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기다 그냥 한번 적었던 글들이 있습니다
제 아내는 뇌종양이고..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는 글이었죠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런게 있는거 같아요
유난히 요즘 누군가가 죽었다더라...자살했다더라..이런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시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이 많아 지죠..
쉽게 말해 죽을 용기로 살지..라는 말 참 많이 하잖아요?
근데 죽을 용기와 앞으로 막막한 인생을 살 용기는 다른거 같아요
죽을 용기는 용기를 내야 되지만..인생을 산다는건..그냥 사는거 아닌가라는..말도 안되는 원초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기도 합니다
제 아내의 병은 재발율이 100%라는 병입니다
교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인데요..머..일반 암환자는 5년동안 재발이 안되면 완치 판정을 받지만..교모세포종은 완치판정이 없는 병입니다
쉽게 말해 언제든 재발하는 병이지요..
5년이상 생존율이 8%도 안된다는 글을 본적도 있습니다
암튼..제 아내는 만약..재발한다면..더이상의 수술을 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연명치료도 싫다네요
그냥..가겠답니다ㅎㅎ
머..맘이 바뀔수도 있다고는 하는데..워낙 꼴통 기질이 다분한 아이라..
이 아이가 그러겠다면..진짜 그럴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남편인 제가..나중에 아내의 결단을 들어줘야 할지..어떻게 해서든 치료를 받게해야 될지..벌써부터 고민이 되네요..ㅎㅎ
그리고..수술한지 4년5개월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저의 결심 하나가 바뀌진 않네요
아내에게도 아주 가끔 말했지만..
전 아내가 만약 가버린다면..따라갈 생각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혼자 살 자신이 없어요
첨엔 그냥 아내가 아프고...수술로 생사를 오가니...충격에 이런생각을 하나 싶었는데..
4년을 더 살아보니..살면 살수록..아..이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내가 이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사람 없는 세상을 보고 싶지가 않은지만 되새겨 지더군요
제가 아주 가끔 ...아내에게..
니가 어디를 가든 무조건 내가 같이 갈꺼니깐..겁먹지마..
난 항상 옆에서 손잡고 너랑 같이 갈꺼다..
이러면..아내는..웃으면서..
헛소리 하지마..내가 멀리 가면..너는 다른 사람 만나서 잘살면 된다.
이러거나..그냥 쌩깝니다..ㅎㅎ
아내는 아내대로... 그냥 이렇게 살다가 조금 일찍 가는거 어쩔수 있나..
살면 사는대로..그냥 오늘 웃자..이렇게 살고..(그러면서도..1년에 2번 병원갈때마다 엄청 긴장합니다..검사결과 나쁘게 나올까봐..)
저는 저대로.. 그래..저 아이만 웃을수 있으면 된다..그냥 살자..만약에..재발하더라도..같이 갈껀데 머..
스트레스 받지 말자..
이렇게 사네요..
한마디로..무계획..무생각인거죠..
그랬는데..
작년이었던가..
정기검진 받으러 갔는데..
주치의 교수님이..갑자기 저에게..
지금까지 재발 안하고..이렇게 건강한건 정말 다행이고..좋은겁니다
그러나..시간이 가면 갈수록..재발될때를 생각많이 해봐야 됩니다.
근데요..보호자님..만약 재발이 되면요..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그때도 저를 믿고..꼭 수술을 하든 멀하든 치료를 해봅시다..
이러더군요(마치..저희가 그냥 아무생각없이 사는걸 아시는거 처럼...)
그냥 사는데 까지 살자..라는 생각이었던 저는 교수님 말에 속마음을 들킨거 같아..
많이 움찔 했습니다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저말이..왜그렇게 마음에 남는지..
1년이 지난 지금도..저말이 생각나 울컥할때가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아내가 재발하게 되면..아내 말대로..그냥 연명치료나 수술없이 보내고..나도 가자라고..
포기했었나 봅니다
반성도 하게 되고..진짜 어떻게 해야되나..고민도 되네요
머..따가 가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데..쩝..
암튼..
누군가는 하루하루가 힘들고..지치고..미치겠어서.. 죽고싶어 하는데..
저희 부부는 포기하고 삽니다
보통 14개월안에 거의 대부분이 죽는다는 병을 4년이 넘게 아무런 후유증 없이 가지고 사는 저희는 정작 포기 하고..
오늘 하루 잼있게 살자며 삽니다
저희는 돈도 없어요..지난 3월에 그나마 다니던 공장에서 계약해지 되어..현재까지 실업급여 받아 삽니다
빚도 있습니다.나름 성실하게 갚고 있고..제 명의로 된 빚은 심지어 이번달에 다 갚았습니다(7년여 만에...ㅜ.ㅜ)
8월초에 실업급여도 끝나면 머 먹고 살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저희는 웃습니다
오늘 하루가 소중합니다
오늘 우연히 지나가다 어느 동네에 장이 크게 섰길래..구경하고..반찬거리 몇개 사고..번데기 사먹었다가..
지금 배탈나서..토하고..설사해도..그냥 웃습니다..( 그와중에 아내는 번데기 안먹음..)
싸우기도 하고..웃고..그렇게 지냅니다
왜냐구요? 저희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죽을걸 아니까요
그러니 현재에 충실합니다
모아논 돈도 없구요(아내 수술하고 있는돈 10개월만에 다썼음)..집도 없어요 (자가가 아니라는거죠..ㅋ)
10년후에 우리 이렇게 살자 저렇게 살자 이런 계획도 없습니다
그때 우리가 살아 있을지 어떻게 아나요?
그냥 사는겁니다
오늘 하루 이사람을 보고 웃으니 되었다.. 머 이런거죠.
다만 바라는건..같이 사는 내 늙은 강아지들이 저희보다 한달정도만 먼저 가길 바랍니다
이 아이들은 나이가 13살이 넘어..어디서 맡아 주겠다는 곳도 없을테니..
저희 사는 동안..크게 아프지 말고 그냥 한달정도만 먼저 갔으면 합니다
전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생명체 셋이 있는데..
저보다 조금일찍 가길 바랍니다.
아이러니 하죠?
그래야 제가 뒷수습 다하고..맘편히 따라갈수 있으니까요..ㅎㅎ
당장 오늘과 내일이 힘들고..미래가 안보인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10년 후에 저희나 당신이나..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로또에 걸릴수도..아니면 죽을수도..아니면 잘살수도..또는 지금과 비슷할수도..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암담해 말고 참담해 말고..희망이 없다 좌절하지 말아요
그냥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봅시다
거창하게 머..저도 잘산 인생은 아니지만...
그냥 살아보니 살아 집디다.
가끔 막막할때 전 그냥 혼자 말합니다.
아..씨발..어떻게든 되겠지..
가끔..주저리 주저리 이야기 하고 싶을때가 있어요
오늘이 그런날이네요
자연재해로.,.뜻하지 않게 죽고..
미래가 힘들어 죽고..
오늘이 힘들어 죽고..
죽은 사람의 소식이 많은 날이네요
이만큼 적고... 적은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걸 왜적지? 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글이 말하는 요지가 무언가? 라는 생각도 드네요
혹시나 읽어보시는 형님들이 계시면..
그냥 욕하시겠죠 머..ㅎㅎㅎ
암튼..
아..씨발..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오늘 자고..,내일을 살겠습니다.
부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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