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월 중순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사는 안산은 늦은 밤엔 제법 밟고 다니기 좋은 동넵니다.
그 4 월의 어느 날, 안개가 푸근한 느낌으로 많이 낀 밤이었습니다.
어쩐지 집에 있기가 답답해서 새벽 두 시 무렵에 드라이빙을 나섰죠.
부곡동 - 성포동 - 와동(면허시험장) - 선부동 - 원곡동 .. 이렇게 쭉 이어지는 도로가 있는데..
적당히 와인딩해서 이 길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와동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면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엔진을 적당히 데울 겸 해서 동네(선부동)을 살살 돌아다니다가, 좋아하는 그 길로 진입했죠.
와동 면허 시험장을 지나 좌.우로 산 밖에 없는 짧은 구간을 통과하려는 순간.
적당히 거리를 두고 뒤에서 오던 차가 하이빔을 마구 쏘며 경적을 울리더군요.
룸미러로 보니 요란하게 장식한 양카도 아니고, 그냥 애들이 괜히 시비를 걸려나? 했습니다.
여기 보배에서야 개나 소나 타는 z4 라고 하지만, 차 땜에 괜한 시비 걸린 적 많았거든요.
아무튼 별 생각없이, 지나갈테면 지나가라, 하고 2 차선으로 붙었습니다.
근데 추월하지도, 거리를 좁히지도 않고, 계속 하이빔과 경적으로 난리인 거예요.
잠시 후 좁고 와인딩한 구간을 벗어나 성포동으로 진입하기 전 신호에 걸려서 섰는데,
이 차가 제 옆에 차를 대고 창문을 내리더군요. (은색 옵티마)
새벽에 또라이 상대하면 피곤하겠다 생각하면서 달려나갈 준비하고 바라봤죠.
예상했던 어린 녀석이 아니라 나이 마흔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
대뜸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아저씨 괜찮아요?"
전 황당해서 "에?" 하고 되물었구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은 와동에서 그 길을 타고 나오던 중에 절 봤는데, 안산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외제차라 유심히 보며 따라왔답니다. 근데 공동묘지 옆을 지나갈 때 갑자기 트렁크 위에 왠 여자가 붙었더랍니다.
속으로는 약간 섬찟했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잘못 보셨겠죠~' 하는데, 이 아저씨 왈,
"아냐, 내가 분명히 봤어요. 트렁크 쪽에 붙어서 이걸(롤바)양 손으로 꽉 붙잡고 있더라구. 근데 아저씨가 저 앞으로 먼저 돌아나가면서 잠시 안 보일 때가 있었는데 그 틈에 사라졌네."
이후로 밤엔 그 길로 안 다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