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쓸려고 컴터앞에는 앉았는데 시작을 뭐라해야할지 잠시 고민이 되네요...
일단 제목처럼 와이프 만난지 10년만에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10년전 와이프는 잘나가던 집안의 큰딸이었고 제가 죽기살기로 일하면서 22살에 36개월할부로 마티즈2를
샀는데 (그때당시 차가격을 지금도 잊질 못합니다. 마티즈 중간급에 루프캐리어와 알루미늄휠 전동조절 사이드미러
옵션 추가해서 830만원이었습니다.) 와이프는 21살에 장모님께서 현금으로 마티즈2 최고급형을 사주셨더군요...
그것도 뉴코란도나 아빤떼를 사라고 하셨는데 와이프가 마티즈2 풋사과색에 뻑가서 우기고 우겨서 마티즈2를
샀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1천만원정도는 길에 지나가다가 " 엄마 나 저거" 라고 하면 장모님께서 바로 들어가서
결제해주실만한 집안이었습니다. 그랬던 와이프가 저를 처음 만나서 오빠동생으로 1년정도 잘 지내다가 제가
대쉬해서 저랑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1년동안 공을 많이 들였죠^^.....
와이프가 저를 만나는게 장모님 장인어른 입장에서는 꿈에도 생각해보신적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죠.
처음에는 와이프를 회유를 하십니다.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공무원, 사업가 등등 제가 들은걸로만 대충 10여명의
"사"자 직업 남자들과 선자리를 만들고 그래도 와이프가 꿈쩍을 안하자 해외로 유학을 보낼 계획을 세우십니다.
단 저랑 헤어지는게 조건이었죠. 선자리에 억지로 데리고 나가자 와이프가 장인어른께 그랬답니다.
"지금은 우리오빠가 저 사람보다 돈도없고 직업도 없고 집안도 안좋고 학력도 안좋고 뭐하나 내새울게 없지만
우리오빠가 저사람의 나이가 됐을때 저사람보다 훨씬 잘나가고 있을꺼다..."
그때 당시에 마지막으로 선봤던 회계사가 32살에 구형쏘렌토를 타고왔다고 하더군요.
전 그때 당시 할부가 남은 마티즈2에 커피숍 알바중이었습니다...
말로서 회유가 안되자 처가집에서는 저에게 압박이 들어옵니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암튼 다 안된다.
전 그냥 이여자를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사람자체를 조건으로 무시하는 상황에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여자 아니면
안된다. 절대 포기못한다. 하고 강하게 밀고 났습니다.
그 결과 저. 태어나서 첨으로 어른들께 영화에서처럼 맞아봤습니다. 자다가 잠옷차림으로 끌려나가서 정말 개패듯이
두들겨 맞았습니다. 이건 뭐 사람이 자다가 끌려나가니 정신도 없고 내가 지금 왜 맞고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더군요.
와이프가 옆에서 울면서 말리는데 장인어른이 와이프도 몽둥이로 때리실려고 하는거 그때는 제가 눈이 확 뒤집혀서
와이프 손잡고 도망쳤습니다. 둘이서 처참한 몰골로 저희집으로 걸어가는데 와이프는 울고있고 저는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군지 옷차림이 어떤지 오늘이 몇요일이고 시간이 몇신지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나고 오로지 한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내가 꼭 성공해서 저 집안에 본때를 보여준다."
당장에 갈데도 없고 돈도없고 가진건 달랑 차한대와 통장에 현금 5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일단 둘이 같이 있을순없고 가출개념으로 상황을 잡고 모텔에 달방하나 잡아놓고 거기서 와이프를 지내게 했습니다.
날마다 일끝나고 가서 살펴보고 밥값이랑 용돈주고나니 일주일만에 50만원 탕진... 일주일동안 장모님께서 계속
연락하시길래 일주일뒤에 집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상황을 대화로 풀어보자고...
5일만에 와이프가 이번엔 아예 짐싸들고 가출했습니다...ㅠㅠ 대화로 안된다고... 그래 좋다. 넌 내가 책임진다.
그때부터 와이프는 제옆에 꼭 붙어있습니다. 고생도 고생도 살다살다 그런 고생이 없었고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며 지금까지 잘살고 있습니다....^^
집나와서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을때 2년을 모텔 달방을 전전하며 집에서 따뜻한 밥한번 해먹은적이
없었고 변변한 옷한벌 사주지 못했지만 항상 제옆에서 힘내라며 웃으며 얘기해주고 용기를 낼수있게 해준 와이프가
너무 고맙습니다. 어느날엔 너무너무 배가 고프고 돈도 없어서 와이프랑 이마트에가서 시식코너으로 배를 채운적도 있고
저랑 같이 지낸지 2년만에 정말 힘겹게 얘기를 꺼내는게 와이프가 알바하던 피씨방 밑에 여자옷가게가 생겼는데
오픈행사로 싸게판다고 바지 하나만 사주면 안되냐고 하길래 당장 손잡고 가서 맘에드는거 고르랬더니 15000원짜리
바지하나 고르고 입어보더니 이쁘지?라고 물어보는데 차마 그 모습을 맨정신에 못보겠더군요... 옷가게앞에 앉아서
한시간을 울었습니다. 왜 나같은걸 선택해서 이 고생을 하냐고 나같은게 뭐라고 날믿고 너의 인생을 맡겼냐고...
다 지난 얘기이고 오래전 추억이지만 지금도 그때 그 마음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달에 큰맘먹고 저랑 같이 지낸지 10년만에 프로포즈라는걸 해줬습니다. 와이프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면서 결혼식도 다녀오고 웨딩사진도 보고 집들이도 다녀오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게 전 아직도 와이프랑 결혼식은 커녕
웨딩사진도 못찍었습니다. 그냥 사는게 전쟁이었고 힘들어서 엄두도 못냈고 시간도 없었다는게 핑계지만....
친구들 결혼식을 다녀오면 유독 우울해하던 와이프가 너무 안쓰럽고 미안해서 3년동안 모은 비자금으로 지난달에
다이아몬드 반지와 꽃다발을 준비해서 처음으로 와이프에게 이벤트라는걸 해줬습니다. 분위기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웨이터분이 깜짝 이벤트로 준비해주셨죠^^.....
이젠 홀가분합니다. 남들처럼 화려한 결혼식에 웨딩사진도 없지만 차차 또 비자금모아서 웨딩사진도 찍고 결혼식도
하고 그렇게 해봐야죠^^
15,000원 바지얘기는 눔물이 나네요...비슷한경험이 있죠...
세분 행복하게 사세요~
눈물이 핑 돌지만...ㅎㅎ
ㅊㅊ은 하고서 울던지..
행복은 먼곳에 있는게 아닙니다~
그저 두분이 만난 자체가 행복이지요 ^^
본인도 잘나가는 집안이고 님보다 잘나가는 남자 만날 수도 있는건데... 끝까지 사랑을 놓지 않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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