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십니다..
많이 좋아하십니다..
그 술때문에 어머니와 자주 싸우십니다..
그 술때문에 아들들이 속상해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형제들중에 가장 의젓했습니다..
가장 점잖았습니다..
가장 할머니의 이쁨을 받고 건강하고 듬직하게 자라셨습니다..
그 영향으로 아버지 아들들도 덩달아 칭찬을 받곤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목수셨습니다..
젊은나이에 시작하셔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중간에 다른직장생활 하신기간을 빼고
이제 30년정도됐거나 넘었을겁니다..
목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좋은말로 목수지 막노동입니다..
저도 몇번 용돈벌이 삼아 해봤지만..
몇년안된 제 일생에 해본일중 가장 힘든일이었습니다..
고3때였던가..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를 따라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고가도로 뼈대를 해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리버리 일을 하던 중 문득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시고는 두손으로 받치고 옮기는 모습..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화장실 가는 척 하고는..
뒷 공터에서 혹시나 들리진 않을까 몇 번을 돌아보며 꺽꺽 거리며 울음을 참았습니다..
말이 쉬워 막노동이지 왠만한 마음가짐으로는 며칠 못버팁니다..
우리 아버지는 30년을 하셨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가장이십니다..
마누라와 두 아들을 이끌어갈 가장..
빌어먹을 그 가장역할 때문에..
우리아버지는..
못본사이에 많이 늙으셨습니다..
술에 취해있는 아버지 모습..
보기 싫습니다..
지긋지긋합니다..
지겹습니다..
안취해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언젠지..
가물가물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자식 속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오늘도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잠드셨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술을 절대 못끊을겁니다..
힘든일 버티려면 술의 힘으로나마 해야합니다..
그런일 하고 싶은사람 아무도 없을겁니다..
우리아버지는 30년을 하셨습니다..
술의 힘을 빌어 그세월동안 하신분 흔치않습니다..
고된 하루일과 끝에 마시는 술한잔..
그 술한잔에..
힘들었던 순간..
짜증났던 순간..
화가났던 순간..
이 순간들을 녹여없애기위해..
그렇게 아버지는 술잔을 기울이셨습니다..
그 힘들게 지내신 세월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 아버지 술드신 모습만을 싫어했습니다..
걱정마세요..
이제 알았으니까요..
아무리 매일같이 술드시고 취해계셔도..
취해서 전화를 하셔도..
아버지는 그 오랜세월 참아내시며 저를위해 버티셨다는거..
이제 조금 알게 된거 같습니다..
나는..
항상 취해계신 우리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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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싸이에 들러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던 중에 써놓은 글귀인데 혼자 읽기 아까워 올려봅니다^^;
작성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던 글귀더군요..
저처럼 뒤늦게 부모님의 고마움을 깨닫게 되신 분이나
아직도 철없이 어리광을 부리시는 분께서 읽고 조금이나마 공감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벌써 2011년 중턱에서 후반부로 접어드네요..
보배님들 좋은 꿈 꾸시고 다음주도 활기차게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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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드리는거 보기 좋습니다 마누라 말 무시하는것두 ㅎㅎ 저하구 똑같네요
입대후 첫 아버지께 편지받은날 밤새 울던 기억이 나네요~~^^
내가 참 온라인 상이라 이렇게 자판으로 말한다만 내 앞에 있었다면 너 이 후레 자식 정말 피똥싸게 패 죽여 버린다
니도 너같은 생각을 하는 자식 낳아봐라
한심한놈
어릴때 장난감이 삽이랑 장도리 였다는...사우디에가서
일해오셔서 덕분에 전 튼튼하게 잘자랐다는....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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