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플루언스 Z.E"는 르노 최초의 양산 전기차이며, 세계최초로 5분 내에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퀵 드롭(Quick Drop)" 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차입니다. "르노 플루언스 Z.E"의 원형인 "르노 플루언스"는 한국의 르노삼성이 르노의 준중형 해치백 "메간"을 세단형으로 변형해 개발한 찬데요, 우리나라에선 "SM3"라는 이름으로 팔립니다.
르노는 자사의 기술이 총동원된 전기차 플루언스 Z.E에 많은 기대를 걸고, 전기차 배터리 교환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스라엘의 벤쳐회사인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와 협업해 2011년부터 양산했습니다. 지금도 전기차는 급속충전에 최소 20여분이 걸리는데 르노의 퀵 드롭 시스템은 5분 내에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하므로 이는 르노 전기차 라인업의 가장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였습니다.
2007년에 설립된 르노의 전기차 인프라 파트너 "베터 플레이스"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모델을 상용화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2013년 5월, 앞날이 창창해 보이던 베터 플레이스가 파산합니다. 베터 플레이스는 2011년 한 해 동안 이스라엘에서 "르노 플루언스 Z.E" 6000대를 판매하겠다고 자신했지만 2013년까지도 총 판매량은 1000여대에 불과했습니다. 곳곳에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8억5000만달러(약 9227억원)의 민간자본이 투자됐지만 판매량이 예상에 비해 처참했기에 그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고 결국 모든 것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배터리 교환 시스템인 "퀵 드롭"이 적용된 플루언스 Z.E는 주로 이스라엘에 팔렸고, 프랑스나 덴마크 등 그 외 지역에선 배터리 교환 인프라가 굉장히 드물었기에 "퀵 드롭"이 적용되지 않은 버전도 함께 팔렸습니다. 그럼에도 플루언스 Z.E는 이스라엘, 프랑스, 덴마크 등 전세계를 합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3500대만 판매되는 등 아주 저조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베터 플레이스의 파산을 통해 배터리 교환 시스템이 이윤 측면에서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2012년부터 생산된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이(Zoe)"의 2년간 판매량이 이미 플루언스 Z.E의 3년간 판매량을 2배 넘게 앞섰습니다.
사실 플루언스 Z.E는 르노의 첫 전기차인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베터 플레이스와 협업한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위해 크고 무거운 배터리가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수직으로 탑재됐기에 기존의 플루언스에 비해 뒷부분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그런 구조 때문에 유럽에서 인기있는 해치백형으로 만들 수 없었으며, 세단임에도 트렁크 공간은 협소했습니다. 무게중심이 뒤로 많이 쏠려 앞바퀴굴림인데도 오히려 뒷부분이 더 무거운 차가 되어 운동성능에도 불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는 더 이상 플루언스 Z.E를 생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플루언스 Z.E는 터키의 부르사(Bursa) 공장에서 생산되었는데 이미 지난해 5월 베터 플레이스가 파산하고부터 생산을 중지했고, 지난주에 터키 공장의 플루언스 Z.E 생산라인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 플루언스 Z.E의 한국형인 "SM3 Z.E"는 어떻게 될까요?
르노삼성자동차는 작년 10월 14일부터야 부산공장에서 SM3 Z.E의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카쉐어링 업체인 "씨티카"가 SM3 Z.E 80대를 주문해 곧 카쉐어링 스테이션에 배치될 예정이고, 대전과 제주도에선 이미 택시로 시범운행중입니다. 11월 1일엔 제주도에서 최초로 개인 고객에게 차를 인도했습니다.
해외에선 2011년부터 판매한 차를 국내에선 작년 가을부터야 양산되었으니 한동안은 단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왔고, 2009년부터 추진해온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도 자동차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했습니다. SM3 Z.E가 수익을 바라고 양산한 차는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라도 해외에서 단종되었다고 국내에서도 금방 단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SM3 Z.E의 양산이 늦어진 것은 르노 본사차원에서의 지원이 부족하며 르노삼성의 재정이 그 동안 심각한 상황이었고, 환경부와 한전의 전기차 인프라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르노 본사에서 이미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단종한 전기차를 이제야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그리 기분 좋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삼시세끼" 페이지
우리나라에도 SM3 Z.E라는 이름으로 양산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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