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4대강 반대 세력’ 불법 사찰 지시 부인 박형준 선거법 위반 고발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등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종교계·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를 사찰한 8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들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가·종교인·기자·교수 등 20여명을 특정해 회유·압박하는 구체적 전략이 담겼다.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물 및 관리방안’ 등 2개 문건의 제목 옆에는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정원은 이 문건들에서 환경단체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단체’로 인식되도록 여론 조성”, 종교계에 대해 “골수 좌파와 설득 가능한 인사 분리 대응”, 교수모임에 대해 “이념·도덕성 문제제기로 세 약화 유도” 등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경찰 채증 강화, 보수 언론을 통한 비난 여론 조성, 비리 발굴을 통해 활동 약화 등도 언급됐다.
또 ‘종교계의 4대강 살리기 반대활동 실태 및 순화 방안’ ‘4대강 사업 반대교수 견제 조치로 활동 위축 유도’ 등 나머지 6개 문건에는 주요 환경단체 인사들의 주소, 학력, 경력과 함께 가족관계, 전과기록, 출입국 사항 등이 적혀 있었다. 교수들을 견제하기 위해 국고지원금과 연구용역 사업비에 대한 감사를 추진하는 한편, 보수 언론 등에 이들의 활동을 흠집 내는 기사 게재를 요청하는 방안도 만들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국정원 직원이 여러 번 전화해 만나자고 하는 한편, 어머니에게 경찰 정보과 형사라는 사람이 연락해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당시 단체 이사장이 (총장으로 있던 대학을 상대로 한) 교육부 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들이대는 등 공적기관을 이용해 개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영기 변호사는 “당시 4대강 관련 소송을 수행했던 변호사들을 상대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4대강 관련 소송에 참여했던 김영희 변호사는 사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찰 관여 의혹을 부인한 데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박 후보는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 재직 당시 3차례 국정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 없고 관련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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