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발표에 힘입어 18일 6%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종목들도 동반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15일)보다 5.98% 오른 5만6천7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7.48% 오른 5만7천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날 강세는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장 마감 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하고 이 중 3조원은 3개월 내 전량 소각한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 1천822억5천만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외국인은 1천606억2천900만원 순매도하며 지난 15일 1천289억원 순매수 이후 하루 만에(거래일 기준) 순매도 전환했다. 기관도 320억3천300만원 순매도했다.
삼성그룹의 다른 종목들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이날 11.48% 급등한 10만8천8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3.73% 뛴 11만1천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10.48% 오른 36만9천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1.49% 보유하고 있다.
금산분리 관련 법에 따라 양사의 삼성전자 지분율 합계는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10%를 초과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합산 지분율이 10%를 넘기게 되면 양사가 초과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주주 환원에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8년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따른 초과 지분을 동일 비율로 매각한 사례가 있다"며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매각 자금의 일부는 배당 혹은 자사주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주주 환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한 삼성물산 역시 이날 5.71% 오른 12만4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사례를 고려하면 이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가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1년간 주주 환원 규모는 현재 시가총액 대비 6%를 상회하는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주 친화적인 정책 발표는 추가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같은 효과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보다는 결국 실적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해왔다"며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업황 개선,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의 개선, '어드밴스드'(고도)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회복 및 파운드리 부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는 결국 회사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변화"라며 "2010년 이후 843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한 인텔은 왜 이렇게 됐는지, 반면 자사주 매입을 거의 하지 않는 TSMC는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반도체주는 전반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65% 내린 17만1천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미반도체는 8만600원으로 1.35% 하락했으며, 테크윙은 3만4천200원으로 11.97% 떨어졌다. 리노공업 역시 2.57% 하락한 15만1천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5일 뉴욕 증시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고 반도체 섹터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영향에 엔비디아가 3.26% 하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악화한 여파로 풀이된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