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올려요 누나 형들, 33살 어린녀석이 별거 아닌데 어제 좋은일 한거 같아서 뿌듯한 마음에... 보배에서 형들의 선한 영향력을 그간 봐온 나로써 형 누나들이 칭찬해줄거 같아서 같이 따뜻한거 나누려구 ?
오늘 용산 CGV에서 여자친구랑 밥먹고, 영화보고, 장승배기역 쪽으로 데려다 주고 있었어. 노량진에서 장승배기 역쪽으로 좌회전하면 동작구청 앞쪽 4차선 도로가 나오는데. 아는 형들은 아시겠지만 도로가 재건축지역이라 그런지 어두컴컴하고 밤 12시 가까이 되어서 차도 버스도 엄청 쌩쌩 다니더라구...
끝차선으로 가고있는데 100미터쯤 앞에 작은 물체가 흐릿하게 보여서 뭐지 하고 천천히 다가가니까 리어카도 아니고 작은 상하차 구르마에.. 정말 더 작은 할머니 한분이 폐지줍고 계시더라구... 나중에 들어보니 여자친구는 처음에 할머니를 못봤다고 하더라. 근데 너무 작고 어두워서 정말 큰일이 날수도 있겠다 싶어서, 비상등 켜고, 헤드라이트 끄고, 뒤에 빠르게 다가오는 차들만 지나보내고 가야지 했어.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엄청 빠르게 오던 버스가 상향등 깜빡깜빡 엄청 쏘면서 클락션 빵빵!!!!!!!! 누르고 다가오더라구. 살짝 쫄았는데 버스가 내 차 박는게 그래도 할머니가 버스에 치이시는거보단 낫겠지 싶어서, 계속 비상등켜고 서행했어. 차들이 한 4대 옆으로 지나가면서 욕했을지도 모르고, 혹은 지나가면서 앞에 할머니 보고 이해해주셨을지도 모르지. 뒤에 차가 더이상 없길래 나도 할머니 스윽 지나갔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거야... 왜냐면 할머니 폐지 구르마가 정말 너무너무 작고 어두워서 시속 60~80으로 달리는 차들한텐 정말 안보였거든.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할머니가 걱정되어서 다시 가봐야겠다구 말하구 한바퀴 삥~~ 돌아서 다시 할머니 쪽으로 왔어.
비상등켜고 헤드라이트 끄고 천천히 에스코트하듯 뒤에서 쫓아가니까 할머니가 중간중간 폐지 주우시다가 뒤돌아서 "얜뭐야" 하는 눈빛으로 보시더라구. 폐지 몇번 수거하시다가 피곤하셨는지, 편의점 앞 길거리에 털썩 주저앉으셔서 쉬시는거 같아서 정차하고 잠깐 내렸어.
?나: 할머니 안추우세요??
?할: 에?
?나: 할머니 안추우시냐구요!!
?할: 에????
(귀가 잘 안들리시나보다)
?나: 할머니!! 오늘 추운데 힘드시지 않으세요!!!!
?할: 그래도 이거 해야지~ 추워도 할거 해야지
?나: 뒤에서 봤는데 너무 어둡고 위험해 보여서 쫓아왔어요... 행여 큰일 날까봐...
?할: 아~ 그랬어?? 난또 왠 이상한 사람이 안가고 날 쫓아오나~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있었지
?나: 식사는 하셨어요??
?할: 오늘은 못했어...이거 해야지 먹어...
?나: 지금 12시인데 식사 못하셨어요??
?할: 하는 날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어..
?나: 이거 다 하셔야 가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같이해요.
?할: 에이! 아니야 아니야!! 아직 멀엇어 저~~기 언덕 넘어까지 가야해서 아직 멀었어
?나: 그럼 우리 이 앞에것만 같이해요
그래서 나랑 여자친구랑 할머니랑 셋이 가로등 아래 버려져있는 쓰레기더미 뒤져서 박스랑 캔이랑 병이랑 건지고, 누가 상태 괜찮은 환풍기를 박스에 잘 싸서 버렸길래 보물이라도 찾은거마냥 할머니 보여드리니까, 그것도 팔수 있는거라고 엄청 좋아하시구.. 구르마 고무줄에 잘 묶어서 실어 드리면서 고민했어... 내가 현금을 조금 드리면 할머니가 혹여나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 식사 못하셨는데 뭐라도 드시면 좋으실텐데... 지갑을 살짝 열어보니까 오만원권, 만원권, 오천원권, 천원권이 딱! 한장씩 총 4장이 있더라구.. 진짜 ㅋㅋㅋ 0.5초간 만원 드릴까... 고민했는데, 회사 그만두고 사업시작해서 요즘 빚이.....ㅠㅠ 여기까지만 할게요... 근데 요새 만원으로 어디가서 한끼 마음껏 먹지도 못하자나...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오만원짜리 한장 꺼내서 꼬깃꼬깃 작게 접은 다음에 할머니한테 가서
"할머니! 이거로 내일 따뜻한거 사드세요!"
하니까 할머니가 보시고
"에이!! 아니야 뭐 이런걸 줘 됐어 도와줬으니 됐어"
"아니에요, 12월이잖아요,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전 갈게요!!"
하고 뒤돌아서 차로 뛰어왔어. 부우웅~ 하고 할머니 옆으로 스윽 지나가면서 창문으로
"할머니! 저희 가볼게요~ 건강하세요~"
하고 지나가려는데.... 할머니를 보니까 할머니가 우시고 계신거야ㅠㅠㅠ
눈물을 훔치시면서 소녀처럼 흑흑 거리시면서 우시는데... 그거 보자마자 내 여자친구 옆에서 으아아아앙ㅠㅠㅠㅠ 애기울음 터지고...나도 갑자기 왈칵!! 하면서 눈물이 나서ㅠㅠ 할머니 저희 가요!! 하고 부우웅 와버렸어..
할머니가 우시는거 보니까 진짜 갑자기 뭔지 모르겠는데 가슴이랑 눈시울이 엄청 뜨거워졌어...
집가면서.. 거기가 언덕이라 구르마 고무끈으로 백팩 매듯이 해서는 끌고 올라가시기 어려울거 같아서, 또 차만 주차하고 다시 가보자해서 주차하고 다시 가봤더니 할머니 구르마랑 폐지만 있고 할머니는 안보이시더라고, 15분정도 기다렸는데 안오셔서, 아마 오늘은 추우시고 마무리 하셨나보다해서 들어왔어.
여자친구랑.. 여러가지 행복한 일중에 다른사람 도와주는것도 참 행복하다 느끼고, 칭찬뽀뽀? 많이 받구, 오늘 어머니한테도 말씀드렸더니 아침에 같이 우시면서 잘했다고 칭찬받고...
누군가한테는 큰돈 아니지만 그래도 나랑 할머니한테는 의미있는 돈이었을거고, 또 사고가 날수 있는 상황을 내가 막은거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암튼 이래저래 행복한 12월에 하루였어 형들! 선한 보배 인증!! 나 잘했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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