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 올라온
콜옵 신작 티저에서 언급된 소련의 '적극적 공작' (Active Measures)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가 다룬, 47분짜리 다큐를 대충 번역해봤음
콜옵 티저에 나온 KGB 귀순자 Yuri 할배도 나옴 (우측)
바이러스의 특징은, 겉에서 부터가 아니라, 내부에서 부터 숙주를 죽인다는 것이다.
이 영상은 50년전 소련정부가 미국을 무너트리기 위해 만들어낸 바이러스에 대해 다룬다.
이는 [Operation Infektion]이라 불린다.
모든 KGB 요원들은
미국의 평판을 훼손하고, 서방진영의 단결을 깨뜨릴
역정보(Disinformation) 전파방안을 구상하는데 근무시간의 25%를 할애하였다.
1962년, 위장한 KGB 요원이 인도 뉴델리에 Patriot이라는 신문사를 설립했고, 그 신문은 당연히 친소적인 논조를 가졌다.
1983년 6월, 자신이 저명한 석학이라 주장하는 익명의 생물학자가
“미군이 모 기지에서 생화학무기를 개발하였다, 인도도 위험해질 수 있다” 라는 논조의 고발제보를 Patriot 편집장에게 보냈다.
Patriot은 “미국이 만들어낸 미지의 질병 AIDS가 인도를 덮칠 수도 있다” 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심지어 "메릴랜드, 디트릭 기지"라는 특정한 미군 기지를 지목하기까지 하였다.
멍청한 음모론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1985년 12월, 아프리카 전역에 이 가설이 퍼진다.
1985년 7월, KGB는 당시 공산진영이던 불가리아 정보국에 전보를 쳤다.
이는 “미국이 AIDS를 퍼트린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서유럽에서 미국의 신용을 훼손하고,
소련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Active Measure (적극적인 공작)를 취하는 중이다. ” 라는 내용이었는데.
KGB를 보조할 불가리아 정보국에 대한 KGB의 명령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동베를린의 생물학 교수 Jakob Segal, Lilli Segal이 이를 뒷받침하는 Segal Report를 내놓았고,
KGB는 불가리아 정보국에게 두 교수를 보조한 공적을 치하하는 전보를 보냈다.
이후 소련 언론 Literaturnaya Gazeta는 Patriot를 인용하여, 에이즈 미국기원설을 보도하였다.
이 또한 중립국의 언론을 인용하여 객관성을 갖춘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KGB의 전략이었다.
여기에 “미국 질병관리국이 펜타곤을 보조하여,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이질적인 바이러스를 구해온다, 이 바이러스는 마약중독자, 동성애자, 히스패닉같은 특정 계층을 노린다” 등의 구체적인 살을 더 붙인 게 특징이다.
심지어 이러한 음모론은 1987년 5월, 미국의 뉴스채널인 CBS를 통해서도 미국 내에서 언급이 되었다.
CBS 뉴스는 분명하게 "소련 국방일보의 주장에 의하면~" 이라고 명시하였지만.
이는 역부족이었다.
게이-마약중독자-유색인종을 노린다는 첨언이,
당시 극심하던 미국의 게이탄압, 마약문제, 인종갈등과 맞물려
대중문화와 언론이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약 10년 뒤인 1992년엔 미국인의 15%, 유색인종의 50%가 에이즈는 실험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믿었다.
1986년 하반기, 에이즈 미국배후설은 세계 80여개 국에 퍼져나갔다.
KGB에게 있어선 엄청난 성공이었다.
위에서 언급된 '적극적 공작'은
위조, 역정보, 납치 등으로 구성되나
역정보 (DIsinformation)가 KGB의 심장이자 영혼이라 할 정도로 중요했다.
역정보 (DIsinformation)가 선전선동(Propaganda)과 다른 점은,
선전선동은 대상을 설득하려 들지만
역정보는 대상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믿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KGB요원의 연례 인사고과에는 역정보 실적이 반영되었다.
소련은 망했는데, KGB가 뭘 해봐야 얼마나 했냐고 얕잡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무섭다.
CIA가 JFK를 암살했다는 유명한 루머?
당연히 KGB가 퍼트린 것이다.
미국 부자들이 남미 아동들을 납치하여 장기이식에 써먹었다는 루머?
당연히 KGB가 퍼트린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 당시 미 국무부 소속, 역정보 대응팀 수장
캐서린 베일리 (좌), 토드 리벤털 (우)
당시 미국 관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KGB의 역정보 공작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완벽하다고 평가받기까지 했다.
미국의 대외 인식에 악영향이 가자, 미국 국무부는 전담팀을 구성하여 이러한 역정보 살포 경로를 역으로 추적해갔다.
영어론 flu-virus라는 표현을 쓰지, virus-flu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데에서, Patriot지의 기자들이 영어에 능숙치 못하고, 러시아어 화자일 것이라는 점을 착안하는,
매우 기본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서 부터 파고들어갔다.
1987년엔 이에대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보고서는 미국을 음해하는 모든 역정보를 완벽하게 반박하였고
이러한 역정보 살포의 배후를 소련으로 지목하였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대담을 가졌고
역정보에 관하여 강하게 항의하였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고,
에이즈 방역에 있어서 양국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러한 행태를 그만두겠다고 약조하였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고,
미국 의회는 국무부로부터 “소련의 정보기관은 지역별로 갈라졌고, 이러한 개별 부분들이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KGB 장교, FSB 국장이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소련의 붕괴 이후, 지역강국 수준으로 쪼그라든 러시아는,
단결된 서방진영에 홀로 맞서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였다.
하지만 그 단결을 깨면, 독일, 영국, 폴란드와 같은 개별국가는 무너트리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러시아는 서방진영의 분열을 유도하는 정보전을 재개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인터넷 연구소"가 이러한 행보를 대표한다.
이러한 행보는 사실 소련 시절과 많이 다른 것이 없다.
귀순한 KGB 요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국 정보기관 요원, 위의 국무부 관리들, 학자들이 이를 역추적하여,
소련-러시아의 ‘ACTIVE MEASURE‘에서 일련의 패턴을 파악했고,
이를 ’교과서, 설명서, 대본 ' (Textbook, Toolbook, Playbook, etc...)’이라고 이름붙였다.
이는 7단계로 설명이 가능하다.
1. 의사가 진찰하듯이, 서방국가의 경제, 인종, 사회, 종교, 지역 등등 모든 분야에서의 갈등을 포착하라
2. 너무나 충격적이고, 조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허위사실을 지어내라
3. 그 허위사실에 일부 진실을 첨가하여 허위사실을 숨겨라
4. 개입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와 연관성이 적은 매체를 통해 보도하라
5. Useful Idiots (우리말로 치면 숲속친구들)을 써먹어서 이를 퍼트려라
6. 대응과 반박에는 항상 부정으로 일관하라
7. 물줄기가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큰 그림을 그려 꾸준히 반복하라.
본질은 같지만, 정보화 시대에서의 파급력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소련 시절 KGB의 역정보는 10만명에게 퍼지면 잘 풀린 것이었지만,
현재 GRU의 역정보가 10만명에게 퍼지면 실패한 것이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