 명단도 서로 상당수 겹쳤다.
다음은 미디어오늘과 문 대표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참고할 점은 신문은 누구나 자유롭게 신고만 하면 되지만 방송은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광고기자’라는 말을 잘 쓰진 않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통상 ‘광고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 이해하기 마련이지만 문 대표는 기자를 곧 신문사 모든 직원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 방송 이후 노씨를 어떻게 조치했나.
“방송에 왜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 노씨는 광고기자였는데 그걸 가지고 사기 치거나 공갈·협박해야 사이비기자가 되고 문제가 생기는 거다.”
- 대한환경일보 홈페이지에 노씨는 취재부장이라고 나왔다.
“있었다. 근데 광고기자다”
- 광고기자면 대표가 직접 뽑는 건 아닌가.
“광고하는 사람들은 누구 소개로 오고 그런다. 근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냐. 아무 상관없다. 자동차 폐기물 소개해 준 것밖에 없다고 한다. 그알이 왜 우리 사무실에 와서 사진을 찍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 홈페이지에 취재부장으로 돼 있으니 회사에 물어야 하지 않나.
“그래도 그렇지. 우리 신문사가 정식으로 20년 됐다. 정식으로 허가내서 하는데 대표이사가 기자증 100개, 200개 만들어주는 거 무슨 상관있냐. 그 사람이 사기치면 사기친 놈이 (경찰서) 가는 거지. 돈 가지고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기자생활 50년하고 신문사 20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인데. 경찰서에서 (노씨가) ‘혐의없음’ 나오면 언론중재위 가서 방송사하고 싸우려고 한다. PD한테 손해배상 청구하려고 한다. 우리 신문사가 가짜신문사도 아니고”
- 가짜신문사 당연히 아닌 거 안다.
“SBS나 우리나 종이 하나로 하는 거 아니냐. 허가서 종이는 SBS도 한 장, 우리도 한 장이다. 그거 가지고 대표이사가 사람 쓰고 마음대로 하는 건데. 본사에서 돈 먹으라고 보낸 것도 아니고.”
- 기자면 기사를 쓰는 사람 아닌가.
“광고기자도 있다. 인터넷 신문도 수없이 많고. 한마디 얘기 잘못하면 사이비기자 되는 거냐.”
- 대표님 여러 신문사를 운영하던데
“내가 코스닥에 등록하려고 몇 개 만들었다. 5개나 된다. 난 어디 가서 우리 기자들한테 가서 공갈쳐서 광고 받아오라고 한 적 없다. 내가 생돈 들여 20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 노씨 기자증이 (방송에) 나왔던데 기자증 가지고 다니면 어떠냐. 사기만 안 치면 되는거지.”
- 여러 신문사에 지역본부든 서울이든 임직원 명단이 서로 많이 겹친다. 신문사 주소도 다 같고.
“신문사가 여러 개 되다 보니까 그런 게 좀 있다.”
[관련기사 : 환경일보 2면에 매번 똑같은 내용이 실리는 이유]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