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에만 8년째 다니고 있어요
처음에 제가 입사했을때에는 그냥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좋은 회사 정도 였어요
주변에서 무슨회사 다니냐고 물어보면 네이버에서 만든 메신저 회사 라인을 글로벌에서 서비스하는 라인플러스다 라고 길게 설명해야 했지요
일본대만태국 출장가면 어디든 초록색 라인 마크가 붙어있었어요 그럴땐 정말 뿌듯하고 외화벌이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it바람이 불며 네카라쿠배 라는 말이 생겼고
부모님도 어디가서 자랑하시며 뿌듯해하시는 회사가 되었어요
이직을 몇번 했는데 다녔던 회사 중에 가장 좋았어요
그래서 근속년수가 여기가 가장 길었겠지요
복지도 그 어느회사 부럽지 않았고 높은 연봉에 매년 나오는 인센티브에 추가 보너스 등등
원천징수만으로 직장인 기준 상위 2프로 정도도 찍어봤네요
해외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생전 처름 타보는 비지니스를 태워주고 잠만 자는데도 5성급 호텔을 잡아줬어요
이제는 이코노미타면 어색해요
코로나 전부터 한달에 한번 재택이란걸 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전면 재택을 시행하고 코로나가 끝난 지금까지도 풀 재택을 하는 몇 안되는 회사가 되었어요
책임근무제라 가능하다 생각해요 백업이 없거든요
그래서 휴가라도 내 업무는 내가 챙겨야해서 모든걸 오프하고 휴가 간 적은 몇번 없는 것 같아요
회사가 잘해주고 회사가 좋아서 열심히 일했어요
다들 그랬어요 열심히 안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가 좀 있었어요
평가도 주로a였고 s도 받아봤어요
제 기준에선 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어요
동료들도 참 좋았어요 능력있고 순수하고 열심히하는 사람들
많이 배우기도 하고 다같이 협업하며 도움도 받아가며 서비스 런칭했을땐 얼마나 벅찼나 몰라요
임원들도 저는 좋았어요 대부분 똑똑하고 날카롭고 직원들을 참 잘 생각해준다 라고 생각했어요(물론 아닌사람도 있어요)
신상도 좋았어요 몇번 같이 회의도 하고 그랬는데 저 위치에서도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한국서비스를 안하니 서러움은 많았어요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일본사람들한테 은근 무시도 많이 당했고 언제나 굽신굽신 대야했죠
어렵게 설득해가며 이것저것 챙겨가며 빌드업 다 시켜놓고 돈 좀 번다 하니 사업권을 빼앗아가는 일본인도 많았어요 어쩔수 없었지요 라인콥 이름으로밖에 서비스를 못하니까요 저말고도 라이너라면 많이들 당해봤을거에요
대만태국인니도 쉽지는 않았어요 세국가 모두 성격도 다르고 시간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법률도 다르고
일본 포함 네국가를 구슬려가며 서비스를 만들어가야 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회사가 좋았거든요 일도 재미있었어요 열심히 했어요 라인이라는 자부심이 항상 있었어요
요즘 우리회사가 참 핫해요
전에는 뭐하는 회사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젠 뉴스에 하루종일 오르락내리락하네요
좋은일이면 좋았을건데 참 아쉬워요
이제 이 회사를 떠냐야 하나봐요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떠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살짝 눈물이 나려해요 정말 애정이 많은 회사이거든요
이렇게 될줄 라인임원들은 몰랐었길 바래요
뒷통수 맞은거길 바래요
처음부터 알고 합병한거라면 정말 너무 슬플거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라이너들 어디서든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인수합병은 다수에겐 막대한 손해, 경영진에겐 오히려 이득인 경우가 참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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