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회장 정몽구)가 해외 판매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해외에서 브랜드인지도 상승,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가격상승 저항이 낮아지고 있는 것. 특히 현대차의 경우 올들어 미국시장에서 럭셔리 차량을 제외하곤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중이다. 이에 힘입어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충격을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20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는 NF 쏘나타의 판매 가격은 기존 EF 쏘나타에 비해 대당 1500~2000달러 가량 올랐다"며 "엔진과 옵션 등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가격도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2.4 쎄타엔진, 3.3 람다엔진을 장착한 두가지 모델의 NF쏘나타를 판매하고 있다. 2.4 NF쏘나타 모델은 163마력을 지녀 2.4 시리우스 엔진을 EF 쏘나타(138마력)에 비해 성능이 대폭 높아졌다. 또 사이드 에어백, MP3, 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 전자식 현가장치(ESC) 등을 기본 장착했다. 성능과 가격을 동시에 높여 가격상승에 따른 저항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3.3 NF쏘나타를 평균 2만2900달러(기본형 기준), 2.4 NF쏘나타를 1만8000달러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당 평균판매가격**)이 기존에 2만달러를 밑돌았으나 본격적인 2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아차도 유럽에서 판매가격을 크게 높이며 실적향상을 예고하고 있다. 스포티지(디젤, 2륜구동, 수동변속기 기준)의 경우 지난해 대당 평균 1만217유로에 판매했으나 올해 이를 1만1860유로까지 높였다. 상승 폭이 16%(대당 1643유로)를 기록중이다.
쏘렌토(디젤, 2륜구동, 수동변속기 기준) 판매가격도 지난해 1만2790유로에서 올해 1만3524유로로 734유로(5.7%) 가량 높아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들어 유럽지역이 디젤차량 배기가스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 이를 가격에 일부 반영했다"며 "스포티지 등의 판매와 브랜드인지도가 급상승하며 가격 상승을 위한 여지를 확보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유럽 수출에 나선 스포티지는 성공적인 시장진입에 이어 판매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5달동안 2만2560대를, 올들어 1~8월까지 6만7817대를 팔았다. 지난해 월평균 4512대 판매에서 올해 8477대로 배 가량 증가했다.
한편 CJ투자증권 최대식 애널리스트는 이날 '현대차 미국에서 제값받고 판다'는 리포트를 통해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를 인용, 현대차의 미국내 판매가격 상승을 다뤘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최근 미국 자동차시장 신차가격 비교 자료를 내놓았다. 자료를 보면 빅3의 평균 기준가격 상승률은 1.9% 증가에 그친 반면 현대차는 4.31%, 일본업체는 2.09%를 기록했다. 판매가격 상승 폭의 경우 미국 빅3는 533달러, 일본업체는 501달러였고 현대차는 760달러로 최고 수준을 보였다. 현대차의 판매가격 상승 폭은 인피니티(1156달러), 아우디(1816달러), BMW(1405달러), 벤츠(2830달러) 등 럭셔리 차량을 제외하곤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