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콘 키를 누르자 철크덕하고 마치 철창의 자물쇠를 여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려퍼진다.
손잡이를 끌어당기자 창문이 내려가는 쓱 소리가 날 반기고 날마다 반복되는 피로가 쌓인 관절이 이제 편하고 싶다고 아우성을 지른다.
일단 문을 당기면서 부터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 낮은 시트에 오르내리는 것도 결코 편안한 일이 될 수 없다. 자칫 벽쪽에 가까이 주차를 하는 날에는 긴 문짝을 살짝 열고서
낮은 차에서 몸을 비틀어 빠져나올라치면... 흡사 요가를 하게된다.
해서 일단 차에 타면 내리기가 엄청 싫다. 담배 사러 내렸다가 다시 타기는 정말 귀찮다.
또 잠깐 어디 가기 위해서 타는 것도 엄청 싫다.
시트에 몸을 올릴때면 자기도 모르게 윽~ 하고 자신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내게 되는 것은 이의 반증이니...
한마디로 차량의 본기능인 교통수단으로는 낙제점이라는 이야기이다.
4인승이니까 어찌어찌 라이프스타일 차량이라는 구색을 갖추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문짝이 2개라는 것으로 의미가 퇴색하고 만다.
일단 시트에 올라 시동을 건다. 거친 엔진음과 배기음이 RPM이 안정될 때까지 귀를 괴롭히고 나면 이제는 준비가 된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인데 이런 일련의 준비가 마치 건담 SEED 같은 에니메이션에서 파일럿이 건담에 올라 일련의 발진 준비를 하는 듯 거창하게 까지 느껴진다(사실은 번거롭다). 자 그럼 이키마스~!(맞는지 모르겠다)
정말 무거운 스티어링이다 주차장에서 빠져나갈 때면 이러다가 관절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스러울 정도다. BMW 액슬은 브레이크 처럼 위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아래가 고정되고 위가 움직이는 밟는 형태인데 이것이 제법 무게감이 있고 반응이 민감하다. 이 느낌은 나쁘지 않다. 힐앤토시에도 상당히 유용하다. 다만 민첩하고 반응 좋다는 것이 날렵하고 경쾌하지는 않다. 역시 무겁게 민첩한 느낌이다. 이것은 일본 차량들과 대조적인 것인데 가끔은 이런 느낌이 좋을 때도 있고 또 가볍고 경쾌한 것에 대한 동경도 가지게 된다. 몸과 마음이 즐거운 날에는 이것도 좋은데, 아닌 날은 약간 신경질을 유발하기도...
도로에 올라오면 일단은 얌전하게 운전하게 된다. 혼자 마구 질러대봐야 미친 것 같고 또 재미도 없다.
뭐 누가 빌려줘서 하번 타보는 것이라면 그도 즐거운 일일지 몰라도 날마다 타고 다니는 차를 혼자 질러대면서 만족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연구대상으로 삼고 싶다.
일단 무자비하게 오른 기름값이 뇌리를 스쳐가고... M3 탄다고 기름값 걱정없을 것이라는 것은 지극히 편견이다.
M3의 느낌을 비유하자면 차돌같다고 하겠다. 쬐끄만 차가 딴딴해서리 뭔가 꽉찬 것 같은 느낌에 겁나게 무겁다. 모든 것이 무겁다. 문짝부터 스티어링,클러치,액슬,배기음까지...
보통은 차량 흐름에 묻혀 순둥이로 운행한다. 가끔 옆에 택시 기사 아저씨나 다른 운전자들이 차를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18" 휠이 신기한듯... 타이어가 신기한가?)면 가끔 머쓱해지기도 하고, 옆 차선에 이쁜 아가씨가 운전을 하거나 투스카니나 뭐 다른 스포티해보이는 차량이 보일라치면 달리지도 못할 시내에서 어떻게든 칼질이라도 해보려하는 것은 잠깐의 여흥이다. 그렇게 별다른 것 없이 불편한 차를 운행하다가 잠깐 길이 트이거나 신호가 바뀔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 신호등 앞에서는 비로서 M3의 파워가 폭발한다.
