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의 기조는 매우 간단하다. ‘방역 지침을 충실히 지켜서 일상을 유지하자.’이다. 이 대전제 아래에서 모든 게 진행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코로나19는 경제를 위축시킨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똑같다. 그러나 시민 개개인이 생활방역 지침을 잘 지키면, 이 어려운 상황 중에도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밖에 나가 사고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다. 지난 반년동안 우린 그걸 충분히 경험했다.
그렇게 해야 돈이 돌고 경제가 좋아지고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까지 보호할 수 있다. 그러면 집단적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도 함께 줄어든다. 이걸 계속해서 순환시키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정부로선 민간경제의 활력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지표를 불행 중 다행인 숫자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 결과로 최근 OECD 경제성장률 그래프에서도 보았듯이 한국의 경제운용과 국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는 걸 대외에 알릴 수 있다. 아 저 나라는 어떤 위험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행정체계를 가진 나라로구나. 이런 판단이 수치화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대외에 국가신인도를 높이면 우리 경제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금융, 제조, 서비스업 등에 널리 이롭다. 수출과 투자에서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거기서 얻어 들이는 이익이 다시 민간 내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즉 언제나 그러하듯이 서민경제와 국가경제는 특히 이런 시국일수록 한 몸으로 잘 맞아 돌아가야만 하고 서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이는 지금뿐 아니라 연말을 지나 내년 1/4분기의 우리 경제에도 중요하다. 오늘 저녁에 쌀 씻어서 안치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밥 못 먹는다. 생활방역지침 준수라는 간명한 문장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지켜내는 축약어다.
따라서 정부는 생활방역 지침 준수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내수 시장의 진작과 위험방지 사이의 균형을 꾀해야 한다. ‘연휴를 주든 쿠폰을 주든 할 테니까 나가서 마음껏 돈 쓰고 먹고 마시고 노시라. 단, 코로나19가 전파되지 않도록 방역지침을 잘 지키면서 그래프 관리하자.’ 이게 지금까지 정부가 한 모든 행위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기조다.
한마디로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에 모두가 총화적 노력으로 동참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어느정도 방역 성과가 보이면 경제 살리기를 해야 하고, 방역이 위험해질 거 같으면 다시 경제적 시도를 조정해야 한다.
가령 집에 돈이 없을 땐 먹고 입는 것에 덜 지출하고, 돈이 좀 생기면 좀 더 나은 것들을 사고 먹고 하자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어려운 중에도 공동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 이를 위한 시도와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 입장이다.
백신은 내년이 되어도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백신이 만들어져서 모든 국민이 안전해진 그 날까지 버티는 것도 중요하고, 정작 버티고 난 뒤 돌아보니 불의의 낙오자가 저만치 떠내려간 상황도 생겨선 안된다. 그리고 버틴 뒤 보니 아예 폐허가 된 상황도 있어선 안된다.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져서 방역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까지 빗장을 열 수 있을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 한다.
이게 잘못된 일인가? 어떤 정부라도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역사상 수많은 위험 앞에서 늘 해 온 일이다. 거창하게 국가로 확장시킬 필요도 없다. 모든 개개의 가정이 동일한 방식으로 삶을 관리해 나간다.
그런데 이를 두고 마치 정부가 무능력하고 상황판단을 할 줄 몰라 상황이 잘못되고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간단히 묻고 싶다. 그럼 이 방식 말고 어떤 새로운 대안이 있는지. 내가 알기론 인류는 늘 이 패턴대로 해왔는데 외계인이 알려준 특단의 방법이나, 비밀 결사체가 만들어준 백신이라도 확보했는지. 어차피 옥죄면 숨막힌다고 투덜거리고 풀면 푼다고 생각 없다며 진상 부리는 거 똑같지 않나..
당연히 정부가 하는 일이 모두 철두철미 하다거나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뉴스에선 방역당국의 생활방역지침에 대한 주의가 나온다. 기록적인 최장기 장마에 수해가 나는 중에도 뉴스 톱은 코로나 방역이었다. 귀에 못이 앉을 정도로 따갑게 외쳐왔다. 다 같이 해야 한다고 반년 동안 말하고 있었다.
우린 이미 집단적인 방역+경제 관리 실험의 참가자다. 지킬 거 다 지키면서 풀 수 있는 것 하나씩 잠금장치 푸는 실험을 하고 있다. 뭘 어쩌든 정부 탓만 하는 이들의 발언은 국가 방역이 정부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기에 나오는 것이다. 인식에서 이미 방역이 타자화 돼 있다.
