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야밤에 동네를 한두시간씩 산책하는걸 무척 좋아합니다.
밤에 산책을 하면 동네에 어떤 가게들이 새로 오픈을 했나 구경도 하고 운동도 되고 소화도 되고 잠도 잘 옵니다.
오늘은 산책 중 제 눈 앞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세 놈이 오토바이(스쿠터)를 함께 타는 일명 '삼치기'를 목격했습니다.
정말 어려보입니다. 제 눈에는 14살? 15살로 보였습니다.
근데 오토바이 뒤에를 보니 번호판도 없습니다.
배달통이 부착되었던 흔적이 있는데 바이크샵이나 센터에서 정상적으로 탈거를 하지 않고 강제로 파손해 탈거한 모습입니다.
근데 이 놈들 그냥 조용히 동네 구석진 곳에서 일탈과 비행을 하는 것이면 모르겠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 번화가에서 수십분째 저 상태로 삼치기를 합니다. 제게 잡아달라는 무언의 표시와도 같았습니다.
일단 저는 채증을 했습니다. 영상으로 세명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 쓰로틀을 누가 당겼는지 즉 운전을 누가 했는지 모두 확보했고, 이제 112에 신고를 하여 인근으로 순찰차 배치를 요청합니다. 벌써 이놈들이 이러고 운전한지 20분가량 지난 시점입니다.
가만히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동네를 빙글빙글 도는 이놈들을 무작정 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마음먹고 도주하는 오토바이를 순찰차로 잡는 것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무리한 추격시 사고 우려)
그럼에도 출동하는 경찰관과 통화하며, 경찰은 현재 어느방향으로 출동중인지, 얘네들은 어디쪽으로 주행을 이어가는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놈들을 쫓아갑니다.
시야에 순찰차가 보이고 경광등이 보이자 놈들은 당연히 사라졌습니다. 저는 순찰차를 만나 출동경찰관에게 자세한 진술을 하고 사진을 보여주며 일대 순찰을 요청했습니다.
순찰차는 계속 주변 순찰을 이어나갔고, 순찰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놈들 세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순찰차가 사라진 모습을 확인하며 다시 나타났고, 그 중 운전을 한 놈은 편의점 앞에 대상차량을 주정차하더니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즉시 112와 출동경찰관에게 현 위치 전파하고, 이번엔 편의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편의점에서 나오는 운전한놈을 직접 붙잡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몇살이에요?"
"05년생이요. 왜요?"
"17살? 면허있어요?"
"이거 아는 형꺼에요."
여기서 무면허 + 무보험 + 장물 냄새를 쌔게 맡았습니다.
근데 이 놈이 갑자기 오토바이를 버리고 도주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비록 세월이 흘렀을지라도 저는 체육대학을 입학할 당시 100m를 11.9까지 뛰어본 사람입니다. 어림도 없이 바로 붙잡아서 차량이 있는 편의점 앞 쪽으로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약 3분정도 지났을까 인근에서 순찰을 이어나가던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출동 경찰관분들은 이 놈에게 추궁 및 기초 조사를 시작합니다. (인적사항, 면허/차량 조회, 오토바이 누구 소유인지, 보호자 연락처 등)
근데 이 놈 중간에 도망간 친구들을 찾아오겠다며 은근슬쩍 도주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경찰관이 업무용 폰으로 오토바이에 있는 차대번호를 조회하며 왼손으로 이 놈을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주 시도)
이제부터는 이 놈의 화려한 거짓말과 모르쇠로 일관이 시작됩니다.
"저는 운전 안했어요" -> 거짓말
"아는 형이 타라고 빌려줬어요" -> 거짓말 (경찰이 그 형 이름이랑 연락처 달라고 하니까 갑자기 아는 형이 05년생 17살 친구로 바뀜)
경찰이 좋게좋게 얘기를 하다가 여기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옵니다.
