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28일 이른바 ‘엘시티(LCT) 특혜’ 의혹을 놓고 또 다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잇단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엘시티 의혹과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개입’ 의혹 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김 후보 측의 공세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인다.
김,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사에서 열린 ‘끝장토론’에서 엘시티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박 후보의) 가족들이 엘시티 위아래층에 산다”며 “(그동안 박 후보 측의 해명에도) 아직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시티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영복씨가 차명으로 분양권을 확보해 특권층에 특혜로 나눠줬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런 의혹이) 박 후보의 엘시티 입주권(으로)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도 엘시티 의혹에 대해 특검을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박 후보에게 특검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저는 이미 당에 ‘특검이든 뭐든 다 해도 좋다’고 말했다”며 “핵심은 특혜가 있느냐다. 분양권을 최초에 가진, 청약통장을 갖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실명을 공개했다. 확인해보시라”고 받아쳤다. 그는 또 “당시 엘시티 분양 때 평이 안 좋아서 분양이 원활하게 되지도 않았다”면서 “계약금 내는 시간까지 원치 않은 사람들이 많아 물건(매물)이 나왔다”고 부연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의 시유지 매각 관련 의혹, 부산 기장 미술관 부지 관련 의혹 등 다른 의혹들도 집중 질타했다. 박 후보는 해운대 시유지를 헐값에 되팔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5억원에 매각한 게 아니고, 9억8000만원에 매각했다”며 “왜 재산공개 때 5억원이라고 됐냐면 저희가 5, 6회 (돈을) 넣고 경제적으로 부쳐서 그 뒤로 제대로 못 냈는데, 마지막에 인수할 때 빚을 지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장 미술관 부지 의혹과 관련해선 “집사람도 독립적인 수익이 있다. 저보다 많다”며 “제가 ‘좋은 미술관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우리 재력만으로는 안 되니 사람들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박 후보가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정무수석으로 재임할 당시 국정원의 시민사회계 불법사찰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민주당 지도부 차원이나 언론 보도 등을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당시 국정원의 보고 문건들을 공개하며 보고 대상자로 명시된 박 후보가 이들 문건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 문건들이 작성·배포된 지 10여년이 지난 상황이라 박 후보가 직접 국정원에 사찰을 지시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이 어렵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박 후보는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의 끊임 없는 의혹 제기에 박 후보는 이날 “역대 여당 가운데 진보·보수를 떠나 이렇게 선거를 하는 정당이 있었나”라고 되물으면서 “사생활은 한국정치에서 금기다. 그것까지 거론하는 여당이 안타깝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 후보는 또 “상대 후보의 조그만 티끌을,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끄집어내서 드론까지 띄워가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날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한 ‘민주당 부산 비하발언 규탄대회’에서도 “오늘 토론에서 상대 후보(김 후보)의 질문은 전부 그동안 민주당이 제기했던 네거티브”라며 “제가 고마웠다. 하나 하나 사실이 아니고, 박형준에게 어떤 불법과 비리와 특혜가 없다는 것을 낱낱이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네거티브가 안 통한다. 부산시민들이 정말 현명하기 때문”이라며 “이 사람들(민주당)이 네거티브를 하면 할수록 시민들이 ‘정당한 선거 할 생각은 안 하고 남 끌어내리려는 심보구나’라는 걸 다 알아차려버렸다”며 “결코 네거티브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은 “‘부산이 초라하다’는 민주당 전 대표(이해찬), ‘부산이 한심하다’는 부산시당위원장(박재호), ‘부산이 환자’라는 후보(김영춘)”라고 열거한 뒤 “이렇게 부산에 막말을 해도 무사할 줄 아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부산이 그렇게 싫습니까?”라며 “부산이 싫으면 마 떠나라”고 소리쳤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은 “3년 전 울산시장 선거 출마했을 때 (현 정권은) 청와대를 총동원해 공작 선거를 했다. 그 피해 당사자로서 또 한 번 부산에서 이와 같은 못된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며 “이런 흑색선전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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