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 장녀로 자라 대학도 못가고
공장 전전하다가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짤리고
집 근처 빵집에 정말 사정사정해서 겨우 주3일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여러 문제로 지원도 못받고 고작 23년 산 내인생
왜이리 기구하고 힘드냐 싶어서 한때는 부정적인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그래도 일할 수 있게 해주신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데
밖에 참외 트럭이 있었네요
문 열어놓으니 달콤한 참외 냄새기 참 좋았어요
'울 엄마 참외 좋아하는데.. 갈때 한봉지 사갈까..'
하다가도 '아냐 빨리 집안 빚 갚아야지' 싶다가
엄마한테 참외 하나 맘 편하게 못사주는 내 자신이
너무 못나게 느껴져서 속으로 조금 슬퍼졌는데
참외 사장님이 급하게 뛰어 들어오셔서는 단팥빵 하나, 완두 앙금빵 하나를 사셨어요
그리고 매장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급하게 입에 밀어넣으시는데 왜 마음이 아팠을까요
저는 아빠란 존재도 모르고 컸는데 왜 그 모습에서
아빠 모습이 보였을까요
'우리 아빠도 만약 나랑 엄마랑 동생들 버리고 도망가지
않았으면, 저렇게 힘들게 일하셨지 않을까'
제가 감히 뭐라고 저분 인생을 불쌍히 여기는가 싶어
자책하다가 조용히 우유 하나를 제 카드로 결제 했어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참외 사장님에게 다가가 멋쩍게 웃으며
"우유 드시면서 천천히 드세요"
했는데 사장님이 저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고맙단 인사와 함께 우유를 받으셨어요
괜히 부끄러워져 후다닥 들어와 다시 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시 들어오셔서는
예쁘게 생긴 참외 3알을 주셨어요
제가 안주셔도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데
"아가씨 또래의 딸이 있어요. 일하느라 고생 많죠. 우유 답례라고 생각하고 받아요"
하며 제 손에 쥐어주시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서
창피한것도 모르고 참외만 꼭 쥐고 울었어요
사장님도 함께 눈물 글썽이시다 돌아가셨는데
집에 갈때 가게에 다시 오셔서 저에게 "힘냅시다"
한 마디에 또 눈물 펑펑
빚 갚느라 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
제 자신은 늘 뒷전이고 이렇게 울어본게 언제인가 싶어서
더 슬펐어요
참외 한개는 가게 사장님 깎아드리고
두개는 집에와서 엄마랑 동생이랑 저녁 먹고 깎아서 먹었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어요
엄마랑 동생이 행복해하는 모습,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니
너무 좋았네요
더 열심히 일해서 더 잘되서
엄마하고 동생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참외 사장님이 이 글을 못보실 가능성이 높지만
부끄러워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드려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주신 참외 하나에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참외 정말 달았어요
정말 잘 먹었습니다
언젠가
먼 훗날
또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참외를 깎아 먹으며
이 글을 읽으며
그때는 그랬지.. 하며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2020년 4월 27일 어느 빵집 알바생-
좋은날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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