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군으로 유명한 인기 만화 ‘마린 블루스’의 작가 정철연(28)씨. 그가 그린 ‘도깨비 불’이 지난 11일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인 F1(포뮬러 원)에 전격 ‘데뷔’했다. 그것도 시리즈 1위 팀인 ‘마일드세븐-르노 F1팀’의 주요 디자인으로 채택되면서 전세계 시청자 수백만명의 시선을 끌어모은 것. 이로써 정씨는 월드컵ㆍ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라 불리는 F1의 디자인에 참여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정씨가 디자인한 도깨비는 ‘한국의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한국의 지배자이자 승리를 부르는 군신(軍神), 치우천왕으로서 강인함을 뜻하고 악을 심판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는 것.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대표적 도안도 도깨비의 이미지에서 따왔다.
정씨의 ‘도깨비 불’로 무장한 르노팀은 지난 11일 벨기에에서 열린 시즌 16전 때 강력한 라이벌인 맥라렌-메르세데스팀과 불꽃 튀는 혈전을 벌였다. 제1 드라이버인 페르난도 알론소(24ㆍ스페인) 선수가 개인 2위를 차지했고 팀도 종합 1위를 유지했다.
현지에서 경주를 직접 참관했던 정씨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수호신이 로노팀의 수호신이 돼서 팀과 선수 순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씨는 또 “한국의 전통적인 도깨비 디자인에 대해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디자인이 현지 방송에 나간 후 사인 공세도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몸소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씨가 디자인한 경주차를 탄 알론소는 현재 F1시리즈 개인종합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적 스포츠 스타다. 이변이 없는 한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제치고 역대 최연소 개인 종합 우승이 확실시된다. 지난 2003년 ‘유망주’ 시절 한국을 방문했던 알론소는 오는 10월1일 두번째로 한국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