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살다보니 나한테 이런 일도 생긴다...^^
어제 오후에 일이 좀 있어서 용산 세무소에 잠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걸이 위에
번쩍번쩍 두꺼운 악어 장지갑이 하나 놓여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내용물을 확인해 봤더니..
왠 조폭같이 머리가 짧고 우락부락한 주민등록증에,
신용카드는 없었지만 10만원권 수표 30장과 5만원 신권 20장이 들어있었다.화장실에서 일보는데 10분정도 걸리니까...
찾으러 오겠지 했는데, 10분을 초과해서 15분이 돼도 안왔다.그래서 잠시 갈등하면서 기다리다가...... 밖을 나왔는데 참 갈등되더라
요즘 10만원짜리도 현찰 취급받고 그냥 대충 서명해도 쓸 수 있는데... 장시간의 마음의 갈등을 접고 배짱이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려고 파출소로 향했다.
가서 경위 설명하고 연락처와 이름을 적고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통화하던 여순경이 나 보고 "잠깐만요"... 한다.
지금 지갑 분실자가 연락와서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법적으로 보상 받을 수 있으니까. 잠깐만 계시라고 해서 좀 멋적었지만 기다렸다.
5분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들어오는 풍채좋은 조폭.... 이 아니고 뚱뚱한 스님이었다. ㅋ
그 분이 나에게 정말 감사 하다고 사례하겠다고 하시면서,
지금 이 돈은 당장 써야 하니까 오늘 내로 입금해 드리겠다고 하길래,
전 스님 돈은 별로 받고 싶지 않다고 그냥 좋은 일에 쓰시라고 하고 나왔지. 그래서 왠지 기분이 흐믓하더라 그런데,
지하철을 타려고 가는데 그 스님이 "잠깐만요"하면서 뛰어 오시는게 보였다.
이렇게 가시면 자기가 마음이 참 불편하니까 제발 계좌번호 좀 불러주시라고 한다.
조금은 사례해야 자신도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라고 말씀하시길래,계좌번호 가르쳐 드리고 집으로 왔다.
3시간이 지난후에 핸드폰에 문자가 왔길래 봤더니
000님께서 150만원을 입금하셨습니다. 라는 문자가 떴다.
이거 참 ;;; ;;;
전 대충 20~30만원 정도 보내겠구나 싶었는데 큰 금액을 보니까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파출소에 가서 순경에게 이런 저런 말씀드리면서 돈 돌려드려야 할거 같은데
그 분 어디 절에 소속된 분이시냐고 물었더니,
순경이 웃으면서 저희도 바쁘니 그냥 쓰시지 그래요?
그 스님이 혹시 제가 다시 찾아올까봐 절대 말해주지 말라고 했단다.
전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계속 말해주시라고
그 순경에게 졸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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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 이름이 만우절이라고 말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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