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에덴고시원의 추석은
보통의 일요일과 다를것 없는날이다.
달콤이와 고시원 실장 이외에는 모두가 외국인노동자라서
아무도 귀성을 하지않기 때문이다.
친지들에게 버림받아 아무도 찾아주지않고,
또 찾아갈곳도 없는 달콤이는
이런추석날 아침이 당혹스럽다.
조선족 김씨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추석은
일없이 쉬는날이기때문이다.
그래서 밥먹으러 갈때나, 담배피러 옥상에 올라갈때마다
달콤이는 빈둥거리는 외국인노동자들과 마주쳐야한다.
달콤이는 오늘 또 어떤 수모를 당할까?
조선족 김씨는 오늘 또 어떤 트집을 잡을까?
달콤이는 두렵기만 하다.
이런날은 방문을 잠그고
조용히 자신의 쪽방안에 있는것이 상책이지만
달콤이는 고시원식당에서 밥도 먹어야하고
화장실도 가야하고
또 담배도 펴야한다.
문밖은 지옥일수도 있건만,
나가지않을 방법이 없는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침식사시간이 되었지만
그런이유로 달콤이는 쉽게 쪽방문을 열고 나서지 못한다.
그러나
밥을 굶지 않는것을
가장 중요한일로 생각하는 달콤이는 방법이 없다.
달콤이는 식사시간 느즈막히 쪽방문을 열고는
살금살금 걸어 고시원식당으로 향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밥을 일찍 먹고는
모두 식당에서 나갔기를 바라면서.
식당안이 들여다보이는 복도 모퉁이에서
살짝 고개만 내밀어 식당안을 염탐하는 달콤이.
달콤이의 생각이 맞았다!
식당안에는 아무도 없다!
게다가
달콤이의 코끝에 날아온 이 향긋한 냄새는
틀림없는 비엔나 소세지와 계란 후라이의 냄새다!
달콤이는 마치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듯 몸을 튕겨 식당안으로 뛰어든다.
산처럼 쌓여있는 비엔나 소세지들과
배식판 접시위의 수북한 계란후라이.
추석날 아침이라 고시원실장이
특식이라도 차린모양이라고 고마움을 느낀것도 잠시,
달콤이는 어느새 식탁앞 의자에 앉아
오른손과 왼손에 수저와 젓가락을 동시에 나눠쥐고는
폭풍처럼 소세지와 계란후라이를 흡입한다.
너무급하게 먹느라
체할듯 답답해지는 가슴팍을 두드리면서.
부른배를 어루만지면서 옥상으로 올라와
어릴적 영화에서 본 미국영화배우라도 된기분으로
폼을 잡으며 담배를 입에 꼬나무는 달콤이.
추석 아침 식사작전 컴플리트!
소세지와 계란후라이로 터질듯이 부푼배와
맛나는 담배한가치가 달콤이의 입가에서
부드러운 웃음이 터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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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여기좀 보세요!"
"왜 그래요?"
다급한 간호사의 부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쓰고있던 응급실 당직 의사는
귀찮은듯 고개를 돌리며 대답한다.
"보세요! 이환자 아까부터 계속 웃어요!"
의사는 다시 컴퓨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추석 전날 밤에 같은 고시원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진 영감님 말이지요? 알아요 그거 뇌손상이 와서 그래요.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걸거에요. 그 영감님 곧 CT촬영할거니까 내버려 두세요"
간호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그런데... 이영감님은 도대체 왜 외국인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걸까요? 그것도 추석 전날밤에?
의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자세를 유지한채로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글쎄요. 뭔짓을 하긴 했겠죠.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그렇게 모질게 쳐맞은 사람은 저도 처음봤으니까."
응급실 구석 모퉁이에 놓여진 병원침대에서
얼굴이 퉁퉁부은 달콤이가 나지막히 낄낄거리며
행복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달콤이 시리즈 꿀잼입니다.
달콤이 시리즈 꿀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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