원래 저속이니 뭐 특별한 다운 쉬프트 이런거는 필요없고 그냥 액슬에 힘을 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이게 M3가 토크가 생각보다 영 시원치가 않다. 사실 마력수에 비해 형편없는 토크... 그것도 최대 토크가 6800대 이니. 생각을 해보시길... 2단 1000~2000 RPM근방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순간적인 스파트. 뭐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냥 RPM을 올리는 수 밖에...
물론 일반 평범한 세단하고 비교한다면 그마저도 총알일터인데 그건 비교대상이 잘못되었고 터보 일제 차량들이나 터보 튠을 한 국산 차량들과 스타트를 끊는다면 역시 초반에는 상대 차량 번호판 확인히기 쉽상일 것이다. 단거리 스프린터는 절대 아니다.
최대토크 시점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토크를 감안할 때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지는 차량을 저속에서 순간적으로 고속으로 바꾼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우주진리에 위배되는 일이다.
물론 어거지로 액슬을 비벼대면 RPM이 솟아 오를 수록 더욱 높아지는 토크에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마음을 조금씩 따라가기 시작하고 엔진은 M3 특유의 거친 기계음이 어딘가 부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울려대고 클러치디스크는 마찰계수와 엔진토크 사이에 힘겨운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드라이브 샤프트는 비틀림강성 테스트에 들어가고 뒷 타이어는 노면과 부비부비를 즐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리이다. M3에 대한 환상은 M3를 드레그머신으로 만들지만 실상은 단호하게 무리이다. 머지않아 뺀질뺀질해진 클러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M3의 매력은 순간적인 스파트 보다는 관성에 거스르지 않으면서 높이는 가속과 이를 계속해서 밀어주고 유지해주는 지구력 그리고 날카로운 핸들링에 있다. 고속 급 와인딩을 하면서 원심력과 접지력 사이에서의 종이 한장차이 줄다리기시에 민감한 액슬링과 이를 받혀주는 엔진은 무한 컨트럴의 즐거움을 줄수 있을 것이다. N/A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액슬에 거짓이 있을 수 없다. M5와도 다르게 와이어 기계식 6기 독립스로틀은 발바닥에서 스로틀까지에 어떠한 왜곡도 없다. 시동을 꺼도 마찬가지이다.
차가 스핀을 한다해도 운전자 탓, 토크를 못살려도 운전자 탓, 뭘해도 운전자 탓이다.
여기에 N/A이니 대기압이 갑자기 변하는 이상기후가 있지않고서는 흡기량 변화는 차량의 콧구멍을 여닫는 것으로 순전히 드라이버 발바닥으로 하는 것이다.
굳이 최고속 직진으로 승부하려한다면 이도 M3는 정답이 되기 어렵다. 차라리 5,7시리즈의 넓고 긴 휠베이스가 훨씬 더 안정적이고 믿음감을 준다. 또한 오히려 벤츠의 고속 안정감이 살떨리는 BMW의 고속 시야보다는 간튜닝에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겁 없는 사람들에게야 아무 걱정없는 것이겠지만... M3의 경우 최고속을 내자면 280정도까지는 실제로 낼수가 있다. 혹자는 계기판 오차가 엄청나다고하는데 인치업에 따른 오차가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 GPS로 보면 실제로는 오차범위가 그렇게 크지 않다. 280에서 10정도 내외로 차이가 난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것이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엠 특성상 RPM계기판 반응에 비해 속도계의 반응이 상당히 더디다. 여하튼 M3로 이정도 속도를 내기위해서는 튜닝아니 그 무엇을 해놓아도 마찬가지지만 호흡은 멈추고 심장은 미친듯이 날뛰고 간은 목구멍까지 올라오고 머리는 새하얗게 될것이다. 두 손의 악력은 초인 수준에 이르르고 시야는 10미터 앞의 바늘 구멍도 보일 정도가 되고... 등등.
이렇게 강조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말한다면 아직 쓴맛을 본적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도 좋다.
상대적인 이야기이지만 유럽차량 AUDI,BENZ,BMW 중에서 BMW 보다 더 다이나믹한 브랜드는 없다. 특성도 역시 그렇다. 하지만 완성도에서는 단연 AUDI이고 고급은 BENZ이다. 다이나믹 하다는 특성 만큼이나 BMW의 고속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간을 작아지게 만든다. 더더욱 3시리즈 차대라면... BENZ는 더디고 둔한것 같아도 더한 지구력이 있고 고속 안정감은 탁월하다고 하면 또 악성 리플이 달리지 않을까 싶어도 주관적으로는 분명 그렇다.