경찰 - "어차피 너 파출소로 가야되고 보호자분이 오셔야 되니까 제대로 다 이야기하고 빨리빨리 가자"
대상자 - "저 파출소 안갈껀데요?"
경찰 - "그게 네 맘대로 되는거야?"
대상자 - "저 임의동행 안할거에요. 나중에 경찰서가서 조사받으면 되잖아요."
경찰 - "너 뭘 알고 얘기하는거냐? 그럼 아저씨가 널 체포하면?"
대상자 - "......."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05년생 17살이 임의동행이라는 것도 알고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임의동행은 거절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또 그걸 당당히 경찰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 다 모른다고 부인하고 계속된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그냥 집을 보내줘야 되는건 당연히 아닙니다. 더군다나 청소년은 보호자에게 인계가 되어야합니다.
옆에서 사건 처리되는 내용을 다 듣고, 경찰에게 영상 제공 및 목격자 진술까지 다 해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봐도 대상자는 경찰에게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하는 말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빙성이 없고, 앞뒤가 안맞는 등 진술에 모순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경찰은 결국 이 놈에게 현장에서 확인된 위반사실을 고지하고 설명합니다.
현장에서 약 30분가량 기초조사가 이루어졌고, 결국엔 비협조적으로 임의동행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이 친구는 순찰차에 태워지고 파출소로 연행이 되셨습니다.
(팔짱끼고 연행하는 모습)
여러번 도주를 시도하는 이런 친구가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 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뒷수습을 할 수 있을까요? 백프로 오토바이를 버리거나 그대로 타고 도주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얘네들이 크게 다칠수도 있으며, 상대방 눈에만 피눈물 나는 일입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검거가 되었으니 다행이고, 무면허운전 무보험운행 등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친구가 깊이 반성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면 될 일입니다.
또한 제가 판단했을 때 해당 차량은 정상적인 차량의 모습이 아닌 꼭 도난 차량의 모습이였고, 누구의 소유인지 정상적으로 구매를 해서 소유하게 된 것인지는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저 세명이 같이 훔쳐서 타고 다닌 것이라면 특수절도에 해당됨)
17세 친구의 계속된 도주 시도, 당돌한 임의동행 거부.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약 30분간 현장에서 경찰이 사건처리를 하는데,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배달 오토바이 10대 가량이 하이애나들처럼 몰려들어 사진찍고 영상 찍고 낄낄대며 도로 한쪽을 점령함.
* "너가 경찰이냐" "오지랖 쩐다" "경찰하지 그랬냐"라고 말씀하시는분 분명 계실텐데,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인은 경찰만 잡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이 경우처럼 어떤 범죄사실을 발견했을때 그 범죄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고, 증거를 인멸하려하거나 방치하면 도망 또는 도망의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일반인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때까지 대상자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번호판이 없거나 번호판을 가린채 운행하는 오토바이 수십대를 잡아서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오토바이 교통법규위반, 소음 관련 민원이 폭주한다고 합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일이니 에너지 넘치시는 분들은 불법 오토바이 무질서 운행 근절에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야간에 신속하게 현장 도착하여 사건 처리하신 출동 경찰관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겨묻은개가 똥묻은개한데 뭐라한다더니 그런건가요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곧 배달 카페에도 내용이 올라오겠군요.
정의구현에 박수 짝짝짝!!!
진짜 별 되도않는것들이 ..
견찰을
시간과 체력 쓰시고 고생많았습니다.
사고시 튀어서 억울한 사람 생길것이라는 말 극 공감합니다.
수고했습니다
이런분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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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방구 딸딸이 배달충들
저렇게 모여 사진찍은건 아마도
밥그릇 싸움할 것들이 사전에
없어졌어 그런듯 씹네
정신 못차리고 또 저짓거리하면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겠지요.
잘하신일
주인 찾았대여??
가끔 오토바이 시동켜진거 훔쳐갔다는 글도 많이 봐서여....
나라에서 상 줘야죠^^
힘들지만 그만두시라는 말은 못하겠네요.
계속 수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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