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녀석들이 너무 심심해하길래 운짱노릇한답시고 아반떼 1.5스틱을 잠깐
몰았습니다.
내부순환도로 타고가는데 종암동 진출로 이후의 코너길에서 흰색 라노스세단이 3차선
에서 슬금슬금 2차선으로 들어오더군요.
1차선이 뻥 뚫려있었고 전 꾸준히 1차선으로 진행중이였습니다, 라노스 앞에는 스타렉스
한대가 슬렁슬렁 달리고 있었구요.
"설마 들어오겠어?"하고 오른발에 힘을 조금 더 주려는찰나에 우회전코너.
우회전코너에서 이 흰색 라노스가 차선을 밟아넘더니만 1차선으로 갑자기 깜빡이를
켜고 밀고 들어오더군요.
순간 놀래서 브레이크부터 밟고 클랙션을 살짝 울려줬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서 앞으로 쏠리니깐 타고있던 친구놈들 죄다 "어떤 개XX야" "운전을 뭐
저런식으로 해"라는투로 열심히 욕을 내질르고 있죠. (왜 젊은남자놈들 넷이면 없던 쌈박
질도 생긴다는 말도 있듯.. ^^;;)
5단에서 3단으로 기어를 내려서 오르막도 나왔겠다...
"저거 빨랑 스쳐지나가야겠다"싶어서 가속을 하는데, 라노스의 깜빡이가 좌우 모두 들어
오더군요 ^^;;
비상등을 켜준겁니다, 전 제가 비상등을 자주켜는 스타일이라서(배틀도 되고, 고맙다는
표시도 되고 말이죠) 비상등 켜주는차 보면 화는 잘 안냅니다, 미안한줄 알면 됐지 거기
서 뭔 더 욕을 하고 자시고가 있을까요?
그렇게 라노스를 스쳐지나가면서 바라봤는데, 여성 운전자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뻘 되시겠더라구요.
저도 면허증에 잉크가 이제 말라가는 놈이지만...(보배횐님들에 비하면야 뭐.. ^^;)
면허딴지 얼마 안되신건지... 열심히 백미러 바라보시면서 1차선의 틈을 보고 계시더군요.
저희어머니가 제차(싼타모) 몰고가실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나마 소형차도 아니고 RV
라서 처음모시기엔 사각도 크고 힘든차...
식은땀 닦으시면서 끼어드시고, 좌회전 신호대기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고...
정말 얼굴에 철판깔고 나잘했다고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아주머니, 여성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우리 어머님들, 운전 저렇게 하십니다.
그생각까지 하고나니 클랙션..울려놓고도 죄송스러워졌습니다.
"아, 그냥 내가 쫌 천천히 갈껄 그랬나..."싶기도 하죠.
운전 오래하신분들이 보시기엔 그런 여성운전자, 노인운전자, 초보운전자... 답답들
하실꺼에요, 얼마전부터 면허를 갖고있는 저도 그런거에 짜증 잘 내는걸 보면 뭐.. ^^;;
기분좋았던건 그 라노스의 비상등이 켜져있었다는겁니다.
그 비상등 한방이면 암만 뒤에서 '날아갈 기세로' 달려들던 투스카니 터보차 오너였어도
기분만은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 (전 95년식 아반떼에 앉아있었지만요)
저요? B형남자라서 성깔드럽고, 여성가족부에서 페미년들이 헛소리 찍찍하는거 보면
눈뒤집혀서 리플다는 그런 놈입니다.(솔직히 제가봐도 성질 못됐습니다 ^^;; 아직 군대를
안다녀와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운전을 즐길줄 안다는것에 대해서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빨리달리는것 말고도 '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것'과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것'에서
도 운전이라는거 즐겁구나...라고 느낍니다, 왜 앞차가 비상등만 켜줘도 가슴이 훈훈해
질까요?
(제가 비상등 켜시면 뒤에서 룸미러로 보이게 손 흔들어주시는분들, 가끔뵈면 진짜 감동
먹습니다, 제가 어려서 그런걸까요? ^^;;)
비상등 한방이면 아줌마라도... 아저씨라도...
다 웃으면서 다닐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운전하면서 실수하고 싶을까요?
왜 보배게시판에서 '막무가내 아줌마 운전자 보시오!'라는 글이 올라올까요.
만약 그상황에서 아주머니가 비상등 몇번만 켜주고, 창밖으로 손만 들어줬더라면....
아마 올라올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기름값은 비싸고, 차값은 년도만 바뀌면 또 오르고, 도로는 오늘도 내일도 막히고...
진짜 차 좋아하시는 모든분들에게 악재만 겹치는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보배횐님들이..아니, 대한민국 운전자 모두 "도로위의 사람들이 좋아서 운전할맛
난다"라는 말을 할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냥 철부지가 긴글 적어봤습니다 ^^;; 언제나 안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