이야기를 조금 바꾸어서 차라는 것이 묘한 매력이 있다. 생활에 불편함을 감수(시간적,금전적,편리성)하면서도 차에 광분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교통수단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안되는 것이다. 차에 정성과 관심을 쏟는 것이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새차도 하고 왁스칠도 하고 하다못해 스티커나 네온 하나 달고서도 뿌듯해하는 것이다. 여기에 비싼 돈 들여 튜닝이라도 하고나면 내차 보다 소중한 차는 세상에 없다. 누가 내차를 무시한다면 참 화나는 일이되고 가끔은 그런 마음이 너무 오버해서 내차가 다른 사람 차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이번에는 반대로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 것이지 대한민국 사람들 특징인 내 이웃만 못한것은 참을 수 없다를 꼭 차에까지 적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아무튼 스스로 가꾸고 튜닝해가면서 만족해가는 것도 역시 차를 타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인데 사실 M3라는 차는 튜닝에는 영 재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궁극의 N/A라고 많이들 말을 하는데 이 말은 바꾸어 말하자면 포텐셜이 없다는 말이다. 제 아무리의 흡기를 K&N 램차저를 넣고 배기를 싹 바꾸고 플러그네 오일이네 바꾸어대도 실상 성능업은 거의 무시할 수준이다. 다만 서스, 브레이크 튠이라면 의미가 다르지만 흔히들 말하는 잘나가는 튜닝에서는 사실 더 이상 돈 바르는 것이 투자비용 대비 꽝이다. 이 점은 오히려 국산 아반떼나 투스카니에 튜닝을 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팩토리 스펙이니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요즘 보배드림에 M3 VS 수프라의 이야기가 한참 뜨거운데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다툼이 어지간히 심심했나보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뭐 내구력 테스트를 할 것도 아니고 단순히 최고속 다툼이나 드레그나 배틀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언제 부터 M3가 궁극의 슈퍼카가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단순히 달리기 성능이라면 수프라의 손을 들어주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 "YOU WIN!!".
수프라는 진정한 일본 3대 스포츠카 중에 하나로 보기에도 딱 자세 나온다. 더군다나 투윈 터보. 3000CC TWIN. 나도 한번쯤은 가져보고 싶고 타고 싶은 차다. 살짝 튜닝에도 약발 제대로 받고...
무슨 다툼이 필요할까 이상하다. 각기 나름대로 다 장단이 있는 것을 굳이 좋다 나쁘다로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
마치 이영에가 이쁘네, 김희애가 이쁘네, 김태희가 이쁘네, 김희선이 이쁘네 하고 다투는 식이다.
그래도 내가 정성을 들이고 속속들이 알고 끊임없이 돈질해서 정비해놓은 내차가 더 소중한 것은 당연하다.
차를 평소에 타는 용도가 아니고 가끔 일부러 타기위해서 여러대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뭐 나쁘지 않다. 경제력이 뒷받침해주는 것이니 자유민주주의 경제주의 국가에서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역시 나도 한국 사람이라 본의 아니게 배가 아프긴하다. ^^. 그런 사람들도 차마다의 개성과 매력이 다 다름을 알기 때문에 그런것이라고 본다. 아니면 정말 좋은 차 한대면 될 것을 번거롭게 여러대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90% 이상 보배드림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차를 갖지 못하거나 아니면 1대를 갖고 있을 것이고 드림카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 한대에 온갖 정성과 노력을 쏟았을 것이고 사실 여유가 된다면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싶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차가 뛰어나니 니 차가 뛰어나니 식의 상대방 깎아내리기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고 남는 것 없는 의미없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고, 또 이를 알면서 흥미 위주로 서로 부추기는 사람들 역시 있음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뭔가 재미난 글이 없을까? 흥미로운 글이 없나하고 오늘도 역시 보배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무의미하고 어의 없는 다툼 글은 계시물 조회만 어렵게하고 글을 식상하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제발 이런 식의 글들은 자제를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