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얼척없다고 !
한탄만하고 있을때인가 ?
보배에는 그런분도 많겠지만
이웃분이 있다. 내 글에 종종 댓글을 남겨 주신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나는 이분을 기억한다. 남겨 주는 댓글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나 긍정적이다.
이분이 남겨 주는 댓글과 이분의 닉네임을 타고 들어가 이분이 쓴 글을 읽어보며 대략 이분의 상황이 파악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은 어리다. 신랑 혼자 외벌이다. 신랑의 벌이는 많지 않다. 가용자금은 3억이며 무주택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어떤가?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당장 회사에도 이런 친구 찾기는 어렵지 않다.
3억이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다고 큰 돈도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자산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거다.
이분의 댓글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분은 현실을 직시하고 계셨다. 3억이 크지 않은 돈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외벌이이며 남편의 벌이가 크지 않음 또한 직시하고 있었다.
겸손했다. 철저히 듣고 배우려 하는 자세가 보였다. 이게 말이 쉽지 내 앞길이 구만리이면 찬찬히 듣고 배운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조바심이 나게 마련이고 타인에 대한 질투가 우선 싹트는 것이 인간본성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이었다. 안 된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든 현실을 극복해보려는 노력이 보였다.
얼마전 우연찮게 블로그 댓글로 이분과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비밀이라며 최근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다. 이분이 카페에 쓴 기존 글에서 이분이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대략 알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물어보고, 공부 해가며 드디어 된거다.
최근 일반분양으로 화제가 되었던 단지가 있어 혹시 그 곳이냐고 여쭤보니 맞다고 한다. 나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 무주택자들한테 관심 갖고 보라고 알려주었다. 그 곳에 그 분이 당첨이 된거다.
15평의 분양가가 7억 정도한다. 강남 노른자위라 그렇다. 가용자금 3억으로 충분히 도전해볼 만했다. 이 단지의 당첨자 발표가 나고 15평에 당첨된 분들의 글 몇 개가 카페에 올라왔던 것도 기억한다.
“아이가 둘인데 15평에 살 수 있을까요?”
주로 적은 평수에 대한 고민이었다. 누구나 고민할 문제이기는 하다. 이분도 아마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나는 일단 가용자금 내에서 도전한 이분의 실행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기쁜 마음과 함께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그 자세에 또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이 단지를 회사 후배들에게 권했을 때 하나같은 반응은,
“어휴 25평 분양가가 13억이네요. 그런걸 어떻게 사요? 세상에는 부자가 많나 봐요”
방법은 생각해 보지 않고 한탄이 먼저다.
한방에 모든 걸 이룰 수는 없다.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치는 타자가 되려면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정기 시즌에서 수도 없이 삼진을 당해야 한다. 그렇게 크는 거다. 혜성처럼 나타나 갑자기 만루홈런을 치는 타자는 없다.
생각나는 대로 강남 소형아파트 시세를 몇 개 찾아보았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15평이 13억이 실거래 되었다. 헬리오시티 19평형이 12억 5천에 실거래 되었다.
이분은 3억 자금으로 분양가 7억의 아파트에 도전하였다. 그 분양가 7억의 아파트는 입주시점에 두배 가까이 시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입주 시점에 전세가가 분양가 이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가용자금 3억으로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거다.
대출을 감안하더라도 시가 13억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면 보폭이 매우 커진다(연차나 입지로 보면 그 이상의 가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르긴 몰라도 세상이 달라보일 거다. 15평 집이 좁다고 느끼면 평수가 좀 더 큰 강남 재건축으로 갈아타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 학군 고민을 한다면 학군지 구축으로의 이사를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가용자금 3억으로 이룬 것이다!
물론 이분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3억이 아닐 거다. 충분한 고민과 분양에 대한 철저한 준비, 자금 계획, 가족 계획, 카페에 수시로 드나들며 동향 파악, 겸허히 묻고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실행력. 잠깐의 대화였지만 나는 이분이 서울지역 분양 상황을 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이런 부분들이 이분을 이끈 힘이라 생각한다.
너무 멋진 분을 만나 내가 다 기분이 좋다. 이분을 통해 내가 인생을 배운 기분이다.
이분은 또 고민하고 있을 거다. 아마 아이둘 데리고 15평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고민이 가장 클 거다. 그 고민이 이분을 또 다른 레벨의 성장으로 이끌 것이다. 나는 이분이 강남 중산층으로 확실히 자리 잡을 것 같다. 끊임없는 고민과 궁리를 통해.
누구는
“사다리는 끊겼어. 집값 이렇게 급등했는데 이제 우리는 글렀어”
“3억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서울 변두리도 10억인데”
“15평에 어떻게 들어가 살아. 25평도 좁은데”
라며 한탄할 동안 누구는 조용히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분들이 참 좋다. 결과보다 더 소중한 것이 과정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치열한 고민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과정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이렇게 한 의사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최선의 판단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기 때문이다.
카페에 종종 글을 남겨 주시는 스카이캔슬 님이 있다. 이분의 글 중 분양 받은 아파트의 중도금 완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연을 적은 글이 있다. 이분은 과천의 신축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 받으셨다. 빠듯한 자금을 맞추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셨다. 급기야 살던 집 전세도 빼고 어머니, 누나와 합가 하셨다. 나는 다른 그 어떤 글보다 이분의 글이 감동적이었다. 집 한채를 분양 받고 그걸 지키기 위해 뛰어 다니는 가장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좋다.
집값는 삼십년 전에도 비쌌고,
지금도 비싸고,
앞으로도 비쌀 것이다.
한탄하는 사람은 시대를 불문하고 어디에나 있다.
희망을 얘기하는 보석같은 분들도 주변에 잘 찾아보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구는 한탄하고 누구는 정진한다.
군대에서 같이 방을 썼던 미군이 아직도 페친으로 있다. 그 친구 페이스북에 얼마 전에 올라온 걸 퍼왔다. 그렇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걸 배웠다. 다만 망각하고 있었을 뿐. 3번과 9번이 특히 좋다.
1. 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
2. 거절당하는 것이 인생의 일부이다. 극복하라
3. 선택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4.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
5. 당신은 상사가 아니다
6. 세계는 당신을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7. 존경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으로)획득하는 것이다
8. 세상이 당신에게 빚진 것은 없다. 노력하라
9. 불평으로 이룰 수 있는건 없다. 시간낭비 하지마라
10. 당신이 이 상황을 만든거다. 당신이 해결해야 한다
11. 입을 닫고 귀를 열어라
[출처] 누구는 한탄하고 누구는 정진한다 | 작성자 몬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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