뭐 그러려니 하자. 하던 대로 하면 적당히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편안히 모니터 앞에 앉아 이러쿵저러쿵 정부 정책 가지고 따질 여유라도 있다.
그러나 이전대로 해서도 안되는 걸 넘어 무슨 수를 써도 안되는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과 공장 사장들이 있다. 그들로선 지금이 생사를 넘나드는 시기다. 집에 아들딸이 있고 노부모가 있는 사람들이다. 한 두 사람 무너지면 그 뒤에 있는 대여섯명이 사회로부터 탈락한다. 알다시피 탈락자에게 가혹한 우리나라에선 그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떨어지는 일 매출이 자기자본을 넘어 삶까지 잠식하게 된 사람들이 은행가서 대출 문의하다 한숨 짓고 종내에는 제3 금융까지 기웃거려야 하는 게 어떤 상황인지 모르면, 코로나19 뉴스는 확진자 숫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숫자 뒤에 사람 있다. 생사를 건 그들의 이 집단적인 노력을 지금 전광훈과 일부 세력들이 훼방 놓은 것이다.
물론 전광훈의 광화문 집회는 그 자체로 민주국가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그가 정부를 비난하고 대통령에게 욕해도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집회 전부터 목도해 왔던 것처럼, 그의 취지는 정부의 방역관리를 침해하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그에 따른 불안을 사회에 증폭시켜 반정부 세력의 집결로 이끌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집회를 방역지침을 지키며 진행됐던 그 이전의 다른 집회나 행사와 똑같은 것으로 다루며 왜 어떤 집회는 허용하고 어떤 집회는 막느냐며 비난하는 의견들이 있던데 전혀 맞지 않는 소리다. 취지와 실재에서 크게 차이 난다.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대규모 추모행사를 썩 좋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당시 추모행사는 정부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려 애썼다. 서두에 쓴 것과 같다. ‘지키면, 할 수 있다.’의 단적인 예다. 하지만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는 영상과 사진에서도 보았듯이 무질서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이후 서서히 밝혀지고 있듯 주최측은 감염확산에 대응하기는 커녕 정부 방역행정을 방해하였고 어떤 면에선 감염확산을 조장한 듯이 보일 지경이다. 그곳에 거대야당인 미래통합당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이걸 대체 얼마나 선해 해 주어야 하는가.
주최측의 이런 행태와 자율적으로 방역수칙이 지켜진 집회를 등치 시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어떤 목표로 무엇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의 집중을 흐트러트리는 일이다. 이는 공동체 동료인 시민일반이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꾸준한 방역+경제 관리 실험 덕을 보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동료 시민으로선 후안무치하다 할 수 있다.
혹자들은 전광훈이 진상 부리는 바람에 문 대통령이 운이 좋다고들 한다. 그 전에 이미 높아져 가는 확진자 숫자에 정부가 욕먹을 타이밍이었는데 화살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천만에. 그건 방역이 정부의 일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보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이미 지난 반년 동안 지속적인 방역관리와 경제적 시도는 우리 모두의 과제였었다. 전씨가 아니더라도 확진자 숫자가 올라오고 있던 요즘, 우리의 공동체적 시도는 새로운 방향선회를 앞둔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이 시도의 뱃머리를 돌릴 일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방역관리를 어그러뜨려 정치적/사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던 전 씨와 일부 세력이 제 발에 넘어진 것을 두고 우리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할 일에 ‘대통령은 좋겠네.’이러는 거, 그게 바로 방역을 타자화 시킨 사고다.
자주 선로를 변경하면서도 똑같은 시도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이 여정에서, 은유가 아니라 국민인 당신이 판단의 당사자다. 그런 당신의 판단에 대해 욕을 하는 이들이 합당하다고 보는가. 그걸로 운이 좋네 덕을 봤네 하는 말 들으면 옳다고 느껴지겠는가.
정리하자면 너무나 간단한 프로세스다.
생활방역지침 준수하자. 그러면 먹고 마시고 사고 놀며 돈 쓸 수 있다. 그러면 돈이 돈다. 돈이 돌면 나도 남들도 살 수 있다. 안정된 국가는 대외신인도를 높인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덕을 본다. 그 돈이 민간에 또 돈다. 그러니까 손 씻고 마스크 쓰면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하나씩 실험해 보자.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인가? 이걸 하는 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이렇게 하다가 문제점 발견되면 하나씩 고치고 재조정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그리고 이게 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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