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카파라치로 불리는 교통법규 위반자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는 제도를 부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생기는 것 같다. 이 제도는 2년 정도 시행하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2003년 1월부터 폐지된 바 있다. 이 제도는 교통법규 위반자가 너무 많아 이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일정액 보상금을 지불하여 신고정신을 살리고, 교통법규도 지키도록 압박하여 교통사고를 줄여 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당시 나도 걸린 적이 있다. 서초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였고 일요일 오전이라 도로는 별로 붐비지 않았다. 별 생각없이 1차선을 달리는데 언뜻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차 오늘이 일요일이라 전용차로가 적용되는 날이지 싶어 곧 2차선으로 나왔다. 며칠 후 당장 우편물이 하나 날아왔다. 내 차번호와 위반하고 있는 위치가 선명하게 찍힌 사진이 인쇄된 자료와 함께, 당신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였으니 확인하시오라는 통지였다. 이 통지서를 받을 때 참으로 약이 올랐다.교통법규를 지키도록 유도하고, 승용차가 전용차로를 달리지 않도록 하여 전용차로제의 목적을 살리자면 전용차로 시작 전에 미리 예고를 해 주어야 했다. 고속도로에서 전용차로제가 항상 시행되는 것이 아니고 토·일·공휴일에만 실시되는 것이면 더욱이 시작점에서 예고를 해 주어야 당연할 텐데 그런 조치는 없었다.시민들이 어기도록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더구나 서초 교차로 근처에 있는 조그만 언덕은 나중에 알고 보니 직업적인 신고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방송도 많이 탈 정도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계속 전문 신고꾼들이 장사진을 치게 내버려두면서 이런 제도가 필요한 지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다시 신고제를 부활시키려 하기 전에 이 제도의 성격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신고제는 우리나라 사람은 신고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은근히 비난하면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보상금이란 당근을 주어서라도 신고하게 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자발적 신고정신을 활용한다는 포장을 했지만 제도의 성격상 일반 시민은 신고하더라도 보상금을 받기 어렵다.신고가 성립되어 위반 당사자에게 과태료, 벌금 등 행정벌이나 형사벌을 주려면 누가, 언제, 어느 위치에서 어떤 위반을 했는지 그 내용이 사진으로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반 시민이 자기가 들고 있는 사진기로 갑자기 생긴 위반 현장을 사진을 찍어, 이를 근거로 위반자를 처벌할 증거자료로 낸다는 게 사실상 어렵다. 다시 말하면 신고제는 본질적으로 전문적인 꾼이 증거자료를 준비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제도이다.이런 이유때문에 경찰이 일반 시민이 교통법규를 지키도록 유도하여 교통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은 사실을 호도한 것일 뿐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경찰청은 실적을 올리고, 과태료 수입도 챙기는데 전문꾼들을 활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전문 꾼이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폐지했을 것이고.지금 이 제도 부활을 주장하면서 시민단체가 신고하는 것을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가 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단속할 인원이 모자라 교통위반이 늘어난다면 단속 경찰을 늘려야 한다.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 경찰청은 진정 교통사고가 줄어들길 바랄까? 그렇다면 왜 교통사고가 생기는 지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많은 곳을 찾아 미리 알리고, 도로 선형을 바로잡고, 불합리한 교통신호 체계는 바로 잡고, 교통체증을 줄일 방안을 찾고, 함정단속 이전에 미리 계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면 교통사고가 대폭 줄어들지 않겠는가.정작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안하면서 이상한 제도만 생각해 내는 것을 보면 오히려 교통사고가 더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진다. 나 혼자만의 망상인가.
억울해 하고, 분통해 하는 이 사이에... 어쩌면 이렇게도 사고의 차이가